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분통 터진다” 신고는 몇백 건, 인정은 0번? 말이 되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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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소방서
강릉소방서

지난해 12월 강원 강릉에서 일어난 급발진이 최근 재조명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차량 급발진이 의심되는 추락 사고로 열두 살 어린이가 숨지고 차량을 운전한 60대 할머니가 크게 다쳤다. 당시 할머니가 운전하던 차량은 굉음과 함께 교차로에서 갑자기 빠르게 달렸고, 승용차와 추돌한 뒤 600미터를 더 달려 지하통로에 추락했다.

유가족은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운전했던 할머니는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할머니는 부실 조사로 인한 누명’이라는 논란과 함께 급발진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지난 13년간 급발진 의심 사고는 766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인정된 사례는 단 1건도 없었다. 이에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글] 박재희 에디터

현재 급발진 조사는 사고 기록 장치인 EDR에 의존하고 있다. EDR에는 충돌 직전의 엔진 회전 속도를 비롯해 브레이크 페달 작동 여부, 가속페달 위치(%), ABS 작동 여부 등이 기록된다. 그러나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급발진 사례가 한 건도 인정되지 않으며 EDR 분석의 신뢰성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지난해 10월 주택 골목가를 시속 137km로 질주한 급발진 의심 사례의 EDR 데이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DR 데이터는 충돌 5초 전부터 0.5초 단위로 기록되는데, 충돌 1초 전을 제외하고는 가속페달이 99% 작동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으며 달리는 동안 제동 페달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충돌 직전 차량 속도는 시속 137㎞였다. 

일각에선 EDR 자료 자체가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원시적인 소프트웨어 자체 결함을 밝히지 못하고 결과값만 기록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또 EDR에 기록된 데이터를 제조사가 실제 운전 실험으로 구현해낼 수 있다면 ‘운전자 실수‘로 볼 여지가 있는 것인데, 그렇지 못하면 제조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가 세계일보와의 문답에서 밝힌 입장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EDR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다. 급발진 의심 EDR 값이 실제 운전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 재현하는 것은 경찰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행 제조물책임법에 따르면 급발진 여부는 운전자가 직접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전문 영역에 속하는 차량 결함과 사고 기록, 급발진 연관성을 일반인이 증명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조사 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3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조사 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지 선입관 없이 모든 것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은 “강릉 급발진 사고를 비롯해 지난 13년 동안 단 한번도 급발진 사고로 인정된 사례가 없는 것은 사고기록장치 EDR에 의존한 사고 분석 방식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장관의 의지를 표명해달라”고 질문했다.         

원 장관은 “이번 강릉 사고에 대해 운전자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의혹과 괴로움에 대해 깊이 공감을 하고 있다”라며 “이 사안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경찰, 국과수를 중심으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과학적인 결론이 나오더라도 자동차 (기술이) 지난 10년 넘는 사이에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고, 운전자 지식수준도 올라갔기에 이를 반영해 좀 더 신뢰성이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지 않나 공감한다”고 말했다.

급발진 의심 사고는 제조사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국내 발생 누적 건수로 보면 현대차가 333건으로 가장 많았고, 기아차 119건, 르노 102건, 한국GM 49건, 쌍용차 46건, BMW 32건, 벤츠 22건, 토요타 17건 등 순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급발진 의심 사례다. 많은 경우 기계적 결함보다 소비자의 운전미숙일 가능성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 원인을 정확히 규명할 수 있는 장치, 제도 등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제조사는 책임감을 갖고 급가속 시 가속을 차단하는 ‘가속제압장치’나 근본적인 사고 원인을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저장 장치 등을 장착할 필요가 있겠다. 더불어 제조사가 결함에 대해 입증하는, 관련 법 제정도 시급해 보인다.  


“급발진 분통 터진다” 신고 건수는 몇백 건, 인정은 0번… 말이 되냐 논란
글 / 다키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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