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9월 6일은 ‘자원 순환의 날’이었다. 환경부와 한국폐기물협회가 지구환경 보호와 자원 재활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각 가정에서 종이, 유리, 플라스틱 등을 분리 배출하면 제대로 순환되는 것일까? 놀랍게도 2021년 기준, 가정에서 모은 플라스틱의 16.4%만이 실제로 새 생명을 찾았다. 70%가 넘는다는 우리나라 플라스틱 재활용률의 함정은 태워서 발전에 쓰는 양이 압도적이기 때문인데 탄소 발생량이 많아 환경 선진국들은 재활용률에 넣지 않는다고….
반면 국내 유리 재활용률은 70%가 넘을 만큼 높다. 그런데 유리를 녹이는 덴 1500도 이상 열이 필요해 탄소 발생량이 플라스틱보다도 많다는 충격적 사실! 더구나 경제 논리 때문에 우리나라선 투명, 초록, 갈색 외엔 재활용되지 않는다고…. 플라스틱, 유리 소재 화장품, 생활용품 용기 대다수가 그래서 버려진다.
액상 제품을 꼭 써야 한다면, 재사용할 수 있는 용기에 담긴 리필제품도 구비한 상품인지 확인한 후 구입하면 좋다. 내용물만 채워 가며 같은 용기를 계속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한때 바람 불었던 리필 스테이션도 대부분 사라지고, 되려 같은 용기 상품 여러 개를 묶어 파는 마케팅 행태가 유행처럼 번진 상태다.
리필 포장재는 용기(이하 ‘본품’으로 통칭) 대비 플라스틱, 유리 등 원재료를 약 90%까지 적게 쓰고 용기 생산에 드는 탄소, 물 등도 원천 차단한다. 리필 상품을 꾸준히 내고, 자사 제품 용기는 직접 수거해 재활용하는 브랜드들이 소중한 이유.
특정 라인만 리필 가능하거나, 리필제품 몇 개를 갖췄지만 자사 제품 용기에만 맞는 경우. 환경에 신경 쓴다고 홍보하는 브랜드 대부분이 해당한다.
아무래도 이미지가 중요한 대기업 위주다. LG 생활 건강 계열-더후, 숨37˚, 오휘, 더 페이스샵 등은 주력 제품군인 에센스, 크림과 파우더 메이크업 리필제품이 있고 본품보다 약 20% 저렴하다. 아모레퍼시픽 계열 설화수, AP, 아이오페, 비레디 등엔 본품 정가 대비 약 10% 저렴한 리필제품들이 있다.
메이크업 제품 중 샤넬, 디올, 겔랑, 지방시, 헤라 등 소위 ‘백화점 브랜드’도 포함된다. 립스틱 한 종류씩은 기본이며, 아이섀도, 파우더 파운데이션 등 일부라도 리필제품이 있다. 스킨케어론 주로 고가 브랜드와 라인의 호화로운 용기에 꼭 맞는 리필제품들이 포진했다.
전 제품은 아니지만 잘 세척・살균한 같은 용도의 다른 브랜드 용기에도 채울 수 있는 리필제품을 별도 판매하는 경우. 새로운 제품을 시도할 때 용기 수를 늘리지 않을 수 있어 친환경적, 경제적이다.
본품보다 90%까지 플라스틱이 덜 드는 리필 파우치는 헤어, 보디 케어 제품군에 흔하다. 스킨케어 제품엔 드물지만, 실용성을 중시하는 키엘이나 라네즈, 이니스프리, 클라랑스 등이 파우치형 리필을 채택했다.
파우치는 아니지만 이솝은 플라스틱 용기 원료의 97% 이상이 재활용 페트이고, 리필제품과 펌프를 별도 판매한다. 변질되기 쉬운 제품은 사용 후 재활용할 수 있는 갈색 유리 용기에 담으며 전 제품 용기 수거도 한다.
에르메스, 프라다, 끌레드뽀 보떼, 지방시 등 고가 브랜드 메이크업 라인은 대부분 리필을 제공한다. 최근 론칭한 프라다 뷰티의 스킨케어・메이크업은 패션 부문 ‘리나일론’ 캠페인이 그렇듯 지속 가능성도 중요한 정체성이라 전 제품이 리필 가능하도록 출시됐다.
폴앤조, 안나수이, 질스튜어트 뷰티, 케이트 등 일본계 중저가 브랜드 색조 제품들은 립스틱, 파우더 파운데이션, 아이섀도 등 광범위한 리필제품을 갖췄다. 일본 내에선 리필과 용기가 별도 상품지만 외국에선 결합해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시세이도 스킨케어는 퓨처솔루션, 바이탈 퍼펙션, 오이데루민, 에센셜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라인을 리필할 수 있다. 단, 국내에 리필 제품 전체가 들어오진 않는다.
거의 전 제품 리필이 가능하고 소재와 기능이 같은 다른 용기를 써도 무리 없는, 자원 순환에 대한 진심이 보이는 단계.
아로마티카는 2012년부터 용기를 별도 판매했고, 현재는 본품, 펌프, 리필 파우치, 용기 거치대까지 따로 있을 만큼 재사용에 적극적이다. 용기는 유리 또는 100% 재생 플라스틱 소재이며, 공병은 소비자 요청 시 자체 수거해 재활용한다.
록시땅은 샴푸, 컨디셔너, 보디클렌저, 보디 보습제 등 핵심 제품 14종의 리필 파우치를 별도로 판매한다. 용기 원가 내용물보다 비싼 거 아니냐는 의심도 받는 향수는 다행히 리필이 대세가 됐다.
킬리안은 론칭 때부터 리필 가능 용기를 사용해 현재는 디스커버리 세트를 제외한 거의 전 제품을 원하는 양만큼 리필할 수 있다. 딥티크는 액체 향수뿐 아니라 향초, 고체 향수까지 리필제품이 있다. 디올, 랑콤, 에르메스, 티에리 뮈글러, 메종 마르지엘라 등 향수로 유명한 브랜드들 대부분이 최근 2~3년 새 리필제품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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