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오 소라 감독이 입은 니트는 Masu. 쿠리하라 하야토가 입은 레이어드 톱은 Egonlab. 그레이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히다카 유키토가 입은 티셔츠와 팬츠는 모두 ERL.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이후 큰 기대를 모은 〈해피엔드〉는 네오 소라의 첫 장편영화죠. 한국 개봉을 앞둔 시기에 한국을 찾았습니다. 서울은 어떤 도시로 느껴졌나요
쿠리하라 하야토(이하 하야토) 서울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무대 인사나 관객과의 대화(GV) 등을 하면서 한국영화 관객들의 열기와 에너지가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네오 소라 하야토의 말처럼 서울 관객들은 젊고 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정치적 관심도 높은 동시에 ‘팝’적인 감각도 갖추고 있어 균형이 참 좋다고 느꼈습니다. 한국에서 〈해피엔드〉가 상영된다는 사실 자체가 저에게는 큰 기쁨이고,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 정말 궁금합니다.
서울에서 자주 들은 음악이 있다면
히다카 유키토(이하 유키토) 키시모토 료의 ‘Projection’을 많이 들었어요. 피아니스트인데, 최근 자주 듣고 있어요.
하야토 저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Give it away’를 들었습니다.
전개보다 정서와 여운이 중심이 되는 〈해피엔드〉는 감독 특유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합니다. 어떤 이야기와 감정을 만들고 싶었나요
네오 소라 처음 이 이야기를 쓸 때 제게 가장 소중한 친구들을 떠올렸어요. 그들을 향한 애정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고, 촬영하면서 그 감정이 더욱 짙어졌죠. 영화 속 인물 중에는 실제 친구를 모델로 한 캐릭터들도 있어요. 결국 이 영화는 친구들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긴 작품입니다
‘유타’와 ‘코우’를 연기한 두 분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하야토 제 인생 첫 대본이었어요. 처음 읽었을 때는 그냥 ‘우정에 관한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죠. 처음엔 감독님의 메시지를 다 이해하지 못했어요.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니 그 메시지들이 훨씬 깊게 와닿았고, 덕분에 배우 인생에서 좋은 출발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유키토 그때 제가 열아홉 살이었거든요. 고등학생 시절이 옛일처럼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까운 일이었어요. 그래서 대본 속 인물들에게 공감도 많이 했고요. 처음엔 별생각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나중에 완성된 대본을 읽고 나서 그 깊이가 실감 났어요. 첫인상과는 전혀 다른 무게감이 있더라고요.
AI 감시 체제가 도입되면서 학생들의 일상은 점점 방해받기 시작해요. 개인 검열, 차별과 혐오, 자유 억압,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주제를 다룬 결정적 계기가 있을까요
네오 소라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나 옳고 그름에 대한 입장을 전하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제가 살아가면서 보고 느낀 현실을 바탕으로 일본의 근미래를 상상해 보는 작업에 가까웠어요. 그 안에서 우정이 어떻게 변하고, 감정이 어떻게 흔들리는지 기록하고 싶었죠. 핵심은 사회 문제가 아니라 그런 환경 속에서 변하는 ‘우정’이라는 감정이었습니다.
상실이나 죄책감 같은 감정이 조용하게, 거의 무언에 가깝게 표현되는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지진이 일어날 때는 정적이 흐릅니다
네오 소라 영화는 소설과 달리 인물의 생각이나 내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기 어려운 매체잖아요. 카메라를 통해 인물이 외부에서 무엇을 느끼는지 드러내야 하죠. 그걸 직접적인 대사 없이 앞뒤 맥락이나 아주 미세한 표정, 행동 등을 통해 연결해 나가는 게 영화의 특성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하야토는 유타의 감정선을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했나요
하야토 유타는 겉으로 보기엔 밝고, 그저 즐거운 일만 하고 싶은 사람처럼 보일 수 있어요. 실제로 주변 인물과 어울릴 때는 그런 이미지가 더 두드러져요. 하지만 어딘가 외로움이나 고립감을 안고 있는 인물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런 감정을 완전히 드러내기보다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묻어나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감정을 미리 설정하거나 계산하지 않고, 유타로서 그 자리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쿠리하라 하야토가 입은 셔츠는 Mugler.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히다카 유키토가 입은 셔츠는 Hodakova.
