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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 주차장, 그냥 “공짜로 내주고 있었다” 전기차 충전 요금 논란 뒤에 숨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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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O 전환 러시 속에서 발견한 모범 사례

최근 전국 아파트 단지들 사이에서 전기차 충전 시설을 두고 크고 작은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자체 운영하던 완속 충전기를 철거하고 외부 CPO(충전 사업자)에 위탁하면서 요금이 오르는 바람에 불만이 쌓인 입주민들이 있는가 하면, 화재 위험 등을 이유로 관리소 측에서 CPO 전환을 추진하다가 입주민들과 트러블을 겪는 단지들도 상당수라는 것이 현장의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세종시의 한 아파트 단지가 눈에 띄는 사례로 떠올랐다. 얼마 전 정부 관계자와 함께한 토론회 자리에서 만난 해당 단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완속 충전기를 자체적으로 아주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온 것이 계기가 됐다. 직접 취재를 요청해 현장을 둘러보게 됐는데, 이 사례가 충전 시설 운영 방식을 고민하는 다른 단지들에게도 참고가 될 만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시간대별 요금제, 아파트에서도 가능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충전기 옆에 붙어 있는 계절별·시간대별 요금표였다.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고 순수 자체 운영 중인 이 단지의 충전기는 완속 기준으로 시간대에 따라 요금이 세분화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봄철(3~5월) 기준 평일 낮 시간대는 킬로와트당 105원 수준이지만, 오후 11시 이후 심야 시간에는 50원대로 떨어진다. 반대로 여름철 오후 3시부터 8시까지의 최대 부하 시간대는 204원까지 올라가는 구조다.

다만 대부분의 전기차 이용자들이 야간에 충전을 하는 습관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요금은 최저 93원에서 최고 110원 안팎 수준으로 전해진다. 충전기 배치 방식도 특이한데, 한곳에 몰아두지 않고 주차장 곳곳에 분산 배치해 충전 포트 위치가 앞쪽이든 옆쪽이든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시간대별 요금 시스템, 사실은 관리사무소의 ‘수작업’

관리사무소를 방문해 실제 시스템을 확인해보니, 이 정교해 보이는 요금 체계 뒤에는 상당한 수작업이 숨어 있었다. 해당 단지가 사용하는 충전기 제조사의 경우, 원래는 시간대별 요금 설정 기능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입대회장이 지속적으로 기능 개발을 요청한 끝에 제조사가 이를 반영했고, 결과적으로 이 단지가 가장 먼저 해당 기능을 시범 적용받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아직 완전히 자동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혹은 요일 구분(평일/토요일/공휴일)이 바뀔 때마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직접 날짜별 요금 구간을 수동으로 입력해야 하는 구조라고 한다. 소수점 단위 입력이 지원되지 않아 전력기금(2.7%)이나 부가세(10%) 같은 항목도 별도로 재계산해 반영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시스템 자체는 훌륭하지만, 사용자 편의성 측면에서는 아직 개선 여지가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기본요금 산정, 형평성 고민의 흔적

요금 체계에서 흥미로웠던 또 다른 지점은 기본요금 산정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충전기를 한 번이라도 이용하면 일괄적으로 정액 기본요금을 부과하는 방식도 검토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 달에 한두 번만 충전하는 입주민 입장에서는 이 방식이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고, 결국 전용 완속 충전기 기준 최대 전력량을 기준으로 기본요금을 산정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산정된 기본요금은 대략 14,000원 수준이며, 최종 청구액에는 여기에 부가세와 전력기금이 더해져 관리비에 합산 청구되는 구조다.


민원은 생각보다 적었다 — 다만 손님 충전이 애매하다

관리소장과의 짧은 인터뷰에서는 실제 운영상 겪는 민원 사례도 확인할 수 있었다. 큰 민원은 없는 편이지만, 충전기 오류 발생 시 직원이 직접 현장을 확인하거나 제조사에 문의하는 정도의 업무는 꾸준히 발생한다고 한다.

가장 애매한 민원으로 꼽힌 건 외부 손님 차량의 충전 요금 문제였다. 관리비로 청구되는 구조이다 보니, 손님이 충전한 요금을 정확히 얼마인지 확인하기도 어렵고 이를 손님에게 요구하기도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법인 차량을 운영하는 입주민의 경우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싶어도 관리비 통합 청구 구조상 불가능하다는 불만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사유들로 인해 단지 내 일부 구역을 CPO로 전환하려는 계획도 있었으나, 최근 보조금 관련 이슈로 논의가 잠정 보류된 상태로 전해졌다.

“우리 아파트 시설, 우리가 관리하는 게 맞다”

자체 운영 방식을 앞으로도 지속할 계획인지에 대한 질문에, 관리소장은 기존에 설치된 시설물인 만큼 관리 주체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향후 장비 자체에 문제가 생기거나 운영이 곤란해지는 시점이 온다면 그때 다시 판단할 문제라는 여지도 남겼다.

이번 취재를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지점은 명확하다. 아파트 충전 시설을 외부 CPO에 넘기는 것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외부 사업자에게 위탁한다는 건 결국 주차 공간과 충전 설비를 별도 임대료 없이, 사용료 걷을 권리마저 함께 내주는 셈이라는 시각도 있다. 업무 편의성만을 이유로 이런 자산을 쉽게 내어주기보다는, 다소 번거롭더라도 자체 운영을 유지하며 시스템을 개선해나가는 방향이 장기적으로는 더 합리적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사례가 주는 시사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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