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에 사람 없는데?”… 앱으로 불렀더니 혼자 스르륵 다가온 ‘이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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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을 열고 차량을 예약하면, 운전자 없는 차가 스스로 지정 장소까지 찾아온다. 영화 속 장면이 아니다. 오는 9월 말부터 경기도 판교의 실제 도심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경기도는 2026년 9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약 3개월간 판교 제1·2테크노밸리 및 판교역 일대에서 ‘도심지 공유차량 배송·회수형 원격운전 서비스’ 실증에 나선다고 8월 26일 공식 발표했다.
차가 사람에게 온다…기존 카셰어링과 무엇이 다른가
기존 카셰어링은 이용자가 지정 주차장까지 직접 이동해야 한다는 구조적 불편함이 있었다. 이번 서비스는 그 불편함을 정반대로 뒤집는다. 이용자가 전용 앱으로 차량을 예약하면, 원격운전자가 별도 스테이션에서 실시간 주행 영상을 보며 차량을 지정 장소까지 운행해 가져다 준다.
서비스 절차는 4단계로 구성된다. ‘예약·결제 → 원격 배송 → 이용자 직접 운전 → 원격 회수’ 순이다. 이용자는 목적지 도착 후 반납 신고만 하면 되고, 이후 차량 회수는 다시 원격운전자가 처리한다. 차고지까지 차를 직접 반납해야 했던 기존 방식과 비교하면, 이용 편의성이 질적으로 달라진다.
완전자율주행 없이도 가능한 이유…4G·5G와 양산차의 결합

이 서비스의 핵심 경쟁력은 ‘기술 문턱’이 낮다는 점이다. 완전자율주행 전용 차량이나 특수 인프라 없이, 기존 4G·5G 이동통신망과 일반 양산차를 그대로 활용한다. 원격운전 스테이션에서 조향·가속·제동 명령을 통신망으로 차량에 전송하고, 차량은 실시간 주행 영상과 상태 정보를 관제센터로 되보내는 구조다.
독일 모빌리티 스타트업 Vay는 이미 유사한 텔레드라이빙(teledriving) 모델을 실제 공공 도로에서 상용 서비스 중이다. 고객이 앱으로 차량을 호출하면 훈련된 원격 운전자가 빈 전기차를 몰아 도착시키고, 이용 후엔 차량을 그냥 두고 내리면 다시 원격으로 회수한다. 판교 실증은 이 모델을 국내 도심 환경과 규제 체계에 맞게 처음으로 검증하는 시도다.
경기도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융기원)은 완전자율주행 상용화 이후에도 비상상황 원격지원이나 제한구역 내 차량 이동 등에 원격운전이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자율주행의 대안이 아니라, 보완 기술로서의 가치도 크다는 설명이다.
2단계 무인 운행이 진짜 관문…통신 안정성이 핵심 변수
실증은 안전성 검증을 위해 두 단계로 나뉜다. 1단계(9월 말~10월)에서는 경기기업성장센터 입주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차량 내 안전운전자가 탑승한 상태에서 서비스한다. 통신 안정성과 차량 제어, 돌발상황 대응 체계를 집중 점검하는 구간이다.
2단계(11월~12월 말)는 이용 대상을 제2판교테크노밸리 전체 입주기업 임직원으로 넓히는 동시에, 안전운전자 없이 완전 원격으로만 배송·회수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 단계의 성패는 통신 지연(Latency) 문제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통제하느냐에 달려 있다. 4G·5G망의 일시적 두절이나 지연은 원격 제동·조향 실패로 직결될 수 있어, 다중 통신망과 비상 제어 프로토콜 설계가 관건이다.
법·제도 측면의 과제도 남아 있다. 이번 실증은 국토교통부 모빌리티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원격운전 특례를 부여받아 추진한다. 사고 발생 시 원격운전자의 법적 지위, 책임 소재, 보험 기준 등은 현행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어, 실증 결과를 토대로 제도 설계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