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의 한국 판매 부진이 심상치 않다.
오락가락 하는 가격 정책과 대체 전기차의 증가가 테슬라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판매량 급감으로 시장 존재감이 희미해지며 테슬라가 자칫 수입 브랜드 ‘톱10’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15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테슬라는 국내에 424대 신차를 등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1880대)와 비교하면 77.4% 감소한 수치다.
단순히 판매량 감소 이외에 주목할 점은 테슬라의 신차 등록 대수 순위다. 국내 수입차 시장을 이끄는 메르세데스-벤츠(벤츠), BMW, 아우디뿐 아니라 볼보와 포르쉐, 렉서스, 토요타, 폭스바겐이 테슬라보다 판매량 우위에 있다.
세계 전기차 시장을 이끄는 테슬라가 슈퍼카 브랜드인 포르쉐에 밀리고, 불매운동 여진 영향권에 들어있는 일본 차보다도 적게 팔렸다는 점은 업계가 놀랄 정도다.
이 같은 판매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급변하는 테슬라의 가격 정책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테슬라는 별도의 예고도 없이 국내 전기차 가격을 수 차례 올렸다. 똑같은 차를 사더라도 구매 계약 시기가 다르면 지불해야 하는 차값이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나 소비자들은 혼란이 컸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에는 중국을 시작으로 갑작스럽게 가격 인하를 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올초 판매 가격을 낮추며 할인 공세를 시작했지만 판매량 회복은 좀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주력 모델인 중형 세단 ‘모델3’ 판매량이 급감한 점이 뼈아프다.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테슬라 모델 3는 373대 판매되는 데 그쳤다. 이 차는 2020년 1만1003대, 2021년 8898대, 지난해 7323대 판매되며 테슬라 국내 사업을 이끌어 왔다는 점을 보면 부진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국내 전기차 선택지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는 점도 테슬라의 사업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현대차그룹이 전동화를 기치로 내세우며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6, 기아는 EV6에 최근 대형 전기 SUV EV9까지 선보이며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벤츠와 BMW 등 내연기관의 강자들도 국내에서 전기차 신차를 속속 내놓고 있다. 실제 지난달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 전기차 모델은 BMW iX3(336대)로 파악된다. 벤츠 EQA 250(182대), EQB 300 4MATIC(125대)도 지난달 100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위기 의식을 느낀 테슬라는 국내 조직을 재정비하며 판매량 회복을 모색하는 상황이다.
테슬라는 최근 테슬라코리아 대표를 실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했다. 이 자리는 이본 챈 대만·태국 대표가 겸하게 됐다. 아울러 최근 국내 홍보 조직을 신설해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강화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