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시장전망치를 20% 이상 상회하는 1분기(1~3월)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면서 국내 상장사 중 영업이익 1위에 올랐다. 실적 발표를 앞둔 기아까지 합산한 현대차그룹의 분기 영업이익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차를 판매하는 일본 도요타그룹을 뛰어넘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현대차는 25일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연결기준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7조 7787억 원, 3조 5927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작년 동기 대비 각각 24.7%와 86.3%가 늘어난 ‘어닝 서프라이즈’다. 1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2조 9117억 원)를 23.4%나 뛰어넘으면서 지난해 4분기(10~12월·3조 3592억 원)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현대차 측은 차량용 반도체를 포함한 부품 수급 상황 개선으로 생산량이 늘어났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비중이 높아진 것을 호실적의 배경으로 봤다. 환율도 실적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대차의 1분기 판매량은 102만1712대로 작년 동기의 90만 2691대보다 13.2% 늘었다. 서강현 현대차 IR담당(부사장)은 “4월 사업계획은 100% 달성이 예상되며 5월을 포함한 2분기도 목표치를 충분히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국내 상장사 중 최대 영업이익을 낸 회사로 올라섰다. 현대차의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순위는 삼성전자, HMM, SK하이닉스, 포스코홀딩스에 이은 5위였다. 경기 침체기 반도체 등 중간재와 소비재 모두 침체기를 거치고 있지만, 자동차는 배터리와 함께 국내 산업계의 방파제 역할을 하는 모양새다.
일부에서는 현대차와 기아를 합친 실적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1위인 일본 도요타마저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가 3조 원대 중반의 영업이익을 남겼는데, 26일 실적을 발표하는 기아 역시 역대 최대기록을 깰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어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기아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2조 3173억 원이다. 컨센서스대로 실적이 나와도 현대차와의 합계 영업이익은 5조 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도요타의 1~3월 누적 영업이익이 5093억 9900만 엔(약 5조 718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도요타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이 1048만 3000대로 1위였다. 현대차그룹은 848만 1000대로 3위였다. 올해 1~2월 판매량만 비교해도 도요타그룹은 165만 2223대, 현대차그룹은 112만 6973대로 작년보다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졌다.
하지만 수익성 측면에서 현대차그룹이 더 나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이유로는 엔저 효과와 함께 도요타의 느린 전기차 전환 속도가 언급된다.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 차량으로 꼽히는 전기차 판매량에서 도요타가 현저히 뒤지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이오닉 6의 글로벌 판매 본격화 등 전기차와 5세대 싼타페 등 고부가가치 차종의 글로벌 판매 등을 앞세워 점유율 확대와 수익성 방어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향후 운영 계획을 설명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