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걸그룹 헌트릭스가 부른 ‘골든'(Golden)이 마침내 미국 빌보드의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 1위에 등극했다. 여성 가수 및 여성 그룹이 부른 K팝 곡이 ‘핫 100’ 1위에 오른 건 처음이다. 그동안 K팝으로는 그룹 방탄소년단만 보유했던 ‘핫 100’ 1위 기록을 이제 헌트릭스가 나눠 갖게 됐다.
빌보드가 12일(한국시간) 발표한 최신 차트 예고(16일자)에 따르면 ‘골든’은 전주 대비 한 계단 올라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빌보드는 “‘골든’은 ‘핫 100’을 정복한 K팝 관련 9번째 노래”라며 “여성 가수가 부른 K팝의 첫 번째 1위 곡”이라고 의미를 밝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에 수록된 ‘골든’은 지난 6월25일 작품 공개 직후부터 뜨겁게 사랑받았다. OST에 수록된 8곡의 노래 가운데 빌보드 차트와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등에서 가장 먼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7월 초 처음 81위로 ‘핫 100’에 진입한 ‘골든’은 매주 23위, 6위, 4위, 2위, 2위를 기록했고 7주 차에 1위에 올랐다.
● 미국 내 가장 인기 있는 곡 인정
빌보드 차트 가운데 ‘핫 100’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면 이번 ‘골든’의 성과는 더 눈에 띈다. ‘핫 100’은 미국 스트리밍 데이터와 라디오 방송 점수, 판매량 데이터 등을 종합해 순위를 매긴다. 특히 라디오 방송 점수가 포함되는 만큼 빌보드 차트 가운데서도 미국 내 인기가 가장 정확하게 반영된다.
K팝 그룹들이 빌보드 차트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지만, ‘핫 100’ 차트 1위 달성은 오직 방탄소년단과 멤버들만 보유했다는 사실에서도 이번 ‘골든’의 기록은 돋보인다. 그동안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 등 6곡으로 ‘핫 100’ 1위에 올랐고, 그룹의 멤버인 지민과 정국이 각각 솔로곡으로 한 번씩 1위를 정복했다.
여성 가수나 여성 그룹의 K팝 곡이 이 차트의 1위에 오르기는 ‘골든’이 최초라는 점에서 K팝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애니메이션의 OST 수록곡으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한편으론 가상의 걸그룹이 글로벌 팬덤을 구축하면서 이룬 최초의 기록으로도 의미를 갖는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는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200’의 최신 기록에서도 2주 연속 2위에 올랐다.
● 영국 싱글 차트도 1위, 이제 오스카 주제가상 겨냥
‘골든’은 한국계 작곡가 이재가 공동으로 작사, 작곡한 노래다. 이재와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가 함께 불렀다. 인간 세상을 위협하는 악귀에 맞서는 운명을 타고난 영화의 주인공 헌트릭스가 잠시 흔들리기도 하지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여 사람들을 지키겠다는 다짐을 담은 곡이다. 특유의 내지르는 고음이 특징으로 방탄소년단의 정국을 비롯해 아이브의 안유진, 에이핑크의 정은지, 마마무의 솔라, 가수 바다 등 가창력을 인정받는 국내 가수들이 커버에 도전해 더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편 ‘골든’은 빌보드의 ‘핫 100’ 1위는 물론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인 ‘톱 100’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이로써 미국과 영국 양대 싱글 차트를 모두 석권하면서 2025년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화제의 곡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제 ‘골든’은 내년 3월 열리는 제9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노린다. 앞서 넷플릭스는 ‘골든’을 주제가상 후보로 출품할 계획을 밝힌 가운데 빌보드 ‘핫 100′ 1위 성과까지 더해지면서 주제가상 최종 후보는 물론 수상 가능성도 높아졌다. 후보에만 올라도 K팝 노래로는 최초의 기록을 세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서울을 배경으로 K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악령에 맞서 팬들을 지키는 활약을 그린 영화다. K팝 뿐 아니라 음식과 패션, 화장품 등 다양한 한국 문화를 녹인 이야기, 전통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캐릭터와 설정 등으로 주목받았다.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이 공동 연출했고, 할리우드 스튜디오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한 미국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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