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티뷰론’… “1990년대에 제로백 8초, N브랜드의 조상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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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규혁 현대자동차 브랜드헤리티지팀 책임매니저(왼쪽)와 허장혁 SEW유로드라이브코리아 대표가 17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하던 도중 단종 23년 만에 복원된 ‘티뷰론’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권규혁 현대자동차 브랜드헤리티지팀 책임매니저(왼쪽)와 허장혁 SEW유로드라이브코리아 대표가 17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하던 도중 단종 23년 만에 복원된 ‘티뷰론’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티뷰론’이 돌아왔다. 1996년 등장해 2001년 단종됐지만 짧은 시간 한국의 젊은이들을 들뜨게 했던 그 차다. 바퀴휠부터 엔진까지 100% 순수 국산 기술로 만들어진 첫 스포츠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6월 상태가 좋은 티뷰론 1대를 구해 14개월 동안 공들여 최근 완전히 복원해냈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아이오닉5 N’이나 ‘아반떼N’과 같은 고성능차가 하루아침에 탄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계획이다. 28년 전 도전정신으로 만들어 낸 티뷰론의 헤리티지(유산)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는 얘기다.

● 2001년 단종된 티뷰론 복원

티뷰론 복원에 참여한 권규혁 현대차 브랜드헤리티지팀 책임매니저(55)는 17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성장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느라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며 “이제 50년 넘는 역사를 가진 현대차도 헤리티지를 돌아볼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복원된 티뷰론은 이제 사회의 주축이 된 이들에게는 추억으로, 그보다 젊은 세대에게는 신기함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현재 ‘N브랜드’라는 제품군을 따로 마련해 전기 및 내연기관 고성능차를 만들고 있다. 고성능차 개발에 진심인 현대차가 스포츠카의 ‘조상님’이라 불리는 티뷰론을 복원한 것은 당시 기준으로 티뷰론의 성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소박한 성능이지만 현대차는 이미 1990년대에 제로백 8초, 시속 220km까지 달리는 150마력 차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또 1.5L 엔진이 대세였던 당시에 파격적으로 2.0L 엔진을 장착했다. 당시 기술로 과감한 곡면을 가공해 구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이를 성공해 내기도 했다.

권 책임매니저는 “티뷰론의 성공적인 데뷔가 있었기에 지금 N브랜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면서 “티뷰론 개발은 현대차가 단순히 평범한 대중차만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라 자동차 마니아들도 좋아할 만한 차를 만들 수 있다는 역량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 20여 년 전 티뷰론 동호회 회장에게 인도

이번에 복원된 티뷰론은 현대차의 ‘토크콘서트’ 행사에서 공개한 뒤 허장혁 SEW유로드라이브코리아 대표(55)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허 대표는 이번 복원 과정에서 현대차에 많은 도움을 준 인물이다.

젊었을 때 티뷰론의 공식 동호회인 ‘TOG’의 회장을 맡았던 허 대표는 중고 티뷰론 차량을 수소문할 때부터 현대차와 함께했다. 과거 티뷰론을 운행했을 때 경험들을 현대차 복원팀에 설명해주면서 기술적인 복원에 그치지 않고 감성까지 복원할 수 있도록 도왔다.

현대차는 상태가 좋은 티뷰론 중고차를 구해 녹슨 부분의 부품을 교체하고, 찌그러진 곳을 폈다. 처음에 확보된 티뷰론은 검은색이었는데 당시 티뷰론을 상징하는 색깔인 ‘퍼니 레몬’ 색상으로 도색도 새로 했다. 복원된 차량은 마치 1996년에 갓 출시된 새차처럼 깔끔하면서 과거의 디자인을 지닌 멋들어진 클래식 스포츠카의 자태를 뽐낸다.

복원된 티뷰론을 마주한 허 대표는 27세로 다시 돌아간 듯이 눈을 반짝였다. 그는 “199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티뷰론은 다시 가슴을 뛰게 만드는 차”라며 “당시만 해도 차는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니었는데 티뷰론 등장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했다.

실제로 유려한 곡선의 레몬색 티뷰론이 나오자마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출시 5년 만인 2001년에 단종됐는데 짧은 기간에도 27만 대가 팔렸다. 구매자 중 20, 30대 비중이 90%에 육박할 정도였다. 티뷰론이 성공을 거둔 덕에 이후 고성능 차의 명맥이 이어지게 됐다.

허 대표는 “인생에 있어 가장 뜨거웠고, 중요했던 시기를 티뷰론과 함께했다”며 “티뷰론을 복원하는 것은 마치 젊은 시절을 복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독일과 미국 회사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그는 “외국에서 할아버지들이 오래된 포르셰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보면 멋있고 부러웠다”며 “이제는 부러워할 것 없이 주말에 티뷰론을 타고 ‘내 인생이 이렇게 뜨겁고,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밖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코티나’ ‘포니’ ‘스쿠프’ 등의 차량을 연달아 복원한 현대차는 앞으로도 회사 헤리티지에서 의미가 있는 차량들에 대한 복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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