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가가는 왜 코첼라에서 맥퀸을 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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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있었던 레이디 가가의 코첼라 무대는 그 자체로 하나의 엄청난 작품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무대를 보고 알렉산더 맥퀸과 함께하던 시절의 가가를 떠올렸을 텐데요. 가가와 맥퀸의 인연은 2009년 맥퀸 쇼에 ‘Bad Romance’가 울려 퍼진 순간부터 시작됐습니다. 이때부터 가가에게 맥퀸은 자신의 정체성을 극대화해주는 창조적 파트너가 되었죠. 맥퀸은 가가를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대중문화 안에서 계속 숨 쉬고 있고요. 그럼, 엘르와 함께 가가만의 언어로 확장되어 계속 살아 숨 쉬고 있는 맥퀸과 가가에 대해 알아볼까요?

가가의 코첼라 무대로 다시 재현된 맥퀸 2005 SS 컬렉션

2025년 코첼라에서 선보인 가가의 무대는 마치 가가와 맥퀸의 부활제처럼 보였습니다. 레이디 가가는 ‘Poker Face’를 부르며 체스판을 연상시키는 무대 연출과 의상으로 알렉산더 맥퀸의 2005년 SS 컬렉션 패션쇼 ‘It’s Only a Game’을 재해석했죠. 당시 런웨이는 거대한 체스판처럼 꾸며졌고, 그 위에서 모델들이 체스 말처럼 배치되어 패션 산업의 전략적 움직임을 은유했어요. 가가는 이를 무대 연출로 변주해 자신의 페르소나들이 서로 대결하는 듯한 퍼포먼스를 펼쳤습니다.

맥퀸의 마지막 패션쇼에서 처음 공개한 ‘Bad Romance’

2009년 10월 파리에서 열린 맥퀸의 2010년 SS 컬렉션 ‘Plato’s Atlantis’ 쇼는 기념비적인 이벤트였습니다. 쇼의 피날레에 가가의 ‘Bad Romance’가 MV로 최초 공개되어 패션쇼이자 뮤직 프리미어인,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으니까요.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 쇼는 맥퀸의 마지막 생전 컬렉션이었습니다. ‘Bad Romanc’ 뮤직비디오에 가가는 쇼와 동일한 맥퀸의 미래적이고 실험적인 옷을 입고, 아르마딜로 슈즈를 신고 등장했죠. 두 창작자의 미학이 어우러졌던 그 쇼는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짜릿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가가는 장례식장에서도 맥퀸을 입는다

가가의 2010년 뮤직비디오 ‘Alejandro’에서도 맥퀸의 스타일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특히, 장례식 장면에서 가가가 착용한 검은색 실크 뷔스티에 커스텀 드레스는 맥퀸의 2007년 SS 컬렉션 ‘Sarabande’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에요. 장미 장식의 헤드피스는 맥퀸을 위해 필립 트레이시가 제작한 작품이죠. 특히 드레스 등 관련 의상들은 현재 라스베이거스의 ‘Haus of Gaga’ 전시관에서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데요. 가가의 팬이라면 한 번쯤 꼭 들러보아야겠습니다.

맥퀸을 통해 독보적인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가가

2010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시상식에서 가가는 알렉산더 맥퀸의 2010 FW 컬렉션 드레스와 아르마딜로 슈즈로 레드카펫을 압도했습니다. 이 드레스는 맥퀸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선보인 컬렉션 중 하나로, 미래적인 실루엣과 동물적 형태가 어우러진 작품인데요. 특히 가가의 ‘Bad Romance’ 뮤직비디오에도 등장했던 아르마딜로 힐은 SF영화가 연상되는 30cm가 넘는 굽과 기괴한 형상이 특징으로, 가가만이 자신 있게 소화해 낼 수 있는 맥퀸의 상징적인 아이템입니다.

맥퀸이 떠난 이후에도 아이덴티티를 유지 중인 맥퀸 하우스와 가가의 인연은 쭉 이어져오고 있는데요. 2018년 영화 ‘스타 이즈 본’ 런던 시사회에서 가가는 알렉산더 맥퀸 2013 FW 컬렉션의 금장 자수가 돋보이는 빅토리안 스타일 드레스를 착용했습니다. 진주 장식이 포인트로 들어간 어깨 장식과 풀 스커트 실루엣은 셰익스피어 시대 귀족 여인의 룩을 연상시켰고, ‘스타 이즈 본’에서 보여준 그녀의 배우로서의 새로운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던 스타일링을 선보였습니다.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가는 알렉산더 맥퀸의 블랙 실크 스트랩리스 가운을 착용했습니다. 이 드레스는 심플한 라인에 힘을 싣는 소재감과 잘 재단된 실루엣이 특징인데요. 여기에 오드리 헵번이 마지막으로 착용했던 128캐럿짜리 티파니 옐로우 다이아몬드 목걸이까지 매치해, 헐리웃 황금기의 클래식 글램 룩을 완성했습니다. 무대 위에 오른 뮤지션이 아닌 ‘스타’로서의 가가가 빛났던 순간이었습니다.

가가는 최근 열린 iHeartRadio 뮤직 어워드 시상식에서도 션 맥기르가 디자인 한 맥퀸 2025 FW 컬렉션 드레스를 착용했습니다. 빅토리안 고딕 무드가 강한 이 의상은 레이스 넥라인과 벨 슬리브가 특징이며, 마치 장례식 복과 무대복의 경계를 허무는 듯한 연출이 돋보였습니다. 가가는 이 의상을 입고 ‘이노베이터 상’을 수상해 맥퀸의 예술성과 자신의 정체성을 연결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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