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층의 공동 작업공간은 직원들이 자유롭게 일하고 영감을 나눌 수 있도록 집 안 거실처럼 꾸몄다.
경기도 평택, 배나무밭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단독주택에 작은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한때 고요함만 가득했던 231m² 규모의 필로티 구조 주택이 이제는 영상 프로덕션 스튜디오이자 오피스로 다시 태어나 고요한 풍경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장소를 옮기지 않고도 숨을 고를 수 있는 여백이 필요하다는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 외부 환경이 주는 완급의 리듬을 내부로 끌어들였어요. 공간이 자연스럽게 시간의 밀도와 속도를 조절해 주는 장치처럼 작동하길 바랐죠.” 레너베이션을 맡은 모르포 유주현 소장이 설명했다.

감독의 개인 작업실은 영화 〈토니 타키타니〉에 나오는 공간을 모티프로 목재 사용을 최대한 절제했다.

정면 벽에는 빔 프로젝터를 설치해 영상 시사회를 진행하며, 시선이 자연스럽게 집중되도록 계획했다.
도쿄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 · 인테리어 그룹 ‘모르포’는 일상의 틈새에서 유토피아적 경험을 이끌어내는 공간을 만든다. 익숙함 속에서 신선한 자극과 회복의 균형을 꾀한 이번 프로젝트는 ‘매개공간’에 대한 주목에서 출발했다. 다양한 협업을 기반으로 영상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는 프로덕션을 위해 상시 협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개방감 있는 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공간에 고유한 기능을 주고 이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엔 그 사이를 부드럽게 이을 수 있는 전이공간, 즉 매개공간에 주목했어요. 매개공간은 사용자의 동선을 연결하고, 각 공간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2층으로 향하는 계단 옆에 길게 낸 창은 단순한 풍경 창이 아니라, 관계를 매개하고 감각을 확장하는 틈으로 기능한다.

욕조는 다각형 공간의 형태를 그대로 따랐다. 기능과 조형 사이의 긴장을 유연하게 풀어주고, 직관적인 즐거움을 담았다.
유주현 소장은 이런 흐름을 확장하기 위해 색과 소재를 적극 활용했다. 매개공간이 시각적으로도 이어지도록 감각적인 전환장치를 곳곳에 배치한 것. 1층 작업공간에서 2층 휴게공간으로 이어지는 계단에 밝은 색부터 짙은 색까지, 점진적으로 농도를 달리하는 목재를 사용해 위층의 분위기를 암시하고, 현관 천장에 도색한 흰색 페인트는 벽을 타고 거실까지 이어져 공간의 경계를 느슨하게 만든다. 이런 연속성은 공간의 분위기와 정서적 온도까지 조율한다. “흰색은 긴장감과 집중력을 높여 몰입을 이끄는 반면, 목재는 편안함과 따뜻함을 더해 긴장을 완화하고 수용적인 상태로 전환시켜요. 공간마다 필요한 감정에 따라 색과 재료를 세밀하게 구성했어요.” 감독실과 작업실처럼 집중이 필요한 공간을 제외한 대부분은 나무 패널로 마감했다. 반복된 소재 사용으로 자칫 단조로울 수 있었지만 디테일의 변주를 통해 풍성하게 채웠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계단 하부에는 ‘팝’한 컬러로 도색한 고가구를 배치해 여백미를 살렸다. 금속 대문 손잡이는 유주현 소장이 수집한 고재를 활용해 제작했다. 기존에 벽이 없어 위험했던 계단에 벽을 설치했다. 컬러로 조명을 완성한 2층 휴식공간.
“톤이 단순할수록 재료의 촉감이나 광택, 깊이감, 빛의 반사 같은 미묘한 차이가 전체 분위기를 좌우하거든요.” 컬러 포인트를 준 격자 천장은 조형적 역할과 동시에 빛을 부드럽게 확산시키고, 수납장을 숨겨 공간을 단정하게 만들었다. 허투루 놓인 부분 없이 정교하게 구성된 디자인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가운데 곳곳에 숨겨진 위트는 이곳을 한층 더 매력 있게 해준다. 계단 복도에 길게 난 창을 통해 외부 풍경이 자연스럽게 시선을 모으고, 계단 아래 쓰임 없이 비어 있던 데드 스페이스에는 ‘팝’한 컬러의 고가구로 경쾌함을 더했다. 욕조는 공간의 비정형 구조를 그대로 살려 귀여운 돛단배 모양으로 완성했다. “특정 조건에서 발생한 비정형적 형상이나 남겨진 여백을 억지로 숨기지 않고 오히려 그 이유를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독창적 형태가 나와요. 저는 기존 콘크리트 구조를 하나의 새로운 자연처럼 느끼거든요. 그 굴곡과 단차를 따라가면서 그 위에 어떻게 반응할지 고민하는 거죠.”

목공 벽의 나무 패널 폭은 오른쪽 세로 창의 너비에서 시작됐다.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해 공간에 자연스러운 리듬감을 더했다.
창의적 작업이 이뤄지는 공간에 반드시 혁신적 기술이나 효율화가 전제돼야 하는 건 아니다. 디지털 작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프로덕션 스튜디오에서는 고도의 몰입이 필요한 시각 작업에서 벗어나 시선을 돌리고 숨을 고를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이 더 요긴할지도 모른다. 구성원 사이의 자연스러운 교류를 통해 창의적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순간들. 모르포는 바로 그런 순간을 위해 정신적 회복과 관계적 유연성을 이룰 수 있는 공간적 요건을 세심하게 고민했고, 그 결과 스튜디오는 창작과 휴식, 몰입과 교류가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장이 됐다. 집중과 이완을 자유롭게 오가는 이곳은 일과 쉼의 경계를 새롭게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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