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잇따른 화재 발생으로 전기차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전용 소화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부터 충전시설을 아예 지하에서 퇴출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주장까지 나온다. 다만 이 경우 추가적인 공사비가 수반되는 만큼 건설업계의 고민도 적지 않다.
12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아파트 전체 14개 동 1581가구 중 5개 동 480여 가구에서 단수·단전이 발생했다. 전기차 화재는 ‘열폭주’ 현상으로 인해 진화가 상당히 까다롭다.
전기차 화재가 막대한 피해를 불러오자 이른바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까지 확산하면서, 일부 아파트 단지에선 전기차 충전소를 지상으로 옮기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미 수도권의 모 단지에선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주차를 금지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주거지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전기차 주차·충전시설을 설치하지 않을 수는 없다. 2022년 1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에 따라 1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은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가 의무다.
지하가 아닌 지상에만 충전시설을 옮기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최근의 신축 아파트들은 지상 주차장을 만들지 않는 추세인 만큼 공간이 충분치 않고, 비용도 적지 않아 입주민들의 동의를 얻기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시공 중인 단지는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공사 도중 설계 변경이 이뤄진다면 준공이 늦어질 우려도 적지 않다.
전기차를 겨냥한 소방 규제 움직임도 고민거리다. 만약 층고를 높여야 한다든지, 전용 설비 설치가 의무화되면 공사비가 오르는 건 피할 수 없어서다.
건설사 입장에선 인건비와 자잿값 인상 등으로 공사비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또 공사비 더 오르는 건 좋은 일만은 아니다. 다시 공사비 갈등으로 정비사업이 지연될 우려도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규제에 따라 설계 요건이 까다로워지면 공사비는 오르게 돼 있다. 기술 개발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 것”이라며 “최근에는 지상에 주차장을 만들지 않아 지하에 있는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에 옮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건축 및 소화 규정 등이 필요하겠지만 모든 책임을 건설업계에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한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소화시설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정비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다만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선 비용이 발생하는데, 모든 걸 건설사에만 부담을 지워서는 안 된다. 국민들도 안전에 대한 비용은 인정하는 의식 전환도 필요하다. 정부가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안전은 무엇보다도 우선돼야 한다. 지금보다도 강화된 기준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다만 이에 따라 발생하는 공사비 인상을 모든 걸 건설업계가 책임져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또 다른 갈등을 부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13일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관계부처와 회의를 열고 전기차 화재 예방 대책 중 긴급한 단기과제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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