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1조 모였는데 “전부 거품?”… 세계 최대 시장마저 고개 돌리자 ‘이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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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 속 데이터센터 과잉 건설
글로벌 기업들, 잇달아 발 빼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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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이제껏 인공지능(AI)의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아온 데이터센터 시장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양대 강국 모두 투자 열기를 식히는 분위기이며, 곳곳에서 수요 예측 실패에 따른 부작용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홍콩에서 열린 HSBC 글로벌 투자 서밋에서 조지프 차이 알리바바그룹 이사회 의장은 “미국의 AI 투자 규모를 보고 경악했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과열된 시장에 대한 우려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 세계적으로 571조 원 규모의 AI 인프라 자금이 몰렸지만, 정작 수요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발을 빼면서, AI 인프라 시장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MS도 멈췄다… “지금은 멈춰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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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브레이크를 건 곳은 마이크로소프트(MS)였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MS는 미국과 유럽에서 약 2기가와트(GW) 용량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이는 약 200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의 규모다.

이 결정의 핵심 배경에는 ‘과잉 공급’이 있다. 투자은행 TD 코헨은 AI 수요보다 빠르게 늘어난 클라우드 인프라 확장이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특히 MS가 오픈AI와 체결한 계약이 변경되며, 오픈AI가 타사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되자 MS 입장에서는 신규 센터 확장의 필요성이 줄어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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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 코헨은 “현재 시장은 수요보다 공급이 앞서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MS가 철수한 자리를 구글과 메타플랫폼이 차지하며, 과잉 경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MS는 여전히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 의지를 보이고 있다.

2025 회계연도(오는 6월 종료)까지 약 80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지만, 신규 건설보다는 기존 시설의 서버 확충에 집중할 예정이다.

수백 개 짓고도 ‘텅 빈’ 중국… 붕괴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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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최근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중국에서 지난 2년간 데이터센터 수백 곳이 들어섰지만, 대다수는 가동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팬데믹 이후 경제 활력을 되찾기 위한 방편으로 AI 인프라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2023년 한 해에만 500개가 넘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추진됐고, 2024년에도 최소 150곳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문제는 수요가 따라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많은 데이터센터가 실제 AI 활용 계획이나 기술 표준 없이 건설됐다. 지방 정부의 보조금과 정책 인센티브를 노린 투기가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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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고비용의 유휴 시설이 늘어났고, 일부는 전기요금조차 감당하지 못해 폐쇄를 택하고 있다.

심지어 GPU 대여 비용도 급락했다. H100 8개로 구성된 서버의 월 임대료는 한때 3600만 원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1500만 원 이하로 떨어졌다.

그러나 수요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대여조차 꺼리는 상황이다.

“거품의 시작”… AI 열풍,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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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차이 알리바바그룹 이사회 의장은 “버블이 막 시작되는 느낌”이라며 현 상황에 강한 경고음을 울렸다.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각광받았던 데이터센터가 오히려 기업들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AI 스타트업들도 방향을 틀고 있다.

한때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뛰어들었던 144개 기업 중 10%만이 여전히 개발을 지속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한 서비스 개발로 전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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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는 AI 스타트업 01.ai의 전략을 소개하며 “이제는 하나의 모델이 아니라 여러 모델을 활용한 제품 개발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딥시크 등장 이후, 자본력을 갖춘 소수 기업 외에는 자체 모델 학습을 포기하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변화다.

AI 경쟁의 무게추가 기술력보다는 ‘현실적인 수익화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데이터센터는 여전히 미래 기술의 핵심 인프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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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미국 내 데이터센터 수요가 2024년 25GW에서 2030년 80GW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수요 예측 없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투자는 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가운데, 과잉 공급 조짐이 나타나면서 향후 일정 수준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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