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을 사러 백화점이 아닌 중고 플랫폼을 찾는 젊은 소비층이 늘고있다. 소비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 탓에 저렴하게 명품을 구매할 수 있는 중고 플랫폼을 찾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중고로 산 제품을 싼값에 되팔고 다시 새로운 상품을 구매하면서 중고 거래 시장에서 큰 손으로 떠올랐다.
16일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이 플랫폼에서 중고 패션 거래 규모는 5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거래금액인 4600억원보다 13% 늘어난 수치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해당 플랫폼 내 중고 패션 거래 규모는 빠르게 급성장 중이다. 거래금액은 2019년 4692억원에서 2020년 5779억원, 지난해에는 9768억원까지 급증했다. 상반기 추이로 봤을때 올해는 거래액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해당 플랫폼에서 패션 아이템을 중고거래로 매매하는 주고객층은 MZ세대로 전체의 78%에 달한다.
MZ세대들이 중고 플랫폼을 통해 패션 상품을 거래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무엇보다 중고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좋은 품질의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데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MZ세대의 경우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높은데 중고 플랫폼을 이용하면 고가의 패션 아이템도 쉽게 사고팔 수 있어서다.
실제 번개장터 내 게시글을 살펴보면 “구매해서 5번 썼다” “구매한지 3일 됐다” 혹은 “다른 제품 구매하려고 판다” 등의 글이 눈에 띈다. 상품 판매 후 돈을 보태 다른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 패턴을 나타낸 것. 중고명품 거래앱 ‘턴백’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MZ세대의 50% 이상이 명품 구매 후 1년 이내에 중고로 재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00만원에 구매한 가방을 1년뒤에 600만원에 재판매해 한달에 8만원, 혹은 하루에 커피 한 잔 값으로 명품 브랜드를 소비하는 셈이다.
이와 더불어 개인의 개성과 스타일에 맞게 고품질의 상품을 중고로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국내에서 ‘Y2K(90년대 중반~2000년 초반까지 유행한 세기말 패션)’에 이어 ‘올드머니룩(은근한 고급스러움을 드러내는 스타일링)’이 유행하면서 중고 패션 상품을 찾는 고객이 늘었다. 오랫동안 인기를 끈 클래식 브랜드의 중고품을 매입해 개성을 드러내려는 ‘디깅 소비(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비용 지불을 망설이지 않는 소비 성향)’가 활발히 이뤄진 것. 실제 번개장터에서 패스트 패션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멋과 가치가 더해지는 클래식 브랜드의 거래액이 312% 가량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팬데믹 기간 특수를 누리던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주춤하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의 해외 유명 브랜드(명품) 매출은 6월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9%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 4월 4.5%, 5월 1.9%에 이은 성장률 둔화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번개장터의 경우 이용자의 약 70%가 MZ세대인데 중고 패션 거래액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패션 부문이 전체 거래액의 약 44%를 차지하고 있다”며 “중고 패션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가파르게 성장하며 향후 신상 패션 시장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