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10년 남았는데 나가라니”
창업했지만 수입은 절반 수준
5060세대, 정년 앞두고 무너졌다

“요즘 정년 늘린다고들 하잖아요. 근데 저는 51살에 퇴직했어요.”
서울에서 26년간 제조업체에서 일했던 김모 씨(53)는 2년 전 회사로부터 ‘명예퇴직’을 권유받았다. 그는 정년까지 9년이나 남았지만, 인력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이후 재취업을 알아봤지만 면접 기회조차 받기 어려웠고, 결국 생활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김 씨는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 나이 때문에 기회조차 없다”며 “퇴직이 아니라 쫓겨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절반은 정년 전 퇴직…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다”

이처럼 법정 정년이 60세로 정해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 전에 주된 일자리를 떠나는 이들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고용정보원이 8일 발표한 ‘고용동향 브리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만 55~59세 인구 421만 명 중 232만 명(55.3%)이 ‘주된 일자리’를 이미 떠난 상태였다.
정년 연장이 현실에서 무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퇴직 사유는 ‘일거리 부족’(20.2%), ‘건강 문제’(19.6%), ‘가족 돌봄’(17.4%) 등 다양했지만, ‘권고사직·명예퇴직·정리해고’로 인한 조기 퇴직도 12.6%나 됐다.

윤정혜 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팀장은 “근로자들이 실제로 정년까지 일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법으로 정한 정년 연장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기준 권고사직 등으로 퇴직한 사람은 55만 4000명으로 전년보다 5000명 늘었고, 이들의 평균 퇴직 연령은 51.2세였다.
이들은 평균 70.5세까지 일하길 희망하지만, 현실은 그보다 20년 가까이 일찍 밀려나고 있는 셈이다.
자영업으로 버텨보지만… 절반은 ‘최저임금 미만’

직장을 떠난 많은 이들이 자영업으로 눈을 돌리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고용정보원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고령자의 자영업 이동과 저임금 노동’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근로자였다가 자영업으로 전환한 50세 이상 중 48.8%가 월 소득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들의 대부분(83.4%)은 직원을 두지 않은 ‘1인 사업자’였고, 종사 업종도 유통·소비자서비스업 등 생계형 업종에 집중돼 있었다.
사업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창업한 경우, 순소득은 월 144만 원에 그쳤으며, 이 가운데 82.9%는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했다.

고령 창업자의 순소득은 평균 227만 원 수준이었고,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소득(541만 원)과 비교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60대 이상 자영업자의 평균 소득은 143만 원으로, 최저임금과도 큰 격차를 보였다.
보고서는 “고령층이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나서고 있지만 수익성과 안정성 모두 낮아 고령층의 빈곤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금도 당겨받는다… “더 이상 못 버텨요”

경제적 어려움은 국민연금 수급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조기노령연금 신규 수급자가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증가했다.
2023년 신규 조기 수급자는 10만1천385명으로 처음 10만 명을 넘었고, 이는 2019년 대비 약 2배 수준이다. 2024년 상반기에는 벌써 4만1천 명이 조기 수급을 신청했다.
조기노령연금은 연금을 1~5년 앞당겨 받는 대신, 수령액이 최대 30%까지 줄어드는 구조다. 그럼에도 수급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버틸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박 의원은 “소득 단절로 인한 조기연금 수급이 급증하고 있다”며 “5060세대가 빈곤에 빠지지 않도록 재취업 지원 등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년 연장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50대·60대 초반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그와 다르다. 법으로 정년을 늘린다고 해도, 기업의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분위기 앞에서는 무력하기만 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도 변화만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 버티고 있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대책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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