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 실적 선방 이면에 ‘이자 이익’…고금리 수혜 톡톡 [1Q 금융실적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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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금융권 실적발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 기대감은 높지 않았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각사가 자율배상에 나선데다, 정부 주도의 밸류업 프로그램 대상으로 금융주가 우선 손꼽히면서 주주환원책 역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일단 선방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실제 내용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올해 1분기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실적은 ‘이자 이익’이 주도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충격을 상쇄하는데 고금리가 적지 않게 기여한 것. 당분간 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 않아 지금과 같은 분위기는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5대 금융그룹 이자이익 증감 비교. /한재희 기자
5대 금융그룹 이자이익 증감 비교. /한재희 기자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이 따르면 5대 금융지주의 이자 이익 총합은 12조59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이상 증가했다. KB금융의 이자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6% 증가한 3조1515억원, 신한금융은 같은 기간 9.4% 성장한 2조8159억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과 농협금융 역시 각각 2.1%, 8.6% 증가한 2조2206억원, 2조2049억원으로 집계됐다. 우리금융만 유일하게 0.9% 감소한 2조1908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선방 배경엔 ‘이자장사’…고금리 효과 톡톡

이자 이익 증가는 고금리 장기화 영향이 크다. 기준금리가 1년 이상 3.5%에 묶여 있는 데다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 준거가 되는 은행채(AAA·무보증) 5년물 금리가 3% 후반대에서 고공행진 중이라 이자 이익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이자 이익 규모를 불렸다. 신한은행의 3월말 원화대출금은 298조200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2.7% 증가했다. 가계 대출은 1.2%, 기업 대출은 3.9% 늘었다. 

국민은행 역시 가계 대출과 기업 대출이 소폭이지만 꾸준히 늘었다. 은행의 원화대출금은 344조원으로 전년 말 대비 0.6% 증가했다. 가계 대출은 전년 말 대비 0.4%, 기업 대출은 같은 기간 중소기업과 대기업 대출이 고른 성장을 보이며 전년 말 대비 0.7% 늘었다.

하나은행은 기업대출이 크게 늘었다. 대기업 대출이 지난해 말 2조5840억원에서 2조7747억원으로 7.4%, 중소기업 대출도 13조2893억원에서 13조6013억원으로 2.3% 증가했다. 가계대출은 12조8403억원에서 12조8929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기업금융 우선 정책을 편 우리은행의 경우, 원화 대출은 315조9780억원을 기록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합친 기업 대출 175조4330억원, 가계대출 136조560억원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4%, 4.0% 증가했다. 

대출 집중은 은행의 순이자마진(NIM) 개선으로 이어졌다. 1분기 실적에서 ‘리딩금융과 리딩뱅크’를 모두 탈환한 신한금융그룹·신한은행의 1분기 순이자마진(NIM)은 각 2.00%, 1.64%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0.06%포인트, 0.05%포인트 올랐다.

KB금융그룹과 KB국민은행의 1분기 NIM도 각 2.11%, 1.87%로 같은 기간 각각 0.07%포인트, 0.08%포인트 개선됐다. 하나금융그룹과 하나은행 1분기 NIM은 1.77%, 1.55%로 전년 동기 대비 0.11%포인트, 0.13%포인트 떨어졌다. 

우리금융그룹의 NIM은 1.74%로 지난해 동기 1.91% 대비 0.17%포인트 떨어졌다. 우리은행 NIM은 1.50%로 같은 기간 1.65% 보다 0.15%포인트 줄었다.

이성욱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핵심 예금 비중을 지속 증대하고 향후 본격적 금리 하락에 대비한 자산부채 구조 최적화로 NIM 하방 압력에 적극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그룹의 이자 이익은 올해도 견고한 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불확실한 만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불투명해져서다.

이종민 KB국민은행 부행장은 지난 25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기존 전망 대비 늦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올해 은행 NIM의 향후 하락 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대 금융지주 로고 이미지 / IT조선
5대 금융지주 로고 이미지 / IT조선

수익성 개선, ‘이자 아닌 비이자’ 지향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긴 했지만 ‘이자 장사’ 논란은 은행에게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총선 직후라는 시기를 감안할 때,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이 어디로 튈지도 고민거리다. 여론을 타개할 만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 이에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수수료 수익 등 수익 다각화 전략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 제고도 급하다. 신한금융의 경우 올해 1분기 해외 부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다른 금융그룹보다 홍콩H지수 ELS 충격이 덜했다는 평가다. 신한금융의 글로벌 당기순이익은 21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4% 늘었다. 그룹 손익에서 글로벌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6.3%로 작년 같은 기간(11.4%)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전체 그룹에서 비은행 부문 기여도는 34.5%로 1년 전(37.0%)과 비교해 2.5%포인트 떨어졌다. 신한카드 실적은 취급액 증가와 마케팅 비용, 상품 가격 효율화 등으로 개선됐지만 증권사를 비롯해 캐피탈, 자산신탁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손익이 줄었다.

하나금융의 경우 비은행 계열사 기여도가 지난해 4.7%에서 올해 1분기 22.4%로 크게 늘었다. 하나카드가 1년 전보다 164.9% 성장한 5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전분기 2782억원 순손실을 기록한 하나증권이 899억원의 순익으로 돌아섰다. 

그룹 전체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95.8%에 달하는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기여도가 미비하다. 증권과 보험 등 계열사가 없는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농협금융 역시 비이자이익이 50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쪼그라들었다. 수수료이익과 유가증권운용이익이 모두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계열사별로 보면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 농협캐피탈이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역성장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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