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제너럴모터스(GM)의 인도 공장을 최종 인수하면서 현지 생산 130만 대 체제를 구축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현지 투자를 발표하며 전운이 감돌고 있는 인도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은 확실한 ‘전기차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현대차는 16일 인도 하리아나주의 현대차 인도법인 사옥에서 GM 인도법인과 마하라슈트라주 탈레가온에 위치한 GM 공장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 인도 정부의 최종 승인이 마무리되면 GM 탈레가온 공장 자산에 대한 권리를 완전히 획득하게 된다. 두 회사는 인수 금액을 비공개했다. 중국 창청자동차가 지난해 이 공장 인수를 시도했을 때 제시한 금액은 3억 달러(약 4000억 원) 규모였다.
현대차그룹은 탈레가온 공장 인수로 현지 생산 능력을 현재 대비 10.9% 끌어올렸다. 현대차 인도 첸나이 1·2공장은 연간 82만 대, 기아 아난타푸르 공장은 37만 대를 생산할 수 있다. GM 탈레가온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13만 대 수준이다. 현대차가 내부 설비를 개조·보완한 뒤 2025년부터 탈레가온 공장을 재가동하면 인도에서만 연간 132만 대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올 상반기(1∼6월) 현지 공장 가동률은 현대차 첸나이 공장이 102.1%, 기아 아난타푸르 공장이 99.8%에 이른다. 사실상 풀 가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인도 내수 시장 2위인 현대차는 올 1∼7월 전년 동기 대비 8.9%, 5위인 기아는 8.5% 판매량이 늘었다. 올해 판매 목표는 지난해보다 8.2% 늘어난 87만3000대로, 생산 능력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탈레가온 공장 인수는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전략 측면에서도 중요한 투자 결정이었다. 현대차는 탈레가온 공장을 인수해 생산라인에 여유가 생김에 따라 첸나이 공장 설비를 변경해 전기차 생산 라인을 만드는 계획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인도 현대차 법인이 개발 중인 현지 전략형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첸나이 공장에서 생산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인도에서 전기차는 2030년 전체 승용차 시장의 30%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인구 1위인 인도의 자동차 시장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간 격전지가 되고 있다. 인도는 지난해 476만 대의 신차가 판매돼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전기차 선도 업체인 미국 테슬라도 현지 생산 공장 설립을 위해 정부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르노-닛산 연합은 올 초 인도 현지 공장에 790억 엔(약 7100억 원)을 투자해 전기차를 공동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1998년 인도에 진출한 현대차로서도 더 이상 투자를 미룰 수 없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인도 시장에선 일본-인도 합작사인 마루티 스즈키가 40%대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현대차가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을 선점한다면 1위와의 격차도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