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50만 km, 롤스로이스가 ‘스펙터’의 주행시험을 성공적으로 종료했다고 밝혔다. 스펙터는 롤스로이스에서 내놓는 최초의 순수 전기차로, 업계는 이번 주행시험을 통해 성능이 개발 초기 공개된 사전 데이터(주행 거리 약 520km(WLTP 기준), 파워트레인 출력 430kW, 토크 91.8kg.m,. 제로백 4.5초)보다 개선되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롤스로이스 CEO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는 한 인터뷰 자리에서 스펙터의 주행 테스트와 관련해 “브랜드 역사상 가장 까다롭고 섬세한 테스트와 고객 라이프스타일 분석 과정을 거쳤으며, 이를 통해 롤스로이스 특유의 초호화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체 얼마나 까다롭게 했길래 CEO까지 나서서 이런 말을 한 걸까? 지금부터 이와 관련해 주요 항목별로 간단하게 살펴보자.
롤스로이스는 스펙터의 드라이브 트레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검사하기 위해 북극의 빙설과 사막, 고산 지대, 세계의 대도시를 넘나드는 다양한 주행 환경을 거쳤다. 뿐만 아니라 함께 진행된 혹서기와 혹한기 테스트를 통해 영하 40도에서 영상 50도에 이르는 극한의 온도를 견디면서 대량의 시뮬레이션 데이터도 축적했다.
아울러 주요 고객층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차량 정지 상태에서의 시험도 진행됐다. 이 과정에는 스펙터가 대기 중인 헬리콥터 옆에 주차되어 있을 때 차량 내부에서 전화 통화 가능 여부, 고층 빌딩 사이에서 차내 인터넷 연결 강도, 의류 가방과 같은 특정 물품이 차량 안에 있을 때 출입 용이성 등 세밀한 검증이 포함됐다.
롤스로이스 엔지니어들은 테스트 과정을 통해 얻은 14만 1200개에 달하는 디지털 송수신 관계와 2만 5000개의 성능 관련 정보들을 약 5만 시간 동안 분석하고 조정했다. 그 결과 음향 성능, 코너링 안정성, 스티어링 정확도는 물론, 충전 시간, 주행거리, 토크 전달 등 스펙터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지속적인 향상을 이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테스트로 얻은 결과들은 스펙터의 성능을 조율하는 데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예로 가파른 언덕에서 전동식 도어를 시험이 있는데, 엔지니어들은 이 시험 이후 스펙터에 자이로스코프와 G-포스 센서를 추가해 주차 각도에 관계없이 동일한 속도로 문이 열리고 닫힐 수 있게 조정했다.
주행시험이 완료되며, 사실상 ‘스펙터’의 개발 작업은 최종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미 진행 중인 사전계약이 미국에서만 300대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며 스펙터의 생산량을 더 늘려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대해 토스텐 뮐러 오프보쉬 롤스로이스 최고경영자(CEO)는 ”대부분의 롤스로이스 차량은 주문부터 고객 인도까지 12~15개월 정도 소요되지만, 스펙터의 경우 인기 탓에 대기 시간이 더 길어졌다”며 지금 주문하는 고객들은 2025년까지 차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인도 기간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펙터의 고객 인도는 4분기에 시작될 예정이다. 판매 가격은 제원과 함께 출시에 가까워지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예상 가격은 컬리넌(4억 7460만 원)과 팬텀(6억 3000만 원) 사이로 알려졌는데, 롤스로이스를 구매할 정도라면 이 차는 흥미로운 선택지가 될 수도 있겠다. 과연 브랜드 첫 전기차 스펙터가 기존 롤스로이스 모델들을 제치고 단숨에 인기 모델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