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가든 주목·하차감 느끼고 싶다면…테슬라 모델X가 제격[차알못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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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X 듀얼모터 상시 사륜구동/사진=이강준 기자
테슬라 모델X 듀얼모터 상시 사륜구동/사진=이강준 기자

테슬라 모델X는 플래그십 전기 SUV(다목적스포츠차량)로 국내에 출시됐지만 주행 성능이나 주행가능 거리 같은 제원보다는 뒷좌석 문이 독수리 날개처럼 열리는 ‘팔콘 윙’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화려한 외관에 비해 자동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승차감과 조립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좋지 못했다. 1억원을 훌쩍 넘기는 가격에 걸맞지 않게 단차가 심했고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제네시스 G90 등 최고급 차량에만 들어가는 에어 서스펜션이 탑재됐는데도 승차감이 지나치게 딱딱했다.

올해부터 국내에서 차량인도가 시작되는 신형 모델X는 이같은 단점을 모두 극복했다. 조립 품질은 개선됐고, 승차감은 충분히 부드러워졌다. 지난 3일부터 4일까지 모델X 듀얼모터 상시 사륜구동 트림을 시승해봤다.

테슬라 모델X 듀얼모터 상시 사륜구동/사진=이강준 기자
테슬라 모델X 듀얼모터 상시 사륜구동/사진=이강준 기자

방향지시등·기어 변경 터치로 일원화…통풍시트 추가

테슬라 모델X 듀얼모터 상시 사륜구동 팔콘 윙 작동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테슬라 모델X 듀얼모터 상시 사륜구동 팔콘 윙 작동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외관에선 큰 변화점은 없다. 2019년에 국내에 출시된 꽤 알려진 차량이지만 다른 완성차 브랜드에서 보기 힘든 ‘팔콘 윙’ 덕분에 여전히 주변 시선을 사로잡는다.

디자인만 유별난 건 아니다. 사람이 타고 내릴 때도 일반 여닫이 문보다 용이한 편이며 아이 카시트를 설치한다거나 짐을 실을 때도 편하다. 문콕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지만 팔콘 윙은 센서로 주변 환경을 파악해 문이 열리는 각도가 조절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일은 많지 않다.

테슬라 모델X 듀얼모터 상시 사륜구동/사진=이강준 기자
테슬라 모델X 듀얼모터 상시 사륜구동/사진=이강준 기자

내부의 변화가 확연하다. 세로형이었던 가운데 스크린은 가로로 바뀌었고 여기에 모터를 달아 운전자쪽·조수석쪽으로 각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유튜브·넷플릭스 등 차량 내부에서 영상을 시청하기엔 세로보단 가로 형태가 더 유리하다.

핸들 왼쪽에 있던 방향지시등 막대와 오른쪽에 있던 기어 노브는 완전히 사라졌다. 방향지시등은 핸들 왼쪽 터치 버튼으로 켤 수 있고, 기어 변환은 터치스크린 왼쪽 막대를 통해 할 수 있다.

테슬라 모델X 듀얼모터 상시 사륜구동 방향지시등 작동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테슬라 모델X 듀얼모터 상시 사륜구동 방향지시등 작동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차를 구매한 후 적응 기간을 거치면 괜찮아질 듯 보이지만 기자가 시승하던 동안에는 대다수 차량과는 작동 방식이 달라 불편했다. 테슬라는 심지어 클락션도 터치로 바꿨다. 핸들 가운데엔 에어백만 있어 아무리 눌러도 클락션이 작동되지 않는다. 이 역시 직관적이지 않아 번거로웠다. 다만 핸들만 있어 디자인 측면에선 더 좋아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편의사양도 늘었다. 1열 좌석에 국내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옵션인 통풍 시트가 들어갔다. 2열 승객이 쓸 수 있는 스크린도 생겼다. 1열 센터스크린과 동일하게 공조장치, 유튜브 등 엔터테인먼트 앱을 조작할 수 있다.

