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역사] 람세스마저 홀린 3000년 전 히타이트 철기 유물…서울 상륙
한성백제박물관, ‘히타이트: 오리엔트 최강의 제국’ 개최
튀르키예 문화관광부, 역사 테마로 한 관광 마케팅 강화
4~5월 중 학술대회 및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 등 진행
3000년 전이라고 하면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한 해가 기원전 2333년으로, 지금부터 4358년 전이다. 그러니 3000년 전, 정확히는 3700여년 전은 고조선이 건국한 이후 정도로 예상할 수 있다.
기원전 1724년. 한반도가 아닌 지금의 시리아와 튀르키예 국경 부근인 아나톨리아에서는 ‘오리엔트 강국’이라 부르는 히타이트와 이집트가 맞붙는 일이 벌어졌다. 양측 합해 보병 6만명, 용병 2만명, 전차 5500대가 치열하게 전투를 치렀다. 무려 15년이란 시간 동안 전쟁을 이어간 두 나라는 싸움을 매조지하며 인류 역사상 최초로 평화조약을 글로 남겼다.
8일부터 6월 8일까지 석 달 간 3749년 전 히타이트의 흔적을 전시로 만나는 기회가 찾아왔다. ‘2025 한성백제박물관 교류전 – 히타이트: 오리엔트 최강의 제국’ 특별전이 그것이다. 7일 서울 송파구 한성백제박물관에서는 공식 개장일을 하루 앞두고 개막식이 열렸다. 예능 ‘나혼자 산다’로 인기를 끈 배우 구성환의 사회로, 플룻을 중심으로 한 튀르키예 전통 연주 등이 식전 행사로 진행됐다.
아울러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비롯해 주한튀르키예대사, 튀르키예 문화관광부 문화유산 및 박물관 총괄국장 등 현지 인사 및 주한 체코, 오만, 튀니지 등 12국 외교대사가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국립김해박물관에서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히타이트 철기 유물 전시에 이어 한국에서는 두 번째 선을 보이는 행사다. 튀르키예 문화관광부와 초룸시(市), 국립김해박물관, 그리고 김해시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다시 한국에서 막을 올린 이번 전시는 지난해보다 확장된 콘텐츠와 깊이 있는 전시 구성을 꾸렸다.
특히 튀르키예에서는 이집트보다 6000년 앞선 초고대 문명의 흔적을 발견하면서, 그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는 연구와 전시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튀르키예 문화관광부는 자국의 유구한 역사를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한 전략적 역사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 또한 그 일환으로 기획했다.
한성백제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히타이트 문명의 철기 기술과 문화적 유산을 더욱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기원전 17세기부터 12세기까지, 이집트·아시리아와 함께 ‘오리엔트 3대 강국’으로 불리던 ‘히타이트 제국’의 문화유산을 네 개의 주제로 나누어 다채롭게 선보인다. 총 212점의 유물을 통해 히타이트 제국의 뛰어난 군사력, 히타이트인들이 사용했던 고대문자, 일상생활부터 종교생활까지 만나볼 수 있다.
주목할 유물은 청동기 후기 히타이트 문화를 대표하는 ‘청동무기’와 백제에서도 발견되는 ‘청동 비늘 갑옷’, 그리고 히타이트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정교한 ‘쐐기문자’와 ‘상형문자 점토판’ 등이다. 관람객들은 히타이트 하투샤 유적을 상징하는 ‘사자의 문’을 통과해 신비한 녹색 돌이 놓인 공간에서 고대 도시과 성곽을 재현한 영상을 시작으로 히타이트 제국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1부 ‘최강의 군대를 가진 나라’에서는 히타이트의 뛰어난 금속 기술로 만들어진 화살촉과 도끼 등 최강 군대의 무기와 이집트와의 ‘카데시 전투’ 및 평화조약 체결 과정을 소개한다. 2부 ‘두 개의 문자를 사용한 나라’에서는 점토판을 비롯해 도장 등 히타이트인들이 사용한 상형문자와 쐐기 문자 기록을 통해 그들의 역사를 살펴본다.
3부 ‘다채로운 문화를 꽃 피운 나라’와 4부 ‘천신(千神)의 나라’에서는 히타이트인들의 일상생활과 다양한 민족의 신들을 포용했던 종교적 관용을 엿볼 수 있다. 의복을 만드는 데 사용한 방추차와 바늘, 장식용 핀과 팔찌 등이 선보이며, 여신상을 비롯하여 의례에서 사용한 팔모양 그릇, 황소 머리 모양 잔, 새부리모양 주둥이를 가진 주전자 등 히타이트 문화의 특색이 담긴 생활모습을 보여준다.
한성백제박물관은 이번 전시와 연계해 오는 4월 18일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히타이트 유적의 발굴조사 성과와 더불어 백제 유적조사의 최신 성과를 공개한다. 또한 초등학생 및 동반 가족을 대상으로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쐐기 문자와 상형문자를 새긴 점토 방향제 만들기 등을 4~5월 중 매주 금요일 저녁 7시부터 총 8회에 걸쳐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낯선 오리엔트 고대 문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김지연 한성백제박물관장은 “서울의 고대사 전문 박물관으로서 백제문화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고대 문명을 소개하는 것이 한성백제박물관의 중요한 사명”이라며 “많은 시민들이 이번 히타이트 특별전을통해 동서양 고대 문명 간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고, 다양한 세계 문명을 흥미롭게 접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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