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유럽 트럭 자존심 건드렸다… 中 전기트럭, ‘이것’으로 판 뒤집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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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 시장에서 점화된 전동화 경쟁이 대형 상용차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수십 년간 유럽 업체들이 장악해 온 트럭 시장에 테슬라와 중국 업체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경쟁은 전기 트럭 단순 스펙을 넘어 초급속 충전·자율주행·소프트웨어·물류 운영 시스템 전반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16일(현지시간) 독일 하노버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상용차·물류 박람회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은 그 첫 번째 정면 충돌의 무대가 됐다.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전기 트럭들이 줄지어 선 전시장에서, BYD·포톤·GAC 등 중국 업체들은 다임러트럭·볼보·MAN·스카니아에 밀리지 않는 대형 부스를 차리고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BYD, ‘600km+1.5MW 충전’으로 테슬라 세미 앞질러
이번 IAA에서 가장 뜨거운 스펙 대결의 중심에는 BYD 전기 트럭 ETT44가 있다. BYD 고유의 블레이드 배터리(LFP·리튬인산철) 기반으로, 배터리 용량은 최대 651kWh(보급형 434kWh)이며 총중량 40톤·시속 70km 기준 최대 600km를 주행한다.
충전 성능도 공격적이다. CCS2 DC 급속충전은 최대 420kW 수준이지만, BYD 전용 메가와트 충전 시스템(MCS)을 활용하면 출력이 1.5MW 이상으로 높아져 배터리 잔량 20%에서 80%까지 약 20분 만에 충전하고 최대 400km 추가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배터리 보증은 10년 또는 120만km로, 운송업체들의 초기 불안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ETH28 모델은 최대 750km의 주행거리를 제시해 장거리 노선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테슬라 유럽형 세미는 총중량 40톤 완전 적재 기준 최대 550km 주행거리와 에너지 소비율 1kWh/km를 공식 스펙으로 내세운다. 충전은 유럽용 메가차저(Megacharger) 기준 최대 800kW 출력으로, 약 30분 충전만으로 전체 주행거리의 60%를 회복할 수 있다. 테슬라는 2027년 유럽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장에서는 세미용 FSD(Full Self-Driving) 적용을 위한 현지 시험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中 GAC·Pony.ai ‘1+4 로보트럭’…자율주행으로 확전
중국 업체들의 시선은 이미 전동화를 넘어 자율주행으로 향해 있다. GAC 상용차는 자율주행 업체 Pony.ai와 협업한 전기 로보트럭을 전시했다. 운전자 한 명이 선두 트럭을 조종하면 최대 4대의 무인 트럭이 뒤를 따르는 ‘1+4’ 군집주행 방식으로, 한 명이 사실상 5대 분량의 화물을 이동시키는 구상이다.
포톤(FOTON)은 BEV(배터리전기차)에 더해 수소연료전지(FCEV)·하이브리드·수소내연기관까지 다양한 동력원 라인업을 전시하며, 2030년 연간 판매 100만 대, 신에너지차 비중 50%라는 글로벌 목표를 제시했다.
테슬라 역시 세미에 FSD(Supervised) 적용을 공식화한 상태다. 현재 EU 회원국 6개국이 승용차용 FSD를 공공도로에서 허용했으며, EU 전체 차원의 승인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승용차에서 축적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OTA 업데이트 역량을 상용차로 확장해 운영 효율·안전·운송 단가를 동시에 건드리겠다는 전략이다.
MAN·벤츠·볼보 ‘맞불’…스펙보다 운영·서비스가 무기

유럽 전통 강자들도 수세에만 머물지 않는다. MAN은 이번 IAA에서 eTGX·eTGS 전기 트럭 풀라인업을 구축하는 한편, 고객의 노선·적재량·운행 시간·사업장 전력 여건을 분석해 충전 인프라 설계부터 에너지 관리, 물류 운영 컨설팅까지 통합 지원하는 서비스 모델을 전면에 내세웠다. 주행거리도 만만찮다. eTGX 4×2 모델은 최대 660km, 추가 배터리를 장착한 6×2 모델은 최대 720km로, 일부 구간에서 BYD와 테슬라를 상회한다.
메르세데스-벤츠 트럭은 장거리 전기 트럭 eActros 600과 수소전기트럭 NextGenH2 Truck, 고효율 디젤 파워트레인을 함께 전시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했다. 차량과 플릿 운영, 충전·진단을 관리하는 디지털 서비스도 확대했다. 볼보트럭도 최대 700km 주행거리를 앞세운 장거리 전기 트럭을 전시하며 전동화 경쟁에 가세했다.
“스펙 대전 너머, 제도가 승자를 가른다”
자율주행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신·구 업체 간 온도 차가 뚜렷하다. 중국 업체들이 운전자 없는 물류 시스템의 조기 상용화를 공격적으로 내세운 반면, 유럽 업체들은 기술 개발과 함께 제도적 기반 정비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사고 발생 시 제조사와 운송사업자 간 책임 범위, 군집주행 허용 구간, 원격 관제와 데이터 소유권 등 법적 기준이 먼저 정비돼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완전 자율주행 트럭이 본격 상용화되기까지 수년이 더 필요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