테슬라 모델X 듀얼모터 상시 사륜구동/사진=이강준 기자
테슬라 모델X 듀얼모터 상시 사륜구동/사진=이강준 기자

기존 모델X만의 장점은 그대로 유지됐다. 전면부 유리가 지붕까지 이어져 1열에서도 컨버터블 차량 같은 개방감을 느낄 수 있었고 모든 문을 버튼 터치만으로 여닫을 수 있어 상당히 편리했다. 프렁크(프론트+트렁크), 트렁크 하단 부분의 넓은 적재공간도 여전했다.

테슬라 모델X 듀얼모터 상시 사륜구동의 모든 문은 자동으로 열고 닫힌다/사진=이강준 기자
테슬라 모델X 듀얼모터 상시 사륜구동의 모든 문은 자동으로 열고 닫힌다/사진=이강준 기자

승차감 좋아지고 풍절음 줄었지만…운전자에게 불친절해진 모델X

테슬라 모델X 듀얼모터 상시 사륜구동 적재공간. 왼쪽부터 트렁크 하부, 콘솔박스, 프렁크/사진=이강준 기자
테슬라 모델X 듀얼모터 상시 사륜구동 적재공간. 왼쪽부터 트렁크 하부, 콘솔박스, 프렁크/사진=이강준 기자

가장 큰 변화는 승차감이다. 기존 모델X는 ‘에어 서스펜션이 들어간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단단했다. 이번 신형부터는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구현했다. 또 드디어 전체 창문에 ‘이중 접합 유리’가 들어가 풍절음이 크게 줄었다. 테슬라의 치명적 단점이 사실상 사라졌다.

테슬라 모델X 듀얼모터 상시 사륜구동의 컵홀더/사진=이강준 기자
테슬라 모델X 듀얼모터 상시 사륜구동의 컵홀더/사진=이강준 기자

조립 품질도 개선됐다. 기존 모델X에도 콘솔 박스는 넓기만해 활용도가 낮았는데, 이번 모델부터는 수납장을 기본으로 얹어 다양하게 적재공간을 쓸 수 있게 배려했다. 터치스크린의 성능도 좋아져 어떤 작업을 해도 끊김이 없었다.

테슬라 모델X 듀얼모터 상시 사륜구동의 기어 변경 모습. 기존 차량들과는 방향이 반대다/사진=이강준 기자
테슬라 모델X 듀얼모터 상시 사륜구동의 기어 변경 모습. 기존 차량들과는 방향이 반대다/사진=이강준 기자

품질은 좋아졌지만 운전자에게 더 불친절해졌다. 방향지시등과 클락션까지 터치로 일원화해 쉽게 적응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기어 변경 방식도 기존 대부분 차량과 작동 방식이 달라 처음엔 혼란스러웠다. 보통 D로 기어를 옮기려면 기어 노브를 남쪽으로 내려야하지만, 테슬라는 기어 아이콘을 위로 쓸어 올려야 한다. 후진을 하려면 반대로 기존 차는 기어 노브를 위로 올려야 하지만, 테슬라는 밑으로 내려야 한다.

지나치게 비싼 가격도 문제다. 모델X 듀얼모터는 최대 주행가능 거리가 국내 기준 478㎞인데, 400㎞ 후반대 주행가능 거리는 이제 현대차그룹을 포함해 대부분 경쟁 브랜드에서 구현할 수 있어 이젠 큰 장점이 아니다. 1억 중반대 가격인데 내부 디자인은 깔끔하지만 고급감이 들지도 않는다.

포르쉐도 국내 도로에서 심심치 않게 보이는 브랜드가 된 만큼 이제 1억대 차량으로는 하차감을 느끼기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수입차를 하차감을 위해 구입하려는 소비자라면 팔콘 윙 덕분에 모델X가 가성비가 있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대부분 소비자들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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