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건이 DC 첫 작품으로 ‘슈퍼맨’을 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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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확장 유니버스(DCEU)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명실공히 히어로 장르 세계관의 양대 산맥입니다. ‘라이벌’로 여겨져 왔지만 전자가 후자를 시원하게 이긴 적은 없습니다. DCEU 작품들이 원작 만큼의 흥행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몇몇 속편 제작을 취소하는 사이, MCU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라는 명작을 뽑아내며 세계관의 한 단락을 마무리했죠. 그러나 MCU의 득세도 길지는 않았습니다. 무리하게 확장된 배경과 등장인물들은 결국 적지 않은 골수 마블팬들의 외면을 받았거든요. 히어로물의 위상이 예전만은 못합니다. ‘마블 왕국’이라 불리던 한국에서도요.

이런 상황에서 수장을 두 번 갈아치운 DCEU가 작심하고 반격에 나섭니다. MCU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아버지인 제임스 건을 수장으로 불러들이고, 그에게 리부트 세계관 첫 작품인 〈슈퍼맨〉의 메가폰을 쥐어줬거든요. 앞서 제임스 건은 과거 발언 논란으로 디즈니에서 해고당한 후 DCEU에서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이후 MCU에 복귀했지만, 2022년부터 DCEU로 완전히 적을 옮겼습니다.

잭 스나이더가 12년 전 〈맨 오브 스틸〉로 DCEU의 포문을 열었듯, 제임스 건도 자신이 맡게 된 DCEU의 첫 히어로로 슈퍼맨을 골랐습니다. 감독은 최근 한국 취재진과 진행한 라이브 컨퍼런스에서 그 이유를 설명했는데요. 제임스 건은 “슈퍼맨은 전 세계 슈퍼 히어로의 시초다. 이 캐릭터를 그릴 때 흥미로웠고, 새로운 DCEU의 시작으로서 좋은 영웅이 될 것 같았다”라며 “단순한 이유가 있다면, 내가 슈퍼맨을 너무 좋아한다”라고 말해 웃음을 줬습니다.

그가 〈슈퍼맨〉을 만들며 가장 중점을 둔 건 어릴 적 읽었던 코믹북의 느낌을 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제임스 건은 “슈퍼맨과 메타 휴먼, 그리고 다른 세상의 인물들이 섞인 마법 같은 스토리로 또 다른 세상을 그리고 싶었다”라고 했는데요. 그러면서도 ‘슈퍼맨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어떨까’라는 상상력을 영화에 가미했습니다. 주인공이 어떤 생각을 하고, 지구에서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갈 지 고려해 이야기를 써 내려갔죠. 슈퍼맨이 판타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인간적 감정선을 살려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를 빚어내려 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정말 보여드리고 싶은 게 많다”라고 말을 이었습니다. 슈퍼맨의 시그니처인 비행 장면을 포함한 비주얼 이펙트 장면은 관객들을 스크린 앞으로 불러들일 기술적 장점으로 꼽았고요. 더불어 ‘인간적 슈퍼맨’과 다른 캐릭터, 특히 강아지 크립토와의 관계성 또한 제임스 건이 직접 짚은 〈슈퍼맨〉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슈퍼맨’의 원형이 크리스토퍼 리브라면, 21세기 DCEU ‘슈퍼맨’은 지금껏 헨리 카빌이었습니다. 쟁쟁한 슈퍼맨 선배들 다음으로 배턴을 이어 받은 데이비드 코런스웻은 부담 대신 새로운 캐릭터, 새로운 세대를 언급했습니다. 그는 “젊은 관객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일부가 됐다는 점, 제임스 건의 비전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였다”라고 했어요. 극 중 슈퍼맨의 숙적 렉스 루터로 변신한 니콜라스 홀트는 “데이비드 코런스웻이 슈퍼맨 연기를 너무 잘해줘서 상대적으로 제가 맡은 렉스 루터가 더 끔찍한 역할로 보였던 것 같다”라고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니콜라스 홀트는 당초 슈퍼맨 역할 오디션을 봤었다는군요.

이처럼 새로운 수장, 새로운 배우,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왔다고 자부하는 〈슈퍼맨〉은 과연 자신감 만큼 새로워졌을까요? 영화는 9일 개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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