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고성능 브랜드(N) 모델 ‘아반떼 N(현지명 엘란트라 N)’을 중국 시장에 선보인다. 중국 시장에서 재도약이 필요한 상황에서 고성능 차량을 앞세워 품질과 기술력을 알리겠다는 의도다.
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달 18일부터 중국에서 열리는 상하이 국제 모터쇼에서 엘란트라 N을 공개한다. 4월 중순부터는 울산 3공장에서 중국이 요구하는 사양에 맞춘 엘란트라 N을 본격적으로 생산한다.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인 N은 2013년 출범했다. 현대차는 i30N, 아반떼 N 등의 차량으로 레이싱 및 모터스포츠 분야에 진출했다. WTCR(월드투어링 자동차 컵)와 WRC(월드랠리챔피언십) 등 굴지의 레이싱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성능과 내구성 등을 인정받았다.
엘란트라 N은 N 브랜드의 첫 세단 모델이다. 최고 시속 250km, 제로백(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 5.3초를 자랑한다. 특히 일상의 스포츠카를 표방한 N 브랜드의 철학을 바탕으로 대중적인 고성능 차를 만들겠다는 목표에서 탄생한 차량이다. 차량 가격도 국내에서 3200만 원부터 시작한다.
국내에선 고성능 시장이 크지 않아 N 브랜드의 판매량이 저조하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벨로스터 N, 코나 N 등을 앞세워 지난해에만 3만 대 넘게 팔렸다. 2019년부터 엘란트라 N 등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올해에서야 본격적인 진출에 시동을 건 것이다.
현대차가 엘란트라 N을 중국 시장에서 선보이는 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약 34만 대의 차를 팔았다. 시장점유율은 1.3%로 저조하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엔 연간 180만 대까지 판매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중국 자체 브랜드가 성장하고, 유럽 자동차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판매량은 감소했다.
반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꺼내든 카드가 엘란트라 N이다. 엘란트라는 중국에서 팔린 현대차 전체 판매량의 35%를 차지한다. 그나마 중국 시장에서 인지도가 있는 엘란트라의 고성능 모델을 출시해 무너진 중국 시장의 활로를 찾겠다는 것이다. 또한 고성능 N 모델 출시를 통해 기술력과 품질을 갖춘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할 수도 있다. 과거에도 현대차는 수소차를 중국에 선보이면서 판매량과는 별개로 현대만의 기술력을 선보였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올해는 중국 사업을 정상화해야 하는 중요한 해”라고 강조했다. 중국 사업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기아도 지난달 20일 중국에서 열린 ‘EV 데이’에서 준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콘셉트 EV5’를 공개했다. 신형 차량은 중국에서 처음 공개한 것으로 중국 내 브랜드 이미지 재정립을 위한 ‘뉴 기아 차이나 전략’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특화 브랜드가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중국에서 인기가 좋은 엘란트라의 고성능 모델을 출시하면서 해외 브랜드의 고성능 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고, 브랜드 이미지와 인지도도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