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체들이 전통적으로 차량 판매가 늘어나는 4분기(10∼12월)에 맞춰 신차를 쏟아내고 있다. 더군다나 올해는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전기차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 확대되고, 현대차그룹이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인증 중고차 서비스까지 이달 개시를 앞두고 있다. 차를 살까 말까 고민 중이던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에 좋은 여건이 펼쳐지면서 자동차 업계의 ‘4분기 성수기 효과’가 어느 때보다 강하게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4분기에 가장 주목을 받는 신차는 5일 출시되는 독일 BMW의 준대형 세단 5시리즈의 완전변경 모델이다. 5시리즈는 1972년 처음 선보인 뒤 전 세계적으로 800만 대 이상 팔린 BMW의 대표 차종이다. 2018년에 잇달아 화재가 발생한 사건 때문에 이미지 타격이 있었지만 여전히 BMW의 제품 중 가장 잘 팔리는 주력 모델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5시리즈는 지난해 2만1166대가 판매되며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2만8318대)에 이어 수입차 연간 판매 2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번에 새로 출시하는 5시리즈는 2017년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8세대 완전변경 모델이다. BMW의 글로벌 5대 시장인 한국의 중요성을 고려해 전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출시된다. 더불어 5시리즈의 전동화 모델인 BMW i5도 이번에 함께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5시리즈는 수입차 1위 자리를 결정짓는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까지는 벤츠가 7년 연속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지만 올 1∼8월 누적 판매에선 BMW가 앞서는 중이다. 5시리즈 신차 효과를 앞세워 BMW의 정상 탈환 가능성도 있다.
일본 도요타도 1997년 처음 출시한 자사의 대표 모델이자 세계 첫 하이브리드 양산차 타이틀을 지닌 프리우스 5세대 완전변경 모델을 연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스웨덴계 볼보는 브랜드 첫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EX30 전동화 모델을 11월에 공개한다. EX30은 이번에 사전 예약을 받은 뒤 실제 고객에게 인도하는 시점은 내년 상반기(1∼6월)다. 이 밖에 일본 혼다가 어코드 11세대 완전변경 모델, 스웨덴계 폴스타는 폴스타2 부분변경 모델 등을 연내 출시한다.
국산차 중에서는 지난달 26일 국내 공개된 제네시스의 ‘GV80 부분변경 모델’과 ‘GV80 쿠페’가 주목을 받고 있다. 2020년 1월에 처음 출시된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SUV인 GV80은 글로벌 누적 17만 대가 팔렸다. 부분변경 모델이 나온 것은 3년 9개월 만이다.
특히 이전에는 없었던 ‘GV80 쿠페’도 라인업에 새롭게 추가되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어로 ‘자르다(couper)’는 뜻의 ‘쿠페’는 뒷좌석 쪽으로 갈수록 천장이 완만하게 낮아지는 차종을 의미한다. 디자인 특성상 뒷좌석 공간이 넉넉하지 않아 그동안 국산차에서는 자주 찾아보기 어려운 형태였다. GV80 부분변경 모델과 쿠페는 이달 중 정식 출시돼 다음 달부터 고객에게 인도가 시작된다.
기아는 카니발의 첫 하이브리드 모델과 K5의 부분변경 모델을 4분기 중 내놓을 예정이다. KG모빌리티는 지난달 공식 출시한 전기차 토레스EVX의 출고를 11월에 시작한다.
4분기에는 전기차 모델들의 할인 공세도 이어진다. 현대차와 기아는 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6, 니로EV 등에 대해 연말까지 120만∼400만 원 할인해 주기로 했다. 정부가 최근 기본 가격 5700만 원 미만인 전기차를 대상으로 자동차 회사의 추가 차량 할인 금액에 비례해 국고 보조금을 최대 100만 원까지 더 지급하기로 발표하자 재빨리 대응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기아의 해당 차량 구매자는 할인액에다 국고 보조금을 24만∼80만 원 추가로 지원받는다.
또한 현대차·기아는 이달 중하순부터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주행이력 5년, 10만 km 미만의 자사 중고 모델을 매입해 직접 점검과 수리를 진행한 뒤 판매까지 맡겠단 것이다. 문제가 있는 차량을 속여 팔거나 허위 매물로 골탕 먹이는 일부 중고차 딜러들의 행태에 실망한 소비자 중에선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고대하는 이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4분기는 재고를 떨어내고자 대대적인 할인 행사가 벌어지는 데다 8, 9월에 휴가 및 연휴로 미뤄졌던 수요가 넘어오는 성수기로 꼽힌다”며 “올 4분기에는 차량 구매를 부추기는 이슈가 많기 때문에 ‘4분기 특수 효과’가 더욱 도드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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