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미국판매법인은 오는 16일(현지시간) EV9에 대한 사전예약을 시작할 예정이다.
EV9은 미국에서 라이트, 라이트 롱레인지, 윈드, 랜드, GT라인 등 5가지 트림으로 판매된다. 라이트는 국내에선 출시되지 않은 저용량 배터리(76.1kWh) 모델이고, 나머지는 국내와 동일한 99.8kWh급 배터리를 장착했다. 또 싱글모터를 장착한 라이트와 라이트 롱레인지, 듀얼모터 모델인 윈드·랜드·GT라인로 구분된다.
기아는 미국에서 EV9 가격 경쟁력을 신경썼다. 가장 저렴한 EV9 라이트가 5만5900달러(약 7600만원)다. 국내와 구성이 비슷한 라이트 롱레인지~GT라인은 5만9200달러(8000만원)~7만3900달러(1억원) 수준이다.
이는 한국 출시 가격인 7337만~8397만원과 비교하면 9~19% 정도 더 비싸다. 앞서 출시된 EV6는 한국과 미국의 출시 가격 차이가 30% 이상 난다. 물론 기아가 현지에서 금융 프로그램을 통해 할인 혜택을 부여하는 만큼 실구매가격은 더 낮지만, EV9에 대한 초기 가격을 공격적으로 책정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팔리고 있는 다른 기업들의 대형 전기SUV와 비교해도 EV9이 저렴하다. 테슬라 웹사이트에 따르면 보조금 혜택 등이 포함되지 않은 모델X 시작 가격은 7만9900달러(1억1000만원)다. 현지 보조금 지급 조건(8만달러 이하)을 맞추기 위해 지난 1월과 비교해 3만달러 가량 낮췄지만, 여전히 EV9 고급 트림과 비슷한 수준이다. 리비안의 SUV R1S도 시작 가격이 7만8000달러다.
내년 이후 EV9의 미국 가격 경쟁력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는 2024년 2분기부터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EV9 생산할 예정이다. 현지 생산이 시작되면 수출 판매 보다 물류비 절감 등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최대 7500달러(1000만원)의 보조금 혜택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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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9은 기아의 플래그십 전기SUV로서 기대가 큰 모델이다. 다만 국내에서 출시 초기 성적은 부진하다.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간 누적 판매량이 4156대로, 월 평균 1000대 꼴로 팔렸다. 이대로 연말까지 국내 판매 목표치(1만6000대) 절반도 못채울 가능성이 높다. EV9 국내 부진은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전기차 수요 부진과 높은 출시 가격이 꼽힌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 12일 열린 EV데이에서 “EV9 국내 판매가 기대만큼 가고 있지 않다”면서도 “미국·유럽에서는 중상급 가격대고 초기 반응도 좋아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