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 4분기도 ‘칼바람’ 전망…쉽지 않은 업황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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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등 주요 면세점 4사가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희망 퇴직, 신규 브랜드 유치 등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사진 출처=뉴시스]
[사진 출처=뉴시스]

【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3분기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등 주요 면세점 4사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국내 면세점의 주 고객이던 중국 관광객의 소비 감소, 단체에서 개별 위주로의 여행 트렌드 변화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인천공항 내 입점 면세점의 경우, 임대료와 특허 수수료 감경 혜택 종료 등의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이에 4분기는 물론, 내년까지도 업황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자구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한 7994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주 고객층인 중국 관광객의 소비 둔화와 내수 소비 부진 등의 요인으로 460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면세점을 포함한 모든 면세업계가 3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신라면세점은 3분기 매출 8448억원을 기록했다. 1·2분기 각각 59억원, 7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3분기에는 387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적자 전환했다. 신세계면세점도 마찬가지다.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한 4717억원을 기록했지만, 16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2022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현대면세점은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한 228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80억원의 적자를 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이후 업계에서는 밝은 전망을 기대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면세점 최대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 매출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 내수 경제 부진으로 소비 규모가 감소하고 있으며, 단체 관광 위주에서 개별 여행으로 트렌드가 변화했다. 면세점 쇼핑 등을 중점에 두던 단체 관광과 달리 개인 여행객들은 체험 위주의 관광을 선호한다. 한국 면세 상품을 대량 구매하던 중국 따이궁(보따리상)도 크게 감소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 국내 면세점 이용객 수는 전년 대비 19% 늘어났지만, 매출액은 10% 감소했다. 외국인 매출이 14.7% 줄어든 영향이 컸다. 객단가도 크게 낮아졌다. 지난 2021년 266만4000원에 달했던 면세점 객단가는 올해 상반기 53만5000원까지 낮아졌다. 

인천공항 내 입점한 면세점의 경우 임대료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입찰에 실패한 롯데면세점을 제외한 신세계·신라·현대면세점이 현재 인천공항에 입점해 있다. 신세계와 신라면세점은 전체 면세 구역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DF1~DF4를 나눠 가졌다. 현대면세점은 DF5 구역을 확보한 상황이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신규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하며 공항 이용객 수에 따라 임대료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기준을 변경했다.

공항 이용객 수가 늘어나면 임대료도 증가하지만, 여행객 증가 대비 면세점 이용자 수는 아직까지 회복하지 못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9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46만4300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9월 방한 외국인 145만9664명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이용 외국인은 2019년 2002만명에 달했는데, 지난해는 602만명으로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허 수수료 감경 혜택 종료도 업계의 큰 고민거리다. 면세점은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특허 수수료로 정부에 지불한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제공되던 수수료 50% 감면 혜택도 올해로 종료되면서 업계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당시에는 특허 수수료의 50% 감면 혜택이 지원됐다. 1년치 특허 수수료는 다음 해 3월에 납부하며, 이에 따라 2024년 매출액에 대한 특허 수수료는 2025년 3월에 납부해야 한다.

[사진 출처=신세계면세점]
[사진 출처=신세계면세점]

4분기는 물론, 장기적인 측면에서도 업황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각 사는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구책을 펼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2015년 창사 이래 최초로 희망퇴직을 단행했으며, 유신열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진이 급여 20%를 반납했다. 유 대표 직속 비상경영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매출 확대와 영업이익 개선을 위해 신규 매장을 추가 오픈하며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점에는 뷰티·주류 테마존을 포함한 신규 매장이 오픈됐고, 내년 상반기에는 럭셔리 브랜드 듀플렉스 매장도 선보일 예정이다. 고객이 직접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시향·시음 공간도 마련해 구매로 이어지도록 전략을 세웠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고객 경험을 키워드로 체험 콘텐츠와 MD 강화를 통해 매출을 확대 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라면세점도 지난 8월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신라면세점은 지난 7일 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는 재무구조 개선과 면세점 사업 정상화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신라면세점은 내실 경영을 통해 업황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국제공항에서는 화장품·향수, 주류 등 주요 매장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제2여객터미널에는 총 77개 뷰티 브랜드로 구성된 화장품·향수 매장을 오픈했으며, 인천국제공항 내 주류 매장 중 가장 큰 규모의 매장을 새로 열어 소장 가치가 높은 고연산 위스키와 돔 페리뇽 빈티지 샴페인 등 희귀 제품들을 단독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공항 최초로 ‘겔랑 얼티메이트 부티크’를 제2여객터미널에 오픈하며 고급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에어비앤비 차이나와 업무 협약을 맺어 중국 MZ세대 관광객을 겨냥한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방한 관광객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 중국 관광객 공략에 나섰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어려운 업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경영 실적 개선을 위해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면세점은 희망 퇴직과 관련된 공식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새로운 BI(Brand Identity)를 공개하고, 명품 브랜드 유치에 힘쓰고 있다.

현대면세점은 지난달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생로랑, 제2여객터미널에 발렌시아가를 입점시켰으며, 루이비통, 샤넬, 구찌를 포함해 총 26개의 명품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어 인천공항 입점 3사 중 가장 많은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무역센터점에서는 7월 펜디, 10월 생로랑 매장을 오픈했으며, 이달 중 발렌시아가 매장을 추가로 열 예정이다. 동대문점에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K패션 브랜드인 마뗑킴 등을 새롭게 입점시키며 K-패션 라인업을 강화했다.

롯데면세점은 실적 악화에 따라 지난 8월 두 번째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인천공항 입찰 당시 비교적 보수적인 금액을 투찰한 결과 현재 공항 매장에는 입점하지 않아 임대료 부담은 덜하지만, 시내 면세점에서의 수익 창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고환율로 인한 국내 소비자들의 지출 감소와 이커머스, 직구 등 쇼핑 채널 다양화로 경쟁이 심화돼 마찬가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국내외 비면세 신사업과 고객 선호도를 반영한 MD 개편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 중이다. 상대적으로 반등 가능성이 높은 해외 지점에도 눈길을 돌렸다. 최근에는 일본 롯데면세점 긴자점에 힘을 싣고 있는 모양새다. 

K-패션 카테고리도 강화하고 있다. 이에 꾸준히 매출이 증가하며 수입 패션 브랜드를 앞서는 신장률을 보였다. 올해 3분기 K-패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댄스 스튜디오 ‘원밀리언’과 협업해 패션 브랜드 ‘싱귤러’를 론칭하며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하고 있다. 시내 면세점에서는 외국인 고객 연령대가 낮아짐에 따라 트렌드를 반영한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오픈 중이다. 

하지만 면세점들의 다양한 자구책 모색에도 단기간 내 뚜렷한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4분기는 물론 내년까지도 업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내년부터 특허 수수료 감면 혜택마저 종료되면서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계 내부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단기적으로 효과를 보기는 쉽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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