한편 유키토가 본 코우는
유키토 코우는 재일 한국인이라는 설정이 있어서 그와 관련된 다양한 공부를 했어요. 감독님이 그런 기회를 많이 만들어줬고요. 제가 그런 정체성을 가진 사람은 아니니까 항상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이라는 표정을 유지했던 것 같아요. 촬영 초반에는 무엇이 정답인지, 어떤 연기가 좋은 연기인지조차 몰랐어요. 감독님께서 특정한 연기 방식이나 톤을 강요하지 않았고, 우리가 느끼는 대로 자연스럽게 해보라고 해서 감각적으로 연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네오 소라 두 사람은 담담하게 “자연스럽게 있었다” “있는 그대로 반응했다”고 말하지만, 이게 정말 어려운 거예요. 이번 연기의 방향성은 대본에 쓰인 설정이라 해도 ‘지금 눈앞에 벌어지는 일’에 진심으로 반응하는 방식이었거든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죠. 상대가 던지는 사소한 감정의 떨림조차 섬세하게 받아들이고, 거기에 반응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건 ‘신뢰’예요. 리허설이나 워크숍을 거치며 감독이 강요해서가 아니라 배우끼리 자연스럽게 쌓아온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연기였어요.
최대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환경을 조성하는 게 감독님의 연출 방식이군요
네오 소라 그렇죠. 예를 들어 ‘형제처럼 여긴 친구에게 배신당하는 상황’ 같은 설정을 주고, 거기에 대해 배우가 정직하게 반응하도록 유도하는 식이에요. 만약 그 반응이 제가 예상한 것과 다르다면 배우의 감정이 달라졌다는 뜻이니까 제가 상황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유키토 감독님께서 촬영 내내 “이건 감정적으로 과장하면 안 돼”라는 말을 자주 했어요. 그 말이 지금도 인상 깊게 남아 있어요.
네오 소라 맞아요. 누가 살짝 건드렸을 때 과한 반응이 나오면 그건 현실적이지 않잖아요. 감정도 마찬가지예요. 충분한 자극이 있어야 그에 맞는 반응이 나오죠. 저는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그게 제일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이미지가 있다면 그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는 상황 자체를 먼저 만들어주는 연출 방식을 선호합니다.
두 배우 모두 연기하면서 개인적으로 공감한 장면이 있었을까요
하야토 체육관에서 리허설할 때 흰 국화를 놓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유타는 자신의 행동이 코우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죠. 그런데 그 후회 없는 행동 뒤에 남는 쓸쓸함이나 외로움 같은 것이 어떤 감정인지 알 것 같았어요.
유키토 저는 어머니에 대한 코우의 태도에 공감했어요. 저도 어릴 때 엄마한테 막말을 한 적 있거든요(웃음).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건 유타와 제가 부조리에 대한 반항으로 교장 선생님이 아끼는 차를 거꾸로 세워놓은 걸 들켰을 때 교장실로 불려가 “네가 이런 식으로 따지고 들면 대학 장학금 추천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며 협박당해요. 그때 교장실 창가 쪽으로 기울인 제 뒷모습이 찍힌 장면이 어려웠어요. 유타에게 “왜 이러고 사냐”고 말하는 장면, 클럽에서 장비를 같이 나른 뒤 계단을 내려가며 “나 갈게”라고 말하는 장면 모두 마찬가지였어요. 감정을 ‘등’으로 표현해야 하는 건 여전히 어렵고, 지금도 확신이 서지 않아요. 아마도 그런 장면은 실제로 그런 상황 속에 있어야 조금이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네오 소라 좁은 출구 앞에서 유타에게 말을 던지는 코우의 장면이 있는데요. 거기서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그 공간을 막고 있다는 사실조차 코우는 의식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그만큼 유타에 대한 감정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의미죠. 그런 현실적 제약이나 좁은 공간, 움직임의 제약을 설정해 주는 것이 연출자의 역할이고, 그 안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건 배우의 몫이에요. 물론 ‘등’만으로 모든 걸 표현할 수 없지만, 배우가 그걸 의식하고 활용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큰 힘이 됩니다.
