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대세로 떠오르면서 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도 꾸준히 새로운 전기차를 내놓고 있다. 다만 초기 모델인 아이오닉5·EV6 등이 돌풍을 일으켰던 것과 달리 비교적 신작인 아이오닉6와 EV9의 판매량은 아쉽다. 신차다운 상품성은 갖췄지만, 전기차의 높은 가격은 문턱이 높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의 신차 EV9은 지난달 1251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 6월 19일 출시 후 6월 판매량은 1334대를 기록했는데, 다음 달인 7월 내내 판매한 물량이 출시 첫달에도 미치지 못했다. 비슷한 패밀리카 성격의 기아 카니발이 7월 6109대, 현대차 팰리세이드가 3264대를 판매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도 안된다.
현대차 전기차 중 최신 모델인 아이오닉6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9월15일 출시된 아이오닉6는 출시 초기에는 사전계약 첫날에만 4만대 가까운 계약이 이뤄질 정도로 주목을 받았지만, 올해 들어서는 판매량이 급감했다.
보조금 결정 이슈로 전기차 보조금이 지급 안되는 1월(23대)을 제외하고, 2~5월까지는 1000~2000대 수준을 유지하다가 6월 들어서 491대로 판매량이 뚝 떨어졌다. 지난 7월에도 488대 판매에 그쳤다.
차량의 상품성이 부족하진 않다. 아이오닉6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와 공유하는 E-GMP 플랫폼을 사용한 덕에 중형 세단임에도 더 넓은 실내 공간을 가졌다. 국내 출시된 전기차 중 가장 긴 주행거리도 장점이다.
EV9은 대형 SUV 전기차로 넓은 공간을 가졌지만, 패밀리카가 갖지 못하는 빠른 반응 속도를 보인다. 시속 100㎞ 이상의 고속에서도 주행 안정성을 가졌고,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등 편의 기능도 훌륭하다.
문제는 가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이오닉6나 EV9 모두 대체되는 내연기관의 자동차가 훨씬 저렴해 유인 요인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EV9의 출고가는 7337만원부터로, 5700만원을 넘어 국고 보조금 절반을 받는다. 지자체 보조금까지 포함하면 서울시 기준으로는 6920만원에서 가격이 시작한다. 시작가가 3896만원인 팰리세이드, 3150만원(디젤 모델)인 카니발의 2배 수준이다.
아이오닉6의 가격은 5200만원부터다. 국고 보조금을 100% 받긴 하지만, 서울시 기준 실 구매가는 4700만원대다. 아이오닉6보다 상위 세단인 그랜저 시작가격 3580만원보다 비싸다.
그렇지만 가격을 내릴 여력은 부족하다. 전기차의 가격은 40% 가량이 배터리로, 배터리 공급량 대비 수요가 높아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 반면 전기차 선두주자인 테슬라는 높은 영업이익률로, 중국 업체들은 저렴한 원자재와 인건비를 통해 저렴한 전기차 경쟁을 시작한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전기차 가격 경쟁 시대의 시작’ 보고서에서 “전기차 초기 시판 당시에 비해 현재 전기차 보급 단계에서는 전기차의 상대적 가격이 보급 확산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이를 위해 공급 구조 개선, 정교한 제품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아의 종목보고서를 통해 “수익성을 일부 포기하고,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가격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전기차 시대의 수익성은 차량 판매가 아닌 자율주행과 여러 서비스로 창출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