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자동차 시장 글로벌 판매 1위인 도요타자동차는 올해도 호실적에 웃고 있다. 하이브리드 명가다운 판매 실적 덕이다. 다만 사장을 교체하면서까지 서둘렀던 전기차 전환은 아직 더디다. 연이은 리콜에 업계에서는 “아직 의지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NHK방송 등에 따르면 도요타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10조5468억엔(약 90조원), 영업이익은 1조1209억엔(약 10조935억원)으로 나타났다. 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1조엔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사상 최고 실적이다. 상반기 합산으로는 30조엔(약 271조2150억원), 영업이익은 3조엔(약 27조1215억원)을 기록해 올해 실적 역시 역대 최고치가 예상된다.
이 같은 실적은 반도체 부족 사태 완화로 인한 생산량 증대, 엔저 효과로 인한 수출 증가가 원인으로 꼽히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인기도 한몫했다. 도요타는 올해 상반기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약 160만대 판매했고, 전체 판매량의 30% 수준에 달한다.
기후 위기 문제가 대두되면서 친환경차 선택을 고민하는 소비자는 늘었지만, 부족한 충전 인프라·높은 가격 탓에 아직은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 선택이 우선되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도요타가 전기차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4월 도요타는 도요타 가문의 아키오 사장이 14년 만에 물러나고, 전기차 전환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가진 엔지니어 출신의 사토 고지 신임 사장이 취임했다. 사장 교체의 이유는 ‘전기차 전환 가속화’였다.
사토 신임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2026년까지 전기차 모델 10개, 연간 150만대 생산 △2030년 모델 30개, 연간 350만대 판매 전략을 밝히기도 했다. 도요타는 지난달 15억 달러 규모의 ‘지속가능성 채권’을 발행하면서 전기차 전환 자금도 충전했다.
그러나 결과는 아쉽다. 최근 도요타는 중국에서 세단형 전기차 bZ3의 리콜에 들어갔다. 매립식 구조의 뒷문 손잡이 설계 오류 때문으로, 주행 중 뒷문이 열릴 위험이 있어 손잡이 부품을 교체했다.
bZ3보다 앞서 출시한 도요타의 첫번째 전기차 bZ4X도 리콜 사태를 겪었다. 차축과 바퀴를 고정하는 볼트가 느슨해지면서 바퀴가 빠지는 결함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도요타의 적기 생산 방식(JIT)은 높은 효율성으로 도요타를 품질의 대명사로 만들었지만, 내연기관과 달리 전기차에서는 전혀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생산 방식이 많이 달라서 아무리 내연기관 자동차를 잘 만든다고 해도 짧은 시기에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 언론에서도 사토 사장의 2030년 350만대 전기차 판매 목표에 대해 “의욕적인 목표지만, 실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도요타가 전기차를 한다고는 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대자동차·기아보다도 3년 정도 뒤처져 있다. 이걸 무리하게 쫓으려고 하니 품질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사장 한명 바꾸는 것을 넘어서 전체적인 시스템과 분위기를 전환해야 한다. 아직은 절실함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