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모빌리티가 약 500억 원을 들여 개업휴업 상태인 ‘평택 2라인’을 재정비하고 생산을 재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판매 호조를 보이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토레스의 생산을 늘리고, 2025년까지 나올 전기차 4종도 이곳에서 생산하기 위해서다.
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KG모빌리티는 경기 평택시 칠괴동 공장 2, 3라인의 통합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9월에 3라인을 멈춘 뒤 10월 말까지 공사하겠다는 구체적인 시간표도 나왔다. 노조도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어 큰 변수가 없는 한 계획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KG모빌리티가 공사를 결심한 것은 현재의 평택 공장 2, 3라인은 토레스나 향후 나올 전기차를 생산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라인은 렉스턴 같이 ‘프레임 몸체’ 타입의 차량을 만드는 생산시설이다. 평택 1라인에서 생산 중인 ‘모노코크 타입’ 토레스나 향후 나올 전기차를 3라인에서 생산할 수 없는 것이다.
프레임 타입은 독립된 강철 뼈대에다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 등을 조립해 넣은 뒤 별도로 제작된 차체 몸통을 얹는 방식이다. 모노코크 타입은 차량 하부 뼈대를 따로 이용하지 않고 차체를 하나의 상자로 만들어 그 안에 각종 부품을 넣는 일체형 방식이다. 장단점이 있지만 최근에 개발된 SUV는 주로 모노코크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KG모빌리티는 현재 생산이 중단된 2라인과 프레임 방식의 설비가 갖춰진 3라인을 합치려고 하고 있다. 재정비 작업을 통해 2, 3라인에서는 프레임 방식과 모노코크 방식의 차량을 모두 만들 수 있게 바꾸겠다는 것이다.
2, 3라인 공사가 끝나면 현재 월 6000대가량 생산되는 토레스를 더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토레스는 2015년 출시된 소형 SUV 티볼리 이후 오래만에 등장한 흥행모델이지만 1라인에서만 만들다 보니 생산량에 한계가 있었다.
올 하반기(7~12월)부터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나올 전기차 4종도 평택 2, 3라인에서 생산이 가능해진다. 토레스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인 ‘토레스 EVX’가 11월 첫 타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평택 내 신규 부지를 물색중인 KG모빌리티는 일단 신공장을 완공하기 전까지는 전기차도 칠괴동에서 만드는 것으로 잠정 확정했다. 올해 안에 신규 부지가 정해진다 하더라도 2~3년의 공사 기간을 고려하면 아무리 빨라도 2026년쯤에야 새 공장에서 양산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부지 가격, 직원 출퇴근 문제 등 고려할 것이 많아 아직 신규 부지 위치를 결정짓지 못했다”며 “공장이 이사를 갈 것이긴 하지만 당장 전기차 생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단 칠괴동 설비를 손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KG모빌리티는 올해 연간 1000억 원대 흑자 전환을 내부 경영 목표로 내걸었다. 만약 연간 흑자를 달성한다면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이를 현실화하고자 13만~15만 대의 차량 생산, 4조 원대의 매출 달성을 올해 목표로 설정했다.
다만 조만간 시작될 노조와의 임단협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회사가 법정관리를 졸업하기 전까지 오랫동안 허리띠를 졸라맨 임직원들에게 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KG모빌리티는 2019년 자구안을 통해서 2023년 6월까지 전 직원 대상으로 20여개 복리후생 중단하고, 직원 임금을 20% 삭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 간 임금이 동결됐기 때문에 향후 임단협에서 논의될 임금 인상 폭을 놓고 노사간 이견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재희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