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뒷유리가 없는 SUV 쿠페 폴스타 4의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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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스타가 공개한 폴스타 4는 SUV 쿠페(coupé)라고 발표됐다. 폴스타 브랜드의 SUV 모델인 폴스타 3에 이어 두번째 SUV 모델이다. 폴스타에 따르면 폴스타 4는 기존 폴스타 2와 폴스타 3 사이에 위치한다고 한다. 폴스타3은 완전한 SUV에 가까운 형태이고, 폴스타 4는 승용형 크로스오버 SUV인 셈이다. 폴스타 4는 중국 지리(Geely)에서 개발한 프리미엄 SEA(Sustainable Experience Architecture)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고 알려져 있다.

폴스타 4의 차체 제원은 전장×전폭×전고와 휠베이스가 각각 4840×2008×1534(mm)에 2999mm이다. 그런데 국산 SUV 중에서는 이와 비슷한 크기의 차량은 없는 것 같다. 가장 근접한 크기로는 싼타페가 4785×1900×1685(mm)에 휠베이스 2765mm이다. 이와 비교하면 폴스타 4는 54mm 길고 폭은 108mm 넓은 반면에, 높이는 141mm 낮다. 이렇게 넓다면, 기존 아파트 단지에 폴스타 4를 세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매우 넓은데다 보통의 승용차보다 훨씬 높다. 물론 높이로서는 SUV보다는 날렵한 비례이다. 즉 높이가 낮아지는 만큼 폭과 휠베이스를 크게 늘린 차체 치수이다. 전기 동력 차는 구조적으로 긴 휠베이스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 차체 측면의 이미지는 슬림한 측면 유리창 비례에 건장한 휠의 크기를 강조한 모습이다. 그리고 또 폴스타 4에서 눈에 띄는 건 뒷유리가 없다는 점이다. 지붕에는 파노라마 루프가 설치돼 있어서 유리로 돼 있지만, 정작 뒷유리는 없는 구조이다. 그래서 실내의 리어 뷰 미러는 거울 대신 영상을 표시해주는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디지털 룸미러가 설치돼 있다. 디지털 룸미러는 이미 몇몇 수입 양산차와 국산차 중에서도 볼 수 있으니, 디스플레이 패널이 거울 역할을 하는 것 자체는 이제 낯선 일은 아니다. 디지털 룸미러는 뒷좌석에 사람들이 앉아있어도 후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센서 오류가 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든다.

아무튼 폴스타 4는 뒷유리가 없이 막혀 있어도, 그리고 뒷좌석에 세 사람이 모두 앉아도 뒤쪽이 잘 보인다. 오히려 뒷유리가 없는 모습이면서 후방 카메라가 장착된 루프 후반부의 모습은 어딘가 디지털적 이미지에 전기차 이미지도 주고 있다. 엔진 동력 차들이 전반적으로 아날로그적 이미지라면, 그에 비해 전기 동력 차들은 상대적으로 디지털 감성을 주는 게 사실이다. 그런 감성은 전면의 주간주행등과 수평형 테일램프에서 더 강조된다. 전면의 주간주행등은 기존 토르의 망치 형태의 것과 다르게 아래위로 분할시켜 놓은 듯한 듀얼 블레이드 라는 이름으로 디자인 되었다. 전반적으로 매우 감각적이면서도 샤프한 인상을 주는 램프류의 감성은 차체 곡면의 흐름과 결합된 모서리를 강조하는 디자인과 연결된다.

그런데 테일 램프 디자인은 직각으로 꺾인 좌우의 그래픽이 인상적이기는 하지만, 수평으로 자리잡은 슬림 이미지는 이제 흔하게 볼 수 있는 보편적 디자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뒷유리가 없는 폴스타 4 뒷부분 이미지는 독특하다. 어쩌면 뒷 유리가 없는 실내의 인상이 매우 다르다. 한편으로 아직 테일 게이트를 연 모습은 볼 수 없는데, 차체의 분할선을 보면 테일 게이트의 활용성은 있을 거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실내는 요즘 전기 동력 차답게 커다란 디스플레이 패널을 볼 수 있다. 요즘 나오는 차들이 디지털 기술로 이전 차들보다 조작성이나 효율에서 장점이 있을 걸로 보이지만, 터치 인터페이스가 정말  안전운전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안전성에 좋은 건 가장 아날로그적 방법일지 모른다. 아울러 폴스타 4의 특징은 단순성처럼 보인다. 폴스타 브랜드의 디자인 아이덴티티 자체가 미니멀한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고, 그런 맥락에서 실내 디자인의 장식적 요소에 대한 극도의 자제력을 보여준다. 근본적으로 기능성을 추구하는 스칸디나비안 국가의 디자인 감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실내의 안전띠 색상을 노란색으로 구분하는 것은 일종의 기능적 감성 같은 인상이 들기도 한다.

인스트루먼트 패널 역시 차체 외부와 비슷하게 직선 중심의 조형 요소들로 이루어진 형태를 볼 수 있다. 눈에 띄는 건 D-컷 스티어링 휠을 가졌다는 점이다. 본래 D-컷 스티어링 휠은 F1 레이싱 머신처럼 차체의 높이가 극도로 낮은 조건의 차량에서 스티어링 휠의 아랫 부분과 운전자 신체의 간섭을 줄이면서 승/하차에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런 기능적 이유보다는 고성능 차량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는 면도 있다. 그래서 폴스타 브랜드가 고성능 전기 동력 차량을 추구한다는 것과 D-컷 스티어링 휠의 채택은 바로 그런 연관성을 보여주는 디자인적 장치 일지도 모른다.

또한 내장재 질감 역시 회색 톤과 검은색 등으로 마무리된 단순성을 보여준다. 마치 0과 1로 대표되는 디지털의 감성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실내에서 눈에 띄는 점은 재활용 소재의 사용일 것이다. 바닥의 카페트는 재활용 어망 같은 재료를 적극 사용한 에코닐(ECONYLO)을 사용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천연의 재료 대신 합성수지의 비중이 높고, 그러한 합성수지의 사용을 강조하는 이면에는 재활용 합성수지의 비중이 높다는 맥락이 있다.

지금부터 약 130년 전이었던 18세기, 자동차 등장 초기에는 엔진 동력 차량과 전기 동력 차량이 함께 발전했지만, 그 뒤로 엔진 기술 발전이 배터리 기술의 발전을 앞서며 엔진 동력 자동차가 20세기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130년이 지난 오늘날 다시 주목받는 전기 동력 자동차는 탈 석유화, 또는 무공해 자동차의 의미로 더 크게 다가온다. 그렇지만 우리가 지금 보게 된 전기 동력 차량의 모습은 다시 변화돼 디지털 기술과 아울러 고성능화된 모습이다. 그리고 폴스타 4는 그것을 강조하려는 모습이다. 과연 앞으로의 전기 동력 차량은 어떤 모습으로 계속 변화해 나갈까? 

글 구상 자동차 디자이너,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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