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테크족 체크, 고소득층 프리미엄… 카드 선택도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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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가 최근 출시한 연회비 30만원대의 프리미엄 카드 ‘The BEST-X’. /신한카드 제공
신한카드가 최근 출시한 연회비 30만원대의 프리미엄 카드 ‘The BEST-X’. /신한카드 제공

직장인 이모(49)씨는 최근 연회비 50만원 상당의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이전에 쓰던 신용카드보다 연회비가 훨씬 비싸지만 항공사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는 혜택이 마음에 들었다. 이씨는 “해외여행을 1년에 1회 이상 가는데, 그때마다 쌓아둔 마일리지로 좌석 업그레이드 혜택을 받으려고 큰맘 먹고 만들었다”면서 “연회비가 비싸긴 하지만 장거리 비행 때 편리함을 생각하면 아깝지 않다”고 했다.

최근 신용·체크카드 선택에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연회비 3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신용카드를 쓰면서 각종 혜택을 누리는 소비자가 있는 반면, ‘짠테크족’은 체크카드를 활용해 실용성을 추구하고 있다.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최근 연회비 30만원대의 프리미엄 카드 ‘The BEST-X’를 출시했다. 신한카드가 프리미엄 카드를 출시한 것은 2019년 이후 6년 만이다. 롯데카드 역시 지난달 연회비 25만원과 50만원의 ‘힐튼 아너스 아멕스’ 카드를 출시했다. 글로벌 호텔 체인 힐튼과 미국 신용카드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협업한 프리미엄 카드로 힐튼 호텔 숙박 시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카드사들이 이처럼 프리미엄 카드를 잇따라 내놓는 이유는 높은 수익성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나카드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이드’ 카드의 성공에 힘입어 약 30%의 당기순이익 성장을 이뤘다. ‘제이드’ 카드는 출시 10개월 만에 10만장 판매를 기록하며 이례적인 성과를 보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프리미엄 카드가 일반 카드보다 포인트 적립률이 높거나 캐시백(현금 환급)이 많아 활용도가 좋다. 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하거나 호텔 숙박 및 라운지 이용 등 일정 수준 이상의 소비를 하는 고객에게 유리한 셈이다. 공항 라운지를 이용하거나 호텔 객실 업그레이드, 컨시어지 서비스(쇼핑·여행 예약 대행) 등 고급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신용도를 높이고 금융거래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기 위해 전략적으로 프리미엄을 선택하는 고객도 있다고 한다.

일려스트=조선DB
일려스트=조선DB

반면 고물가 시대에 지출을 줄이려는 ‘짠테크족’은 체크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 등 8개 카드사에서 발급한 체크카드는 총 6288만장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다. 특히 기업계 카드사인 현대카드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체크카드 발급 수가 62만장으로 전년 동기(48만장) 대비 27.6% 급증했다.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와 달리 본인의 계좌에 남은 돈 만큼만 결제할 수 있어 과소비를 방지할 수 있다. 신용카드에 있는 할부나 리볼빙(결제금 이월약정) 등의 유혹 없이 계획적인 소비가 가능한 셈이다. 체크카드는 대부분 연회비가 없어 부담도 없다. 대중교통이나 통신비, 마트 할인 등 실생활 밀착형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도 있어 추가로 절약 혜택을 누릴 수도 있다. 소액 소비 위주의 사용자들에게 실용적인 선택인 셈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카드시장도 극과 극이 잘 먹히는 것 같다”면서 “소셜미디어(SNS)의 영향으로 고급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분위기가 한편에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짠테크’가 유행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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