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막히니 보험 담보로 대출… 불황형 해지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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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의 폐점 매장에 놓인 대부업체 광고지. /뉴스1
명동의 폐점 매장에 놓인 대부업체 광고지. /뉴스1

서민들이 급전 창구로 손꼽히는 보험계약대출(보험약관대출)로 몰리고 있다. 은행·저축은행이 연체율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였기 때문이다. 급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손해를 보더라도 보험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을 해지할 경우 받을 수 있는 해약환급금의 최대 95%를 대출받을 수 있는 금융 상품이다. 대출 과정에서 별다른 심사 절차가 없기 때문에 신용도가 낮은 서민이 주로 활용한다. 통상 보험계약대출이 늘어났다는 것은 불황을 겪는 서민이 늘어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71조원을 기록했다. 전년 말(68조원)보다 4.4%, 2021년 말(65조8000억원)보다 7.9% 각각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서민들이 보험계약대출을 찾는 이유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여서다. 지난 3월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과 인터넷은행(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919.5점이었다. 신용점수 3등급(832~890점)은 고신용자로 분류되는데, 이들조차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셈이다. 대부업체조차 법정 최고이자율(연 20%)로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대출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보험계약대출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다. 지난달 생명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 평균금리는 5.16%로 같은 기간 카드사 대출금리(15.6%)보다 낮다. 앞서 생명보험사들은 보험계약대출의 가산금리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라는 금융 당국의 주문을 받자 ‘상생금융’ 차원에서 가산금리를 일제히 1.5% 수준으로 낮췄다. 교보생명은 금리확정형 보험계약대출의 가산금리를 지난 2월 1.99%에서 지난달 1.5%로 낮췄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도 1.78%에서 1.5%로 인하했다. 보험계약대출 금리는 기준금리(공시이율)와 가산금리를 합한 것으로 설정된다.

지난 8일 서울 시내 상가 공실에 대출 전단지, 고지서 등이 방치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 시내 상가 공실에 대출 전단지, 고지서 등이 방치돼 있다. /연합뉴스

보험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도 늘었다. 종신보험이나 저축성 보험 등은 특정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할 때 낸 보험료 이상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원금 손실을 보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럼에도 보험 계약 해지 건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당장 돈이 급한 서민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계약을 해지한 것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계약 해지로 생명보험사가 지급한 해약환급금 규모는 7조3750억원으로 지난 1월(4조1524억원)보다 77.6% 증가했다.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내지 않아 계약이 해지됐을 때 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하는 효력상실환급금은 같은 기간 85% 증가한 2812억원으로 집계됐다. 효력상실환급금 규모가 늘어났다는 것은 보험료조차 내기 힘든 서민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런 흐름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 보험업계에선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불황이 계속되면 계약 해지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계약 해지가 늘어나면 ‘불황형 해지’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라며 “경제 상황이 지금보다 더 나빠지면 해지율은 더 늘어날 것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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