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정보 비밀 풀렸다… 63년간 절멸된 줄 알았던 ‘멸종위기 동물’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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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제비갈매기 새끼. / 국립생태원 제공

뿔제비갈매기 새끼. / 국립생태원 제공
뿔제비갈매기 새끼. / 국립생태원 제공

기온이 30도 가까이 오르면서 여름이 시작됐다. 더위와 장마 사이, 바닷새들이 북상하는 계절. 이때, 전남 영광군 낙월면에 위치한 육산도로 돌아오는 새가 있다. 지구상에 약 100마리만 존재하는 ‘뿔제비갈매기’다.

11일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과 국립생태원은 뿔제비갈매기의 유전정보를 완전히 해독했다. 확보한 유전정보는 약 11억 7000만 개의 염기서열이며, 염색체 단위로 분석이 이뤄졌다.

유전체 완전 해독… 뿔제비갈매기에 적용한 정밀 분석

뿔제비갈매기가 비행하는 모습. / 환경부 제공
뿔제비갈매기가 비행하는 모습. / 환경부 제공

연구진이 국내에 서식하는 뿔제비갈매기의 유전체를 정밀 분석한 결과, 1만 개 염기서열 중 5개 정도만 달랐다. 이는 유전적 다양성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근친 번식으로 인해 유전 형질이 고정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자이언트판다의 경우 같은 조건에서 12개, 두루미는 17개가 달랐다. 유전적 다양성 확보는 멸종위기종 보전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다.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보전 전략 수립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생존 개체 수가 워낙 적어 한 마리의 유전적 특성도 전체 집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연구진은 복원 사업 추진을 위해 데이터를 국제 유전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하고, 국내외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뿔제비갈매기, 서식지는 어디일까

뿔제비갈매기는 도요목 갈매기과에 속하는 바닷새다. 번식지는 중국 지우산섬, 우즈산섬, 마주섬, 펑후섬 등과 함께 한국 전남 영광군 육산도까지 다섯 곳뿐이다. 이 새는 여름철 북상해 번식하고, 겨울에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해역으로 이동한다.

육산도는 2016년 처음 번식지가 확인된 이후, 특정도서로 지정돼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출입 시에는 문화재청 및 환경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육산도는 태풍 피해가 적고, 포식자 위험이 낮아 뿔제비갈매기의 번식이 양호한 곳이다.

2020년까지 매년 7마리 정도가 돌아왔고, 이 중 일부는 2016년 관찰된 개체와 동일한 개체로 확인됐다. 최소 12년 이상 생존한 셈이다. 수명은 20~30년으로 비교적 길다.

깃털, 계절 따라 바뀐다

뿔제비갈매기. / 환경부 제공
뿔제비갈매기. / 환경부 제공

이 새는 여름 번식기에 검은 깃털이 뿔처럼 솟아난다. 여기서 ‘뿔제비’라는 이름이 붙었다. 부리는 노란색에 끝이 검고, 다리는 검은빛이다. 몸 윗면은 회색, 아랫면은 흰색이다. 겨울에는 머리색이 달라진다. 공중에서 낮게 활공하며, 해수면 위를 비행하는 모습이 특징이다.

주요 먹이는 멸치, 정어리 같은 소형 어류다. 새우나 작은 오징어도 먹는다. 비행 도중 급강하해 날카로운 부리로 사냥한다. 얕은 바다에 먹이가 풍부해야만, 안정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

낮은 번식 성공률… 안전지대는 ‘육산도’

뿔제비갈매기는 한 번에 알을 1개만 낳는다. 부화까지 26~28일, 비행이 가능해지기까지 약 40일 정도 걸린다. 2016~2020년 육산도 둥지 11곳 중 4곳에서만 새끼가 성장했다. 나머지는 알이 깨지거나 먹이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실패했다. 괭이갈매기와의 경쟁, 번식 행동 미숙 등이 주요 실패 원인으로 지목됐다.

중국 동부 해안에서는 갯벌 매립, 알 채취, 태풍 등으로 뿔제비갈매기의 번식지가 훼손됐다. 1950년대부터 해안 개발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주 서식지였던 지역이 사라졌다. 사람 간섭이 최소화된 육산도가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로 평가받는 이유다.

육산도에서의 관찰과 관리

뿔제비갈매기. / 국립생태원 제공
뿔제비갈매기. / 국립생태원 제공

2016년 첫 관찰 이후, 육산도에서는 CCTV, 무인 센서카메라, 개체 식별용 가락지를 통해 개체 행동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왔다. 부리의 검은 무늬와 흉터 같은 특징을 이용해 성별, 나이도 파악했다.

일부 개체는 매년 돌아오면서 번식에 성공하고 있다. 2021년에는 육산도에서 새끼 1마리가 성장해 다섯 번째 번식 기록이 세워졌다. 이 성과는 아시아 조류학회에서도 발표됐다.

뿔제비갈매기는 한때 멸종된 것으로 간주됐다. 1937년 관찰 이후, 63년간 기록이 없었다. 2000년 중국 마주섬에서 4쌍이 발견되면서 다시 관심을 모았다.

이후 국제적 보호 종으로 지정됐다. 현재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위급’ 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이들의 월동 경로, 중간 기착지, 번식지 사이 이동 연계성 등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유튜브 ‘SBS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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