유키토 맞아요. 그걸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죠. 촬영하며 공부가 많이 됐어요.
감독님은 두 사람에게서 어떤 가능성을 발견했나요
네오 소라 가장 먼저 본 건 캐릭터와 실제 배우가 얼마나 닮아 있는지였어요. 그리고 우정을 그릴 때는 그 감정의 설득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정말 친구처럼 느껴지는 감정, 서로를 좋아한다는 게 화면에서 느껴져야 하니까요. 그래서 두 사람이 서로에게 끌리는 조합인지, 케미스트리가 맞는지도 중요했어요. 하지만 그건 따로 볼 때 잘 안 보여요. 그래서 ‘케미스트리 리딩’을 통해 두 사람을 함께 연기하게 했어요. 보다시피 정말 잘 어울렸고요(웃음). 이 작품에 나오는 하야시 유타, 시나 펭, 아라지, 이노리 키라라까지 모두 훌륭한 조합이었어요. 기적 같은 캐스팅이었습니다.

셔츠는 Aaron Esh. 네크리스와 선글라스는 모두 감독 소장품.
맞아요. 이 친구들은 각자 환경이나 배경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함께 있을 때 전혀 어색하지 않고 어우러지는 모습이 좋았어요
하야토 오디션 때도 그랬어요. 1차 라운드가 끝난 뒤에는 두 명씩 짝을 지어 서브우퍼를 옮기는 장면 일부를 연기했는데, 나중에 그 영상을 다시 보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더라고요. 아무래도 젊은 배우들이고, 처음 만난 사이였으니까요. 살짝 어색한 부분도 있었고요(웃음).
네오 소라 처음 누군가를 만났을 때 ‘이 사람이랑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 때가 있잖아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런 느낌이 오는 순간이요. 그런 식으로 서로에게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제 앞에 기적처럼 나타난 덕분에 이 캐스팅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모든 설정과 환경이 완벽히 맞아떨어져야 했겠네요. 특히 고민이 컸던 장면이 있다면
유키토 아! 하나 떠올랐어요. 제가 다리를 덜덜 떨고 있을 때 테이블 위에 놓인 샤프의 각도. 그거 고민되지 않았어요?
네오 소라 (웃음) 그건 기술적인 부분이었지. 코우가 다리를 떨고 있고, 그 진동이 테이블 위 샤프에 영향을 주는 장면인데요, 그 샤프의 각도 하나까지 정말 예민하게 신경 써야 했어요. 하지만 그런 건 고민이라기보다 좋은 구도를 찾는 과정에 가까웠고요. 진짜 고민이 컸던 장면은 코우가 대규모 시위에 참여하는 시퀀스였어요. 경찰 사이렌이 울리는 장면을 꼭 넣고 싶었는데, 예산이나 여러 현실적 제약 때문에 결국 통째로 빼게 됐습니다. 대신 클럽 장면에서 코우가 사라지고, 유타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는 방식으로 바꿨어요.
대규모 시위 장면을 빼는 결정이 아쉽지는 않았나요
네오 소라 처음엔 아쉬웠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주 적절한 선택이었어요. 카메라가 시위 현장을 따라가지 않고 유타의 시점에 머물면서 코우는 점점 유타와 다른 세계로 떠난 인물처럼 느껴지게 되거든요. 그다음 장면이 유타가 코우와 함께 한 잘못을 홀로 뒤집어쓴 후 꾸지람을 듣는 장면이기도 해서 유타 입장에선 ‘아, 저 사람은 정말 나와는 다른 세계로 가버렸구나’ 하는 감정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어요.
