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국산차 시장, 전기차 판매는 주춤… 하이브리드 폭발적 인기[원성열의 카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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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아이오닉5 .사진 제공 현대차크게보기현대차 아이오닉5 .사진 제공 현대차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앞다퉈 전기차를 쏟아내면서, 금방이라도 전기차 전성시대가 열릴 것 같았지만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 판매량을 살펴보면 전기차의 인기에는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신규 등록된 전기차는 7만8466대로 지난해 상반기 6만8996대와 비교해 13.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15만1108대로 지난해 상반기(10만5749대)와 비교해 42.9% 증가했다.

●전기차 판매가 주춤한 이유는?
기아 EV6. 사진 제공 기아크게보기기아 EV6. 사진 제공 기아

자동차 회사들은 전동화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아직 전기차를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전기차의 인기에 제동이 걸린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더딘 충전 인프라 확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 현황(국토교통부·환경부 자료 기준)을 살펴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총 24만695기다. 그중 전기차를 운행하는 소비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급속 충전기는 2만5548기로, 전체의 10.6%에 불과하다.

이처럼 전기차 충전 인프라 증가 속도가 전기차 보급 대수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충전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용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최근 전기 택시와 전기 화물차 보급 대수가 크게 늘면서 수도권 전기차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충전 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아울러 소비자들이 빠른 충전 속도를 체감할 수 있는 현대차 이피트와 같은 초급속 충전소의 보급이 더딘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현대차 초급속 충전소 E-pit. 사진 제공 현대차크게보기현대차 초급속 충전소 E-pit. 사진 제공 현대차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던 전기차의 저렴한 유지비도 최근 가파르게 오르는 충전 요금 때문에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 3년 사이 전기차 급속 충전 요금은 1kWh당 100원대에서 300원대로 크게 올랐다. 내연기관과 비교하면 연료비는 40% 수준으로 아직 저렴한 편이지만, 전기 요금이 지속해서 인상되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를 선택해야 할 이유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완속 충전기로 충전하면 더 저렴하게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장거리 주행이 많은 전기차 이용자의 특성상 완속 충전기만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높아진 급속 충전 요금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전기차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전기차의 단점들이 뒤늦게 주목받고 있는 것도 전기차 판매량을 주춤하게 하는 요소들이다.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는 기온이 낮아지면, 효율과 충전 속도가 느려지는 특성이 있다. 그 때문에 겨울철에는 차종에 따라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가 10~30%가량 줄어든다. 한 번 겨울을 경험하고 나면 이 단점이 매우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런 단점들 때문에 국내에서 지난해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전기차인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의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눈에 띄게 줄었다. 아이오닉5는 지난해 상반기 1만5103대가 팔렸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9504대를 판매하며 37.1% 감소했다. 기아 EV6 역시 지난해 상반기에는 1만2158대가 판매되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1만927대로 10.1% 감소했다.

기아 EV9. 사진 제공 기아크게보기기아 EV9. 사진 제공 기아

물론 최근 출시된 기아 EV9의 경우 압도적인 상품성으로 높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대중적으로 많이 팔리는 볼륨 모델이 아닌 7000만 원~1억 원대의 프리미엄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춤해진 전기차 판매량을 끌어 올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하이브리드차 인기는 현재 진행형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 사진 제공 현대차크게보기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 사진 제공 현대차

반면 하이브리드차는 완전히 대중화의 반열에 올라선 분위기다. 엔진과 전기 모터가 함께 장착되는 하이브리드 모델은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연비가 최소 3~5km/L 더 나온다는 점이 주목받으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

1년에 2만km를 주행한다면 100만원~140만 원가량 기름값을 절약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또 전기차처럼 충전의 번거로움이 없다는 것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 같은 장점이 드러나면서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2022년 상반기 1만1761대에서 2023년 상반기 3만3056대로 무려 181.1% 급증했다. 그랜저하이브리드의 인기에 힘입어 현대차 그랜저는 2023년 상반기 6만4836대가 판매되며 상반기 국산 차 판매 1위에 올랐다. 그랜저 판매의 절반 이상이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이어 쏘렌토 하이브리드(2만3496대), 스포티지 하이브리드(1만6030대), K8 하이브리드(1만5999대), 투싼 하이브리드(1만66대), 싼타페 하이브리드(9435대), 니로 하이브리드(8313대) 등이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원성열 스포츠동아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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