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낮은 입찰가를 앞세워 미국 연방 정부의 전기차 충전소 건설 지원금을 대거 획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덕에 테슬라는 충전 인프라 부문에서도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자동차업계 등에 따르면 테슬라는 현재까지 미 연방 정부가 지급하기로 한 충전소 건설 보조금 7700만 달러(약 1018억 원)의 11%인 약 850만 달러를 가져갔다. 사업 단위로 보면 연방 정부의 지원을 받는 주 정부의 충전소 사업 중 18%가 테슬라 품에 안겼다.
테슬라가 정부 지원을 줄줄이 가져가는 배경에는 타사 대비 절반 가까이 낮은 충전소 설치 가격이 있다. 실제 미국 오하이오와 하와이, 펜실베이니아, 메인, 콜라라도 등 5개 주에서 테슬라의 평균 입찰가는 충전소 부지당 39만 2000달러로 타사 평균인 79만 5000달러의 49%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테슬라 측은 모든 충전 장비를 자체 설계 및 제조해 비용 효율성을 높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테슬라는 현재 미국에 설치된 고속 전기차 충전기 3만 3400개 중 약 60%를 설치했다. 게다가 표준이 다른 타사 전기차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각 슈퍼차저(테슬라 충전소)에 커넥터(매직 독)을 설치하고 있다. 테슬라의 독주가 이어지면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은 아예 테슬라가 쓰는 충전표준인 북미충전표준(NACS)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충전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기보다는 손해를 보더라도 전기차 판매를 위한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WSJ도 “결과적으로 연방 정부의 지원금 수백만 달러를 확보하며 초기 충전망 경쟁에서 테슬라가 승리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