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진 조경가가 믿는 공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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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를 그대로 두는 대신 시설을 보수해 쾌적성을 높인 농구장.](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401/image-bf4e9bc8-003e-43fa-ad71-de1332656892.jpeg)
위치를 그대로 두는 대신 시설을 보수해 쾌적성을 높인 농구장.
![회랑 조성 과정 중 걸리는 나무들은 중정으로 옮겨 심었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401/image-ff5dc0fd-098f-4b4c-8ed6-ca072dc97700.jpeg)
회랑 조성 과정 중 걸리는 나무들은 중정으로 옮겨 심었다.
![위에서 바라본 오목공원의 전경.](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401/image-1b641f7d-7a63-41f2-9766-e67353c8597f.jpeg)
위에서 바라본 오목공원의 전경.
올해 리모델링을 마친 오목공원은 ‘도심 속 라운지’를 표방한다. 높이 약 3m, 폭 약 8m에 이르는 사각형 회랑을 공원 한가운데에 삽입한 이유는 무엇인가
오목공원은 1989년 목동 신시가지에 조성된 근린공원으로, 공원으로서 기능하기 매우 좋은 위치에 있다. 지하철역과 가까워 상업이나 업무 시설이 집중돼 있고, 주변에 높은 건물과 유동인구가 많다. 더 많은 사람이 편히 머물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무 데나 머물지 않는다. ‘머물만 해야’ 머문다. 한여름과 한겨울엔 공원에 있기 어렵다. 비가 내려 축축한 땅을 밟는 느낌이나 신발이 젖는 건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니지만 비 내리는 풍경을 보는 건 즐겁다. 건축적 장치가 필요했다. 온전한 형태의 건물이 아니더라도 지붕만 있으면 해결될 일이었다. 해가 뜨겁거나 비가 오는 날, 회랑 아래라면 쾌적하게 걷고 의자에 앉아 대화나 독서를 편하게 즐길 수 있다. 호텔처럼 큰 건물 1층에 사람들이 편하게 앉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 즉 라운지가 떠올랐다. 다만 건물에 속한 것이 아닌, 도시에 속한 라운지를 꿈꿨다.
리모델링 전 오목공원의 모습은 어땠나
공원 외곽에는 두툼한 녹지 위로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과거 농경지였기 때문에 흙을 두껍게 쌓아 원활한 배수를 꾀하고 도시와 분리시키려 했는데, 시간이 지나 나무는 크고 굵어졌으나 사람들이 지나다녀 하부는 다소 황폐했다. 숲을 두껍게, 즉 하층목과 지피류를 더해 층위를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벤치가 있었지만 수요를 충족하지 못했고, 그마저도 모두 붙박이였다. 단순히 보식을 하거나 벤치를 더 설치하는 소극적 조치 이상의 변화를 고민했다. 오목공원은 위에서 보면 네모난 틀에 직선, 곡선, 원형의 요소가 뒤섞인 형태다. 그리 큰 규모가 아니므로 작은 요소를 흩트려놓으면 이도 저도 아닌 공간이 될 것 같았다. 공원 한가운데엔 1.5m 정도 낮게 광장이 있었는데, 필요 이상으로 넓고 계단을 통해 내려가야 해 이용이 많지 않았다. 이곳을 활성화하기 위해 구조물을 삽입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구조물이 들어선 것 외에 또 다른 변화는 앉을 곳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사각형 회랑 아래 걸터앉거나 여기저기 놓인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이곳만의 특별한 풍경을 만든다. 도시에서 앉는 공간은 왜 중요한가
길을 걷다 다리가 아프면 앉아야 한다. 집 근처가 아니라면 카페 같은 곳에 간다. 카페에 지불하는 커피값은 사실상 앉을 수 있는 기회에 대한 비용이다. 그런데 오래 앉아 있으면 눈치도 보이고, 4000~5000원이라는 가격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생각보다 도시엔 앉을 곳이 많지 않다. 그 역할을 공원이 해야 한다. 공원에서는 아무 눈치 보지 않고 24시간 당당하게 머물 수 있다. 앉는 행위를 좀 더 편하고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공원이 라운지가 되려면 사람들이 쉽게 모일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원하는 장소로 의자를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오목공원에서는 땅에 고정된 의자를 배제했다. 편안하고 가벼운 의자를 충분히 놓고 함께 쓸 수 있는 테이블도 곳곳에 배치했다.
