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슈퍼카 디자인의 거장, 마르첼로 간디니의 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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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3일에 슈퍼카의 거장 디자이너 마르첼로 간디니(Marcello Gandini; 1938~2024)가 85세를 일기로 작고했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들려왔습니다. 자동차를 아끼는 사람들 중에 람보르기니 쿤타치의 이름을 모르는 분은 아마도 안 계실 것입니다.
 
사실상 오늘날의 슈퍼카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모델이 쿤타치이고, 그러한 쿤타치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1971년, 53년 전에 처음 제시한 디자이너가 바로 마르첼로 간다니 입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1973년, 학교 앞 문구점에서 본 쿤타치-그때는 일본식 발음으로 ‘카운타크’ 라고 불렸습니다-의 조그마한 플라스틱 조립 완구의 충격적인 미래지향적인 차체 디자인, 마치 우주선과도 같은 기하학적 차체 디자인에 매료돼 자동차를 좋아하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마르첼로 간다니 입니다. 

물론 코흘리개였던 저는 ‘카운타크’ 라는 이름만 들어서 알게 됐었고 그 차를 디자인한 사람이 마르첼로 간디니 라는 사실은 훠ㄹ씬 나중인 중학생이 됐을 때 알게 됐습니다.
 
앞의 사진 속의 85세의 간디니는 아마 작고 직전에 찍은 사진일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의 대표작 쿤타치와 함께 찍은 사진이 유작이 됐습니다.
 
그는 1938년에 이탈리아에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의 아들로 태어났다고 합니다. 그는 디자인 전공으로 대학 졸업 후 다른 디자인 업체에서 경력을 쌓은 후 1965년부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카로체리아 베르토네(Bertone)의 수석디자이너로 일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그의 슈퍼카 디자인 재능이 발휘되면서 람보르기니 미우라, 쿤타치, 그리고 스트라토스 콘셉트 등 그의 일필휘지(一筆揮之)적 재능, 즉 직관적인 조형 감각이 발휘되는 예술적 감각의 디자인을 가진 차들이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사실상 간디니의 디자인은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모델 포니를 디자인한 또 다른 이탈리아의 거장 자동차 디자이너 죠르제토 쥬지아로(Giorgetto Giugiar; 1938~)의 양산 지향적이고 대중성 높은 디자인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물론 디자인에는 한 개의 답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추구 하느냐의 문제일 뿐입니다. 

그런데 간디니가 베르토네의 수석디자이너를 맡기 이전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 바로 쥬지아로 였습니다. 쥬지아로가 베르토네 근무 이후 독립해 30세에 자신의 회사 ‘이탈디자인(ITAL DESIGN)’을 세웠고, 그 자리를 간디니가 맡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간디니와 쥬지아로 모두 1938년생입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중의 또다른 한 사람이 레오나르도 피오라반티(Leonardo Fioravanti; 1938~)가 있습니다만, 그 역시 1938년생이고 이탈리아의 또 다른 자동차 개발과 디자인 전문 기업 피닌파리나(Pinifarina)에서 근무하면서 페라리 디노와 288, F40 등 페라리의 황금기로 이끈 차들을 디자인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피닌파리나의 타이틀로 일했기에 간디니나 쥬지아로에 비해 덜 알려졌던 것입니다. 

간디니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의 대표작은 슈퍼카가 대부분이지만, 양산형 승용차도 역사적인 차들이 많습니다. BMW 5시리즈의 1세대 모델 E12는 키드니 그릴과 두 개의 원형 헤드램프로 그야말로 BMW의 전형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알파로메오의 알페타와 우리나라에서도 라이선스 생산 된 차량 피아트 132 역시 그의 디자인입니다. 피아트 132는 1979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생산됐었는데요, 그 당시에 변호사,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종이 가장 선호하던 차이기도 했습니다.

간디니는 쿤타치의 후속 모델로 수퍼 카 람보르기니 디아블로(Diablo)도 디자인했습니다. 쿤타치 보다 더 세련된 조형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 당시에 람보르기니가 재정난으로 크라이슬러에 합병되는 등의 혼란기를 맞으며, 어딘가 그런 시대를 암시하는 듯한 인상이 들기도 합니다.

이후 시트로앵 BX등 간디니의 감성이 강하게 드는 양산차와 부가티 110주년 차량으로 부가티110 등을 디자인하면서 역시 그의 디자인 감각은 슈퍼카에 더 잘 맞음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간디니의 디자인을 보면 확실히 자동차는 단지 바퀴 달린 기계만은 아님을 느끼게 됩니다. 쿤타치가 저러한 간디니의 디자인이 없었다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슈퍼카로 기억 되었을까요? 미우라 역시 저렇게 아름다운 슈퍼카로 기억될 수 있었을까요?

간디니의 작고 소식에 이제 한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물론 새로운 시대에는 또 다른 거장 디자이너가 우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차를 디자인 해 줄 것입니다. 작고한 마르첼로 간디니 선생의 명복을 빌며, 새로운 시대에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할 또 다른 일필휘지적 감성의 디자인을 가진 자동차에 대한 기대를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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