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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개인 투자자들이 산타랠리 기대감이 큰 미국 증시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탄핵 표결이 무산된 직후 개인이 연이틀 2조원 가까이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지만, 미국 주식은 역대 최대 규모로 사들이고 있다.
증권가엔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하는 내년 초까지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개인의 국내장 탈출 러시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들의 미국 주식 보유 규모는 지난 6일 1121억4039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다. 이날 원달러 환율 1428원을 기준으로 하면 우리돈 160조원이 넘는다.
특히 계엄사태가 발생한 지난 3일 보유액이 1070억4734만 달러(약 152조원)로 기록됐는데, 3거래일 만에 4.7% 증가했다. 한 달 전(약 139조원)과 비교하면 14.5%나 늘었다. 탄핵 정국 장기화 조짐에 국내 증시가 크게 휘청일 것이란 불안감을 느낀 개인이 활황세를 보이는 미국 증시로 눈을 돌린 영향이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 4일에는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미국 증시는 활활 타오르고 있다.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주식은 테슬라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직후 주가 상승세에 힘입어 지난 6일 기준 223억3824만 달러(약 31조8744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AI 대장주인 엔비디아에도 매수세가 급등했다. 이 기간 131억7217만 달러어치(약 18조8006억원) 매수세를 보였다. 애플도 47억3329억만 달러(약 6조7562억원)의 자금이 모였다.
반면 국내 주식시장은 개인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9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1조20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운 데 이어 이날에도 8300억원이 넘는 주식을 매도하며 이틀간 2조원 가까이 던졌다.
증권가에선 오는 14일 탄핵안이 부결되는 등 정치 불확실성이 단기간 해소되지 않으면 개인 투자심리가 더 위축되고 관망세도 짙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연말 또는 내년 초까지 코스피 2200~2300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성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치 리스크가 잔존하는 한 추세적 반등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시위 확산과 정국 불안 등은 최근 회복 가능성이 내비치던 경기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더해 오는 17~18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공개위원회(FOMC) 결과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FOMC에서 내년 금리 인하 폭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고, 미국의 임시 예산안 마감일인 오는 20일과 부채 한도 마감일인 내년 1월 1일이 다가옴에 따라 주가는 제한된 박스권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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