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 자영업자 절반, 최저임금도 못 버는 현실
“할 수 있는 건 장사뿐”… 암담한 중장년층

“하루 12시간씩 일하는데, 통장에 남는 돈이 고작 150만 원이에요. 아들이 편의점 알바로 번 돈보다도 적더라고요.”
퇴직 후 치킨집을 차린 김모 씨는 아들의 월급 명세서를 보고 한동안 말이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평생 직장 생활을 하며 가족을 책임졌지만, 이른 퇴직 후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뛰어든 뒤로는 수입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김 씨는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지만, 매출은 기대에 못 미친다. 월세와 재료비, 공과금 등을 제하고 나면 손에 남는 돈은 갈수록 줄어든다.
김 씨처럼 은퇴 후 자영업에 뛰어든 고령자 절반 가까이가 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입을 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보다 적게 번다”… 고령 자영업자의 위기

한국고용정보원이 23일 발표한 ‘고령자의 자영업 이동과 저임금 노동’ 보고서는 퇴직 후 자영업으로 옮겨간 50세 이상 사장들 상당수가 생계조차 버거운 현실에 놓여 있음을 보여줬다.
2006년부터 2022년까지의 장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영업을 시작한 50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무려 48.8%가 월 소득이 최저임금 수준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유통·소비자 서비스업 등 진입 장벽이 낮은 업종에 몰린 고령층은 수익성이 낮은 ‘생계형 창업’에 집중돼 있었다.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가 83.4%에 달해, 혼자 모든 업무를 도맡으며 버티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경험 없이 창업한 이들의 소득은 특히 저조했다.
과거 해당 업종에서 일한 경험 없이 자영업에 나선 고령자의 순소득은 월 144만 원 수준이었으며, 이 중 82.9%는 저임금 노동자로 분류됐다.
생계형 창업은 수익뿐 아니라 부채 부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나이스평가정보가 지난해 3월 기준으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0대 개인사업자 중 다중채무자(3곳 이상에서 대출 보유자)는 38만 명에 이르고 이들이 떠안은 빚은 무려 186조70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연령대의 봉급생활자(83조 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로, 1인당 채무를 계산하면 자영업자는 약 4억9000만 원, 봉급자는 약 1억3000만 원으로 격차가 뚜렷했다.
소득은 낮고, 창업비용은 많고, 실패는 반복된다.
소상공인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창업에 평균 8500만 원이 들어갔지만, 연매출 5000만 원 이하 영세 자영업자는 전체의 34.6%나 됐다. 수익은 줄고 빚만 불어나는 구조다.
“장사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 사회적 안전망 시급

문제는 폐업 후에도 같은 업종으로 다시 뛰어드는 ‘회전문 창업’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국세청이 집계한 폐업 사업자는 전년 대비 13.7% 증가한 98만 명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이들은 다시 자영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서울신용보증재단 조사에서는 자영업자들이 폐업 후 같은 업종에 재도전하는 이유로 66.5%가 ‘다른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라고 답했다.

실제 창업 전 준비 기간은 평균 8.4개월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대부분은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진행하는 3~4일짜리 교육이 전부다.
준비도 없이 장사에 뛰어든 이들이 기대와는 다른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보고서는 “임금근로 경력이 자영업 성공과 꼭 연결되지는 않는다”며 “퇴직 후 창업에만 몰두하기보다 고령자의 재취업이나 업종 전환을 지원하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실시간 인기기사
- “삼성이 꼴찌?”… 韓 대표 기업에 벌어진, 예상 밖 놀라운 ‘반전’
- “이미 모든 게 끝났어요”… IMF보다 더한 현실, 무너지는 5060 세대의 ‘절규’
- ‘100조’ 잭팟 눈 앞인데 “꽉 막혔네”… 韓 기업 위해, 결국 정부가 ‘칼 빼들었다’
- “충전이 필요 없을 수도”… 이제는 대세 전기차, 자동차 같지 않은 모습 공개에 ‘어머나’
- “삼성이 꼴찌?”… 韓 대표 기업에 벌어진, 예상 밖 놀라운 ‘반전’
- “대형차 연비가 20km/L?”…왜건·SUV 융합 디자인 공개, 팰리세이드 ‘어쩌나’
- “이미 모든 게 끝났어요”… IMF보다 더한 현실, 무너지는 5060 세대의 ‘절규’
- “대한민국이 앞서간다” .. 30년 한 길 고집한 현대차 행보에 ‘업계 주목’
경제 랭킹 인기글
경제 최신 인기글
-
“피 같은 돈 21조 쪽쪽 빨아먹고도 모자랐나”… 대통령까지 ‘분노 폭발’, 서민들 등골 노린다
-
“대한민국은 역시 부동산의 나라인가” … 주식·코인보다 이곳에, ‘짠희’ 임원희도 선택한 투자처의 정체
-
“절반이 일반인과 결혼?” … 대기업 총수 자녀 최근 10년 변화, 외국인·일반 직장인 배우자 급증
-
“결국 사장이 없어도 돌아가는 회사” … 성공 사업가 DNA 분석, 시스템 구조화·자동화가 장기 성공 비결
-
한국 이겨보겠다더니 “이게 무슨 망신”… 예상 못한 전개에 중국 지도부까지 ‘허둥지둥’
-
“2040년엔 37.8%까지 증가” … 여성 가장 가구 급증, 경제적 현실과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