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도 한국 안 떠나는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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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순매수세 2분기 중반까지
환손실 위험에도 저가 매수 러시

7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57.73포인트(2.16%) 오른 2734.36을 나타내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원·달러 환율 상승에도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Buy Korea)’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 2분기 들어서는 반도체, 자동차, 기계 등 업종을 집중적으로 매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도체에 1조3600억…자동차·기계도 ‘줍줍’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2일부터 1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4024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넉 달째 순매수 행렬을 계속한 데 이어 5월 초에도 한국 증시에 자금을 넣고 있다.

외국인은 △1월 3조4828억 원 △2월 7조8583억 원 △3월 4조4285억 원 등 1분기에만 총 15조7696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지난달에는 3조3726억 원어치를 쓸어 담았다. 4개월 이상 지속된 외국인 매수세는 지난해 2월~5월에 이어 2000년 이후 2번만 확인된다.

원화 약세 국면에서 외국인이 ‘사자’를 지속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원화가 약세일 때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 환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최근에는 원화 약세를 오히려 한국 주식 저가 매수 기회로 봤다고 할 수 있다.

외국인은 2분기 들어 이익 모멘텀 개선이 예상되는 업종에 자금을 쏟아부었다. 반도체, 자동차, 기계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4월 한 달간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산 업종은 반도체로, 액수는 1조3596억 원에 달했다.

그 뒤를 자동차(1조128억 원), 기계(5622억 원), 상사·자본재(3120억 원), 화장품·의류·완구(1463억 원) 등이 이었다. 이들 업종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산업에 주력하거나 수출 비중이 커 고환율 수혜가 예상된다는 특징이 있다.

연초 이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인 삼성전자(8조3068억 원)는 반도체 매출에 힘입어 1분기 영업이익 6조6000억 원이라는 깜짝 실적을 냈다. 순매수 2위에 오른 현대차(2조9148억 원)는 환율 덕을 보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1조2629억 원)도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급증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꺼지지 않는 밸류업 기대감…저PBR까지 확산

증권가는 한국 증시를 향한 외국인 러브콜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그간 외국인 매수세가 유지된 업종뿐 아니라 주가가 저평가된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관측했다.

그 배경에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외국인의 기대감이 있다. 올해 두 차례 발표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방안에 국내에서는 강제성이 부족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이와 달리 외국인은 제도의 단기적 효과보다 제도 시행에 따른 중장기적 거버넌스 변화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1월 말 외국인은 밸류업 업종을 대거 매수했다가 3월 들어 매도 우위로 돌아선 바 있다.

4월 이후 밸류업 관련주를 둔 외국인의 투자심리는 살아나고 있다. 대표적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업종인 금융의 경우, 외국인은 지난달 1일부터 우리금융지주(546억 원), 삼성화재(438억 원), KB금융(363억 원), 신한지주(325억 원) 등을 순매수 중이다.

증권가는 2분기 반도체, 자동차, 기계, 은행, 보험 등에 관심을 가질 것을 제안했다. 강민석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연초 이후 국내 증시의 주요 매수 수급은 외국인으로, 외국인 수급의 수익률 결정력이 높다”고 분석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이후 국내 주식을 가장 공격적으로 순매수한 국가는 영국계로, 밸류업 프로그램과 엔화 강세 가능성, 과거 대비 낮은 영국계 자금 시가총액 비중을 고려하면 영국계를 포함한 유럽계 자금의 추가 매수세를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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