감독님의 단편영화 〈슈가 글라스 보틀〉(2022)은 어린 시절의 향수와 물질적 현실이 어우러지며 사라져가는 공간과 이를 가속화하는 경찰력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그립니다. 장편영화 〈해피엔드〉의 파일럿이라고요
네오 소라 사실 〈해피엔드〉 대본이 먼저였어요. 그런데 처음 장편영화를 만들다 보니 자금도 부족했고, 기획도 쉽지 않았죠. 그래서 ‘그럼 이 이야기를 단편으로 먼저 찍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피엔드〉 이야기보다 1년쯤 앞선 시기를 상상해서 〈슈가 글라스 보틀〉을 만들었어요. 일종의 축소판이었던 셈이죠. 그리고 처음으로 일본에서 촬영한 작품이라 일본식 촬영 방식 자체가 제게는 하나의 실험이었어요. 그때 배운 것을 고스란히 〈해피엔드〉에 녹여냈습니다.
불안 속에서도 10대 소년들의 우정은 빛을 발합니다. 인물 배경을 유년 시절로 한 이유는
네오 소라 유타와 코우는 17~18세 정도의 나이잖아요. 점점 세상을 인식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죠. 개인차는 있겠지만 ‘경계선’ 같은 나이대에 드라마가 생긴다고 생각했어요. 누구는 빠르게, 누구는 좀 더 늦게 깨닫게 되는데 그런 차이 때문에 유타와 코우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해요. 코우는 사회적 답답함이나 부조리를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그 감정을 언어화하진 못해요. 그러다 ‘후미’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그런 감정에 처음으로 윤곽이 생기기 시작하죠. 그때 코우는 자신을 잘 이해해 주는 건 후미이고, 유타는 아직 그 지점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인생을 함께 걸어온 존재는 유타이기 때문에 코우는 유타가 자신을 이해해 주길 바라요. 그런데 유타는 여전히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결국 두 사람 사이에 다시 균열이 생겨요. 그런 관계의 미묘한 틈, 그 균열이 이 영화의 핵심 드라마이자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극중 인물은 모두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 끝이 행복이 아닌 것일 수도 있죠. 세 분의 끝을 상상해 봤나요
하야토 흠… 유타라면 목표나 끝을 설정하지 않을 것 같아요. 현실을 살아가고, 그냥 지금이 즐겁다면 그걸로 된다는 생각이니까요. 물론 장래 희망은 있을 테지만(웃음). 저는 유타의 대사처럼 정말 “즐겁게 죽고 싶다”는 쪽입니다. 유타보다 현실감은 좀 더 있을지도요!
유키토 확실히 극중 인물은 계속 뭔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느낌이죠. 저도 그렇고요. 사실 뚜렷한 목표랄 건 없습니다. 나름 설정해 둔 작은 목표가 있긴 하지만, 계속해서 ‘다음’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상황이라 거기에 집중하고 있어요. 내 인생에 종착지랄지, 끝보다 당장 눈앞에 있는 일을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싶어요.
네오 소라 〈해피엔드〉라는 제목엔 사실 평화나 행복보다 ‘해방’의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억압적인 사회 구조에서 벗어나 정말 아무 걱정 없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면 유타와 코우의 관계도 지속될 수 있었겠죠. 진정한 의미의 해방 상태로요. 물론 그런 이상은 저만의 바람일 수도 있고, 현실성이 부족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해방을 꿈꾸는 데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믿어요. 아, 말을 바꿀게요. 그냥 고양이가 되고 싶어요(웃음). 아무 일도 안 하고,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자유롭게 살 수 있다면 그게 진짜 해피엔드 아닐까요?

