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가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하나요”
신생아 특례대출 조건에 발목 잡힌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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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신생아 특례대출이 실수요자들에게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으면 대출이 불가능해 신생아를 데리고 무주택자가 되는 ‘꼼수’까지 등장했다.
“신생아를 낳으면 더 나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을 뿐인데, 대출을 받으려면 지금 집을 팔고 무주택자가 돼야 한다니 황당하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A 씨는 최근 둘째를 출산한 후 ‘신생아 특례 구입자금 대출’을 이용해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려 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현재 보유한 주택을 처분하지 않으면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조건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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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1월 도입한 신생아 특례대출은 출산 후 2년 이내의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대환대출)를 대상으로 주택 구입 및 전세 자금을 저금리로 지원하는 제도다.
구매 가능한 주택 가격은 9억 원 이하, 대출 한도는 5억 원이다.
하지만 문제는 현실과 동떨어진 대출 조건이다.
일반 시중은행에서는 매도와 매수 일정을 맞추기 위해 ‘처분조건부’ 대출이 가능하지만, 신생아 특례대출은 무주택자가 아니면 아예 신청조차 할 수 없다.
그 결과 일부 신생아 부모들은 “대출을 받기 위해 집을 팔고 고시원이라도 가야 하느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꼼수’라도 써야 하는 신생아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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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제약 때문에 신생아를 출산한 가구들은 다양한 꼼수를 동원해 대출을 신청하고 있다.
한 가지 방법은 먼저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은 후, 신생아 특례대출로 대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대출 금액에 따라 100만~200만 원 이상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또 다른 방법은 신생아 출산 후 일정 기간 부모 집으로 전입하거나 단기 임대를 이용해 무주택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갓 태어난 아이를 데리고 이사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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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방법은 매수할 집에 먼저 월세로 들어가 무주택 자격을 만든 후, 이후 대출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집주인이 2주택 이상 보유한 경우에만 가능해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결국, 신생아 부모들은 대출을 받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하고, 그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소모된다.
한 신생아 부모는 “출산 후 아기 키우기도 벅찬데, 대출 한 번 받으려면 주민센터며 은행이며 정신없이 돌아다녀야 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정책 취지와 현실의 괴리… 혜택은 고소득층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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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신생아 특례대출이 저소득층보다는 고소득층과 중산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은 사람들 중 연 소득 8500만 원 초과~2억 원 이하의 고소득층 비율이 저소득층(연 소득 4000만 원 이하)의 1.8배였다.
대환대출 역시 고소득층에서 4447건이 이루어진 반면, 저소득층에서는 1138건에 불과했다.
특히 올해 1월 한 달간 신규 대출에서도 고소득층이 저소득층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건수를 기록했다.
정책의 취지는 ‘주거 불안 때문에 출산을 꺼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소득이 높은 계층이 더 많은 혜택을 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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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신생아 특례대출이 정책 목표에 부합하도록 보다 현실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관계자는 “신생아 특례대출은 국가적 비상상황인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책”이라며 “출산 가구가 대출을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1주택 처분 조건을 허용하는 등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기금의 안정성을 고려했을 때, 출산 이후 이사를 가려는 1주택자까지 지원하는 것은 자금 운용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재까지 1주택자에게 처분조건부 대출을 허용한 사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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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특히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된 대출이 오히려 신생아 가구의 주거 이전을 어렵게 만들고,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된다면 근본적인 정책 방향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단순한 지원금 지급이 아니라, 실수요자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적 개선이 필수적이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제도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현실적인 보완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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