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에서 아시아까지”…삼성·LG전자, AI 앞세워 글로벌 공조 시장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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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국내 양대 가전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근 잇달아 글로벌 냉난방공조(HVAC)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탈탄소·친환경 트렌드로 유럽과 미국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수단으로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모델이 DVM 라인업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HVAC 기업 ‘레녹스’와 손잡고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이 합작법인은 삼성전자 50.1%, 레녹스 49.9% 지분으로 올 하반기 미국 텍사스주 로아노크에서 출범한다.

레녹스는 1895년 설립된 가정용·상업용 HVAC 분야 전문 기업으로, 북미에서 직영점뿐만 아니라 홈 빌더 파트너들과도 폭넓은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기존 유통망에 레녹스의 유통망까지 판매 경로를 확대할 수 있고, 레녹스는 유니터리 제품 외에 삼성전자의 개별공조 제품까지 판매해 사업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번 합작 법인 설립을 통해 북미 시장에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개별 공조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단독 주택 중심의 북미 지역에서는 주택의 천장 공간이 넓어 덕트 설치가 용이해 ‘유니터리’ 방식의 비중이 높으나, 최근 들어 공동주택과 중소빌딩 공급이 늘어나면서 개별 공조 시스템과 유니터리·개별 공조를 합친 ‘결합형’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비스리아에 따르면 올해 320억달러(약 43조원) 수준인 북미 공조 시장은 오는 2034년 488억달러(약 6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삼성전자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스마트폰, 반도체 분야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현지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AI 라이프 솔루션’과 연결 경험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1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북미 최대 공조 전시회 ‘AHR 엑스포’에서 선보인 상업용 솔루션 ‘DVM S2’ 시스템에어컨이 대표적이다. AI 기술이 접목된 이 제품은 냉방 운전 패턴의 변화와 실외기 상태를 학습해 기존 대비 약 20% 빠르게 냉방한다. 또 낙차나 배관 길이 등 설치 환경을 파악한 뒤 온도·압력을 최적해 컴프레서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를 절약한다. 이 외에도 영하 25℃의 극한에서도 난방 성능을 100% 구현한다.

컨설턴트들이 마곡 LG 사이언스 파크에서 LG전자의 건물 에너지 관리 솔루션(비컨)을 소개받고 있다. [사진=LG전자]

LG전자도 최근 HVAC 사업을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보고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앞서 조주완 최고경영책임자(CEO) 사장은는 지난해 B2B 사업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하는 가정·상업용 냉난방공조 사업 매출을 오는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성장시켜 글로벌 탑티어 종합공조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LG전자는 지난달 28일 ‘2024 LG HVAC 리더스 서밋’ 행사를 열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의 탑티어 HVAC 컨설턴트를 초청해 다양한 공간에 적용하는 LG전자의 고효율 주거·상업용 HVAC 솔루션을 선보였다. LG전자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은 상업용 빌딩 건설 확대와 각 정부의 고효율 에너지 정책으로 고성장이 기대되는 주요 전략 시장이다. 올해의 경우 시장 규모는 47억달러(약 6조4050억원)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최근 미국 현지에 구축되는 대형 데이터센터 단지에 일명 ‘칠러’를 활용한 5만 냉동톤(RT) 규모의 냉각시스템을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다. ‘칠러’는 냉매로 물을 냉각시켜 차가운 바람을 만들고 냉방을 공급하는 설비로 공항, 쇼핑몰, 발전소, 데이터센터 등에 주로 쓰인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2011년 LS엠트론의 공조사업부를 인수하며 칠러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후 가정용 및 상업용 에어컨뿐만 아니라 중앙공조식 칠러, 원전용 칠러, 빌딩관리솔루션(BMS) 등을 아우르는 풀 라인업을 확보하며 국내 최대 종합공조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실제 LG전자의 칠러사업은 최근 3년간 연간 15% 이상의 매출 성장을 거뒀다. 특히 지난해에는 2022년 대비 30% 가까운 매출 성장을 보였다.

한편 시장조사기업 IBIS 월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냉난방공조 시장 규모는 584억달러(약 80조원)로 추정되며 오는 2028년 610억달러(약 84조원) 규모로 매년 0.8%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가전 업체들이 그 동안 축적해 온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 공조 시장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다”며 “아직 이 시장에선 국내 기업들이 추격하는 형국이지만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에너지 절약에 강점이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게 큰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AI 데이터센터는 서버 10만대 이상을 가동하는 전력 소모도 크지만, 서버에서 발생되는 열을 식히는 데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며 “AI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의 50%가 냉각용 전력에 사용돼 전력 효율화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만큼 AI 시대의 최종 주도권은 열(熱) 관리 업체가 차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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