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1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쌍용종합상가 앞. 2.7㎞ 떨어진 선릉역 앞으로 가기 위해 일반 택시를 부르듯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서울 자율차’를 호출했다. 곧 차가 도착해서 탑승했다. 일반 택시와 똑같은 외관의 택시는 “자율주행을 시작합니다”라는 음성과 함께 운행이 시작됐다.
동아일보 기자는 이날부터 강남 일대에서 국내 최초로 운행되는 서울시 심야 자율주행택시를 오전 1시~1시 반경 타봤다. 전반적인 승차감이 부드럽고 앞차와의 거리 유지 등도 능숙했지만, 차량이 흔들릴 만큼 급격한 차선 변경이나 차선을 잘못 진입하는 등의 미숙함도 드러났다. 본격 상용화를 위해선 해외처럼 비상상황에 대비한 촘촘한 매뉴얼 설계부터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실제론 절반 이상 수동주행 한계
이날 운전석엔 자율주행업체 직원이 앉았다. 현재 기술력으로는 수동주행을 해야 하는 구간이 다수 있기 때문이다. 돌발 상황, 공사 구간이나 어린이보호구역이 대표적이다.
출발한 지 수초 만에 공사 구간이 나와 시험운전자가 핸들을 직접 조작해 이를 피해갔다. 이후 2개의 공사 구간이 더 나왔을 땐 아예 “수동 주행을 시작한다”는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약 30분의 운행 중 운전자는 절반 이상 운전에 개입해야만 했다.
신호 인식 등 기본적인 기능에는 문제가 없었다. 시속 40㎞대 일정한 속도로 달리고 급하게 정차하지 않아 전반적인 승차감도 부드러웠다. 특히 좌회전, 우회전 시 시속 20㎞대에서 정교한 핸들링이 돼 코너링이 부드러웠다.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처럼 커피가 든 컵을 들고 탔어도 넘치지 않을 정도였다.
앞차와의 간격에선 보수적인 안전거리 유지가 돋보였다. 수m 거리로 보통 차량들이 하는 것보다도 훨씬 멀찍이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내비게이션대로 자동 주행되기에 길 안내 음성이 울리지 않아서 일반 택시보다 소음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장점이었다.
● 순식간 차선 3개 변경 ‘아찔’ 순간도
다만 설익은 기술력에 경로 인식 오류도 있었다.
선릉역으로 향하는 포스코사거리에선 내비게이션상 좌회전을 해야 했는데 차선을 잘못 진입해 직진하게 된 것이다.
기자가 깜짝 놀랄 만큼 급격한 차선 변경으로 ‘위험 운전’에 가까운 상황도 있었다. 다시 쌍용종합상가 앞으로 되돌아와 도착할 때엔 자율주행택시가 4개 차선 중 3개를 오른쪽으로 순식간에 바꿨다. 차량과 기자 몸이 흔들릴 정도였다.
시험운전자는 “정해진 구간 안에서 목적지에 도착해야 하는데 앞에 다른 차가 있는 걸 인식했다 보니 조금 무리하게 들어왔다.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자율주행택시가 먼저 도입된 미국과 중국의 일부 도시에서는 실제로 안전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무인택시(로보택시)를 상용화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지난해 10월 로보택시가 보행자를 들이받은 뒤 6m 가까이를 끌고 가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보택시가 환자를 태운 응급차를 약 90초간 막아 환자가 끝내 숨지기도 했다. 승객을 태우고 주행하던 중 소방차와 충돌하는 일도 있었다.
잇따른 사고에 캘리포니아 차량국에서는 로보택시의 운행대수 50% 감축을 지시한 바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12월 자율주행차의 상업적 운행에 관한 규정을 제정했다. 로보택시엔 운전자가 꼭 동행할 필요는 없지만 원격 운전자가 있어야 하고, 이 원격 운전자는 한번에 최대 3대까지의 차를 감독할 수 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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