![자유롭게 이동 가능한 의자를 둠으로써 만인의 라운지로 거듭난 오목공원.](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401/image-bb567a58-4d32-429e-a221-866b4cb5c4c6.jpeg)
자유롭게 이동 가능한 의자를 둠으로써 만인의 라운지로 거듭난 오목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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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너베이션 계획안에는 ‘변화한 오목공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행동 100가지’를 나열하기도 했다. 맛집을 예약하고 기다리는 연인부터 미팅 자료를 검토하는 직장인, 농구 시합을 하는 대학생, 운동기구로 건강을 챙기는 어른까지. 그토록 다양한 장면을 상상한 까닭은
사실 오목공원에서 회랑은 어디까지나 구조물일 뿐 비를 막아주는 지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곳에서 무엇을 할지는 오롯이 개인의 선택이다. 물리적 장치가 다양한 행위와 쓰임새를 유발할 거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공원엔 주제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칫 그 주제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테마파크가 아닌 일반 공원에 특정 주제나 목적을 부여하려고 한다. 하지만 공원은 ‘중성적’일 필요가 있다. 특정 집단이 아닌, 모두가 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니까. 실제로 오목공원에 가보면 시간대별로 다양한 이용자들을 볼 수 있다. 학원 끝나고 집 가기 전에 잠깐 친구와 노는 학생, 점심 식사 후 커피를 마시는 직장인, 한가롭게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 숲속 의자에 앉아 책을 읽거나 업무를 보는 사람들. 디자인을 하며 팀원들과 함께 상상한 장면이 현실에 고스란히 구현돼 있었다.
변화한 공원에 갔을 때 특히 와닿은 장면이 있다면
직접 본 건 아니고 공원 관리자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인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숲속 테이블에 둘러앉아 와인을 마시고 있었는데 그 풍경이 나쁘지 않았다더라. 오픈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엔 의자가 도난당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었고, 얼마 전엔 주민들의 요구로 의자 수를 두 배로 늘렸다고 들었다. 공간을 찾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는 것이고, 우리의 의도가 잘 들어맞았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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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있는 높이나 방향에 따라 각기 다른 풍경을 만드는 회랑의 다채로운 면면.](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401/image-3793434c-ae63-4188-a292-182ae9c4ef76.jpeg)
서 있는 높이나 방향에 따라 각기 다른 풍경을 만드는 회랑의 다채로운 면면.
국내에 비슷한 연식을 가진 다른 공원도 많다. 레너베이션이 필요하다고 보나
공원의 경우 리모델링 시점을 딱 못박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시설 보수만으로도 충분하면 그렇게 하면 된다. 사람들의 니즈나 도시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레너베이션을 결정하면 될 것이다.
한국의 공원 레너베이션은 막 걸음을 내디뎠다. 어떻게 하면 인식을 좀 더 끌어올릴 수 있을까
1970~1980년대는 한국에 공원이 많이 생길 때였다. 그러나 공원은 늘 우선순위에서 쉽게 밀리곤 했다. 공공시설이다 보니 최소 비용만 투입하면 된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그런 경향이 아주 없진 않지만, 어떤 나라의 품격은 도시 공간, 특히 공공 공간의 수준이 결정한다. 단순 고급화가 아니라 제대로 된 설계자에게 맡기는 리모델링 사례가 늘어나야 하지 않을까. 오목공원이 그 역할을 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오늘날 공원만이 줄 수 있는 가치는
공원이 어떻게 출현했는지 생각해 보자. 도시가 모든 것을 만족시켜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업화 이후 도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힘 있고 돈 많은 사람들이 땅을 다 차지하지 않도록, 지친 사람들이 쉬어 가고 삭막한 도시에 자연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공원이 탄생했다. 그렇게 200여 년이 지나 공원은 도시의 기본 인프라로 자리매김했다. 만약 지금 공원 부지를 팔아 건물을 짓는다면 가만히 있을 사람이 있을까? 한국의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런던의 절반 수준이다. 더 많은 공원이 필요하고, 잘 레너베이션하는 것도 중요하다. 좋은 공원이 많은 도시가 좋은 도시라는 건 명백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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