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며, 가톨릭계는 제267대 교황 선출 준비로 바빴습니다. 교황을 추대하는 추기경단 비밀회의 콘클라베가 7일(이하 현지시각)부터 바티칸 시국 시스티나 성당에서 열렸습니다. 여기엔 한국인 성직자 최초의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도 참석했고요. 이번 콘클라베는 모두의 예상만큼 길어지지는 않았는데요. 8일 오후 6시께 성당 굴뚝에서 교황 선출에 성공했음을 의미하는 흰색 연기가 피어오른 거예요.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우리에게 교황이 있다)!
네 번의 투표가 끝난 후 선거인단 수석 추기경인 도미니크 맘베르티 추기경이 이 성 베드로 성당 강복의 발코니에서 교황이 결정됐음을 선언했습니다. 제267대 교황은 69세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으로, 즉위명은 레오 14세입니다. 레오 14세 교황은 가톨릭 사상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인 그는 선대 프란치스코 교황과도 매우 가까운 사이였어요.

레오 14세 교황은 기본적으로 중도 성향이지만 진보적 면모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테면 동성커플 축복에는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도 이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은 제기해 왔거든요. 또 추기경 시절 운영했던 것으로 보이는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는 미국 행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은 게시물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엔 특히 이민 정책에 대한 지적이 많았고요.
강복의 발코니에서 군중 환호에 화답한 레오 14세 교황의 첫 인사는 “평화가 모두와 함께 하길(La pace sia con tutti voi)”이었습니다. 교황은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에는 조건이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용기를 가지고 나아가자”라며 “세상은 그리스도의 빛을 요구한다. 하느님을 잇는 사랑의 다리가 되고 서로서로를 잇도록 노력하자”라고도 했습니다.
레오 14세 교황은 오는 2027년 방한이 확정된 상태인데요. 이는 교황과 가톨릭 청년들이 만나는 행사, 세계청년대회(WYD) 개최지가 서울로 결정됐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레오 14세는 요한 바오로 2세와 프란치스코에 이어 한국을 찾는 역대 3번째 교황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