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강지영이 하고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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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는 Ferragamo. 블라우스는 Fabiana Filippi. 〈살인자의 쇼핑몰〉을 비롯해 〈엘자의 하인〉, 곧 출간을 앞둔 〈인간보다 인간적인〉까지 강한 여성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은 강지영 작가.

코트는 Ferragamo. 블라우스는 Fabiana Filippi. 〈살인자의 쇼핑몰〉을 비롯해 〈엘자의 하인〉, 곧 출간을 앞둔 〈인간보다 인간적인〉까지 강한 여성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은 강지영 작가.

어른이 되기를 꿈꾸지만 여섯 번을 죽고 다시 살아나는 인물 ‘재이’의 삶을 다룬 〈죽지 않고 어른이 되는 법〉은 타임 루프물이다
아이가 미래로 넘어가는 관문이 얼마나 혹독한지 판타지적 세계관을 통해 말하고 싶었다.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 재이는 환생을 거듭하며 그 과정에서 오로지 생존이 목적이다. 추위와 배고픔과 싸우는데, 이 추위와 배고픔은 어른들의 무관심과 배신이라고 생각했다.

재이는 상담센터 상담사이자 환생을 거듭하는 ‘소영’과 연대해 종말 같은 경험을 견뎌내고 무사히 어른이 된다
소영의 용기와 희생을 깨달은 뒤에 비로소 재이도 성인이 된다. 이는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마땅히 베풀어야 할 교범이라는 의미로 설정했다. 모성애에 기대지 않고 여성이 연대하기 위해선 서로 이해가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 모든 여자가 어머니가 되는 건 아닌데 왜 우린 어머니의 희생만 숭고하게 여기는지 의아하기도 했고. 혈연이 아닌 재이와 소영을 통해 이를 보여주고 싶었다.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소녀들에게 동화돼 어느새 나를 돌아보는 먹먹함이 생겼다. 작품을 쓰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나
재이는 여섯 번이나 죽고 환생했다. 작중에는 죽음보다 탄생의 고통이 더 컸다는 묘사가 있다. 이 험한 세상에 나는 또 재이를 던져놓았구나 싶어 안쓰럽고 먹먹했다. 탄생은 분명 기쁜 일이지만, 그 이면에 산모는 책임감이나 우울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오랫동안 기쁨을 과장해 출산과 탄생의 쓸쓸함을 덮지 않았을까.

작품을 통해 스스로 발견하려는 것은
죽지 않고 어른이 되는 법을 통해 성장에 대한 내 기준이 나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 한 인간을 키워내는 데는 여러 사람의 희생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그게 작가인 내가 작품으로 또는 활동가로 실천해야 할 일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어른이 되는 방법은
먼 여행길에 오르면 여덟 살 어린 동생에게 늘 책을 한 권 사서 읽기를 강권했다. 만약 지금이라면 기차에 앉아 잡담을 나누고 풍경을 감상하거나 음식을 사 먹었을 텐데 후회가 남는다. 나는 내가 바라는 인간형을 동생에게 고집했던 것 같다. 한 아이가 어른이 되려면 주변 사람들의 인정과 배려가 필요하다. 어른들이 태만하다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또 그 어른을 감시하는 또 다른 어른도 필요하다. 사회가 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한다.

14개 이상의 국가에 수출될 예정인 〈죽지 않고 어른이 되는 법〉.

14개 이상의 국가에 수출될 예정인 〈죽지 않고 어른이 되는 법〉.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비롯해 강지영의 〈심여사는 킬러〉의 유럽, 미국, 일본 등 14개국이 넘는 수출 소식은 문학계에 신선한 에너지를 블어넣었다
한강 작가님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분이고, 대학에서 강의할 때 학생들에게 작가님의 단편을 매해 읽혔다.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한국문학이 항상 내수용으로 활용됐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한국 작가들이 열심히 담아낸 이야기와 감수성이 해외까지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

또 다루고 싶은 여성의 이야기는
신작 출간을 앞두고 있다. 제목은 〈인간보다 인간적인〉이고, 인간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종족에 대한 이야기다. 주요 캐릭터 모두 여성이다. 재이와 소영이 유사 가족의 한 갈래를 보여주었듯 신작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집합과 연대, 투쟁이 그려진다. 특히 액션이 강화돼 호쾌한 재미를 더할 것이다. 내 다음 세대인 재이들을 위해 앞으로도 강인한 여성 캐릭터의 소설을 꾸준히 써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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