쿠리하라 하야토가 입은 셔츠는 Mugler. 팬츠와 슈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네오 소라 감독이 입은 셔츠는 Ludovic de Saint Sernin. 부츠는 McQueen.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히다카 유키토가 입은 셔츠는 Hodakova. 스니커즈는 Converse.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두 사람은 모델로 활동하다 〈해피엔드〉로 첫 배우 데뷔를 했습니다. 삶의 방식이나 가치, 인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 지점은
유키토 음… 저는 어릴 때부터 예술가라는 존재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어봤지만, 결국 취미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어요. ‘나는 재능이 없구나’라고 생각하고 그냥 접었죠. 그래도 창작이라는 행위 자체는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이번에 처음으로 영화 현장에 들어가보니 정말 많은 어른이 각자 맡은 일을 진심을 다해 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하나의 작품을 위해 모두가 움직이는 경험은 정말 자극적이고 감동이었어요. 그 안에서 제가 첫걸음을 뗐다는 사실이 다행이고요.
하야토 바로 지금이 아닐까 싶어요. 이 작품이 제 데뷔작이기도 하고요.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 몇 년이 지난 시점이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 제2의 청춘을 경험한 기분이었습니다.
감독님은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2023)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데 이어 〈해피엔드〉로 아시아 주요 영화제에서 주목받고 있어요. 이런 흐름은 어떤 영감을 안겨주나요
네오 소라 영감이라기보다… 글쎄요. 다음 작품과 연결될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라는 건 결국 관객이 봐주고 반응해 줄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베니스에서 만났던 한 관객은 브라질계 혼혈인데 이탈리아에 살고 있었어요. 그 친구가 제게 “이건 내 이야기다. 내 영화”라고 했어요. 또 어떤 분은 우연히 이탈리아에 체류 중이던 재일 한국인이었는데 “이 영화를 만들어줘 고맙다”고 했죠. 가끔 우리도 음악이나 영화, 책에서 ‘지금 내게 꼭 필요한 작품’을 만날 때가 있잖아요. 〈해피엔드〉가 그런 작품이었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여러 도시를 다니며 상영하고 있는데, 그런 반응을 들은 몇몇 순간이 저에게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됐습니다.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네오 소라 작품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합니다만, 저는 어떤 형태로든 ‘진심’을 담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감독 중 한 분이 오바야시 노부히코인데요. 그분은 “영화는 저널리즘”이라고 하셨어요. 또 한 명인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은 ‘초월적인 진실’을 이야기하죠. 픽션이라는 건 사람들이 지어낸 이야기지만, 실은 다큐멘터리나 저널리즘보다 더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방식일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나 카메라로는 절대 찍을 수 없는 순간이 있어요. 이번 영화도 제가 정말 믿었던 친구와의 우정이 무너질 때의 감정, 그 진실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그걸 보여주려면 픽션이라는 매개가 꼭 필요하다고 느꼈고요.
무한한 가능성을 앞둔 젊은 감독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듯합니다. 다뤄보고 싶은 주제나 최근 주의 깊게 지켜보는 건
네오 소라 지금 네 편 정도 대본을 동시에 쓰고 있어요. 전부 초반 단계지만, 각자 감정의 결이 완전히 달라요.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감정이 중심이라는 거예요. 근데 진짜 날마다 달라요. 오늘은 이 이야기가 당길 것 같고, 내일은 또 저 이야기에 손이 가고요. 지금 어떤 작품에 집중할지 계속 고민 중이에요. 확실한 건 네 편 다 유머가 있어요. 장르가 코미디는 아니지만, 분명 유머가 녹아 있어요. 제가 생각보다 꽤 유머러스하거든요(웃음).
하야토 헤헉! 네 편이나요? 생각보다 많네요. 대단해요!
세 사람이 각자 완벽하게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
네오 소라 맛있는 거 먹을 때?
유키토 일에 관한 이야기를 부모님에게 전할 때.
하야토 음, 친구들과 있을 때 아무래도 행복하죠.
유키토 그럼 지금 우리 완전 행복하잖아(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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