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사고 논란’ 보잉기 30대 구매….”美 이래도 합병 승인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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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 보잉 항공기 30대 주문 예정

조원태 “보잉 강한회사… 경영 믿는다”

아시아나 합병 승인 미국만 남아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대한항공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이 결함 논란에 휩싸인 미국 보잉사의 항공기 30대의 주문 가능성을 시사했다.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심사가 미국 한 곳의 승인 만을 앞둔 가운데 미국 정부에 ‘무언의 딜’을 제안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례총회에 앞서 블룸버그통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조 회장은 “영국에서 7월 말에 시작되는 판버러 에어쇼에서 최종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에어버스 A350과 보잉 787 드림라이너를 고민 중인데 최종 결정은 보잉 787 드림라이너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보잉사의 항공기는 최근 안전성 논란이 불거진 상태다. 조 회장이 언급한 787 드림라이너 기종은 물론 787 맥스9 등 다양한 기종에서 상공에서 동체가 파손되는 등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잇단 안전사고에 데이비드 캘훈 보잉 CEO는 올해 말 사임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항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 문제에 휘말린 상황임에도 조 회장이 보잉 항공기 도입을 결정한 것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심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대한항공은 미국의 심사만을 남겨두고 있으며, 미국이 승인하지 않을 경우 합병은 무산된다.

보잉의 안전 이슈를 의식한 듯 조 회장은 “보잉은 강한 회사”라며 “보잉의 경영진을 믿는다. 극복해 나갈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대한항공은 최근 보잉사보다는 에어버스사의 항공기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오기도 했다. 지난해 에어버스의 A321네오 항공기 20대를 주문한 데 이어 올 초 EU의 조건부 승인 이후 지난 3월 에어버스사의 항공기 33대 구매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에어버스는 유럽의 대표 항공사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보잉 항공기 대량 구매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미국의 합병 승인 여부 결정을 앞두고 미국 업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의 기업결합 승인에 미국 항공기 구매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더라도, 최근 안전문제로 어려움에 처한 보잉에 일감을 제공함으로써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과거 국가간 상대국의 기재를 사들이는게 외교나 무역 관계에 긍정적 역할을 하는 전례도 있었다. 앞서 조지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이 중국 정상과 회담을 가진 이후 중국이 보잉사의 항공기를 사들이기도 했고, 지난해 중국의 한 항공사가 보잉 여객기를 4년만에 인도하면서 화해의 시그널이라는 해석도 나온 바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정재계에서는 그간 기재를 통한 외교가 종종 있어왔다. 하나의 관례같은 것”이라며 “특히나 결함 문제가 크게 불거진 보잉사의 항공기를 대거 구매하겠다고 외신과 공식적으로 인터뷰를 한 것은 미국 승인을 염두에 두었다고 충분히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유럽 조건부 승인 앞뒤로 에어버스사의 항공기를 구매하고, 미국 승인 전 보잉사의 항공기를 구매한 것을 그저 우연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대한항공도 긴 시간 기업결합을 위해 힘써왔기 때문의 나름의 노력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보잉사 기재 구매를 암시한 인터뷰 자리에서 조 회장은 미국 기업결합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 회장은 “10월 말까지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우리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요구한 모든 것을 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2021년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14개국에 신고했으며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승인을 득했다. 미국의 승인을 따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결합심사를 마무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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