중산층 노인은 어디로 가야 할까
고령사회, 선택지 좁은 한국의 현실
실버주택, 왜 이렇게 어렵기만 한가

“보증금 9억에 월 450만 원이면, 차라리 호텔이 낫겠네.” 중산층 노인들이 차선의 선택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고령자를 위한 주거 복지 모델이 실패와 한계에 부딪히면서, ‘늙어도 집에서 살고 싶다’는 가장 기본적인 바람이 외면받고 있다.
한국의 실버주택, 왜 실패했나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명지엘펜하임은 2004년 ‘실버주택’이라는 이름 아래 화려하게 문을 열었다.
그러나 시행 주체였던 명지학원의 파산으로 주요 복지시설이 모두 문을 닫으면서, 현재는 단순 임대아파트로 전락했다.
서울 은평구에 계획됐던 ‘골드빌리지’도 마찬가지로, 공공과 민간이 협업하는 모델이었지만 분양 금지 규정 등 법적 한계와 수익성 부족으로 사업은 시작도 못한 채 무산됐다.
고령자 수는 늘고 있지만, 그들을 위한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주거 환경은 여전히 미비하다.
2024년 기준 전국 실버주택은 고작 9006가구로, 전체 65세 이상 인구 1024만 명에 비하면 공급률은 0.1%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은 약 2%, 미국은 4.8%에 달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 공급률을 2%로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현재 속도로는 요원해 보인다.
현실을 무시한 ‘그들만의 실버타운’

문제는 비용인데, 저소득층 대상의 공공형 실버주택은 보증금 300만 원 이하, 월세 10만 원 이하 수준으로 저렴하지만 수요에 턱없이 못 미친다.
중산층을 겨냥한 민간 실버타운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요구한다.
강남 ‘더시그넘 하우스’는 보증금 6억 원에 월 350만 원을 내야 하고, 광진구 ‘더클래식 500’은 보증금 9억 원에 월 생활비가 450만 원에 이른다.
공공지원 민간 실버스테이 같은 대안도 등장했지만, 이제 막 시범사업이 선정된 단계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고령층이 매달 400만 원 넘는 생활비를 감당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공공도 민간도 중산층을 위한 주거 대안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늙어도 집에서 살고 싶은’ 마음

“요양원이 아닌 내 집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감정이다.
실제 보험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건강이 허락된다면 노인 90%가 자택 생활을 원하고, 거동이 어려워도 절반은 집을 떠나기 싫어한다.
우리나라에서 요양시설에 가는 일은 곧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퇴거’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많은 고령층이 이곳에 들어가기를 꺼린다.
일본은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서비스형 고령자 주택’을 도입했다.

대표 사례인 도쿄 우라야스의 ‘긴모쿠세이’는 자율성을 최우선으로 한다. 필요에 따라 돌봄을 선택할 수 있고, 술이나 담배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한 입주자는 누워만 지내던 생활에서, 스스로 밥을 퍼 먹고 싶다는 이유로 보행기를 잡고 걷게 됐다. 또 다른 이는 임종 이틀 전까지 담배를 피우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마무리했다.
이러한 자율 중심 모델은 고령자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회적 고립을 줄인다.
인근 초등학생들과 함께하는 과자 가게 아르바이트, 일상 속 자율 외출 등은 단순한 돌봄을 넘어 ‘존엄한 삶’을 가능케 한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한국의 고령자 주거 정책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법적 규제와 수익성 중심 개발, 공공의 지원 부족이 맞물리며 시장은 왜곡되고 있다.
엄태영 의원실이 개최한 토론회에서도 “저소득층과 프리미엄 모델 사이의 중산층이 돌봄 공백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발 제도 완화, 금융 지원 확대, 민간 전문운용사 참여 등 현실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는 ‘실버스테이’ 모델 확대를 통해 중산층 고령자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행력은 여전히 미지수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 이제는 고령자의 삶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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