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식의 쓰임
고겸은 단역 배우에서 평론가가 된 인물입니다. 배우 최우식은 영화평을 좀 찾아보나요
그럼요. 사람들의 좋은 말이 덜 와닿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평론이나 한 줄 평을 읽으면 확신이 생기기도 해요. 〈거인〉(2014)을 ‘재난영화 같다’고 표현한 이동진 평론가님의 글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겸이는 어떤 평론가인가요
영화광이고, 엄청 유명한 평론가예요. 거의 ‘듀나’ 님 급! 그리고 밝아요. 삽살개 같죠.
〈그 해 우리는〉에 이어 현실적이고 풋풋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은데
이나은 작가님과 두 번째다 보니 제가 편안해하는 부분을 잘 알고 계세요. 〈그 해 우리는〉의 최웅은 제가 연기하며 원래 캐릭터보다 다소 어두워진 부분이 있다면 겸이는 밝습니다.
평론가는 누가 봐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택할 직업이죠. 최우식은 영화를 얼마나 사랑하나요
다른 일을 하면서도 영화를 아주 좋아하는 분도 있잖아요. 저는 배우다 보니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다방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쉴 때 취미로 보는 건데 일할 때도 도움이 되고, 여전히 성장의 매개체가 되거나 위로받기도 하고요.
영화는 일상의 좋은 대화 주제이기도 합니다. 최근 주변과 이야기를 많이 나눈 작품은
제 주변은 요즘 〈서브스턴스〉가 난리입니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2〉와 〈쇼군〉이 해외 시상식에서 붙을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그것도 유심히 보고 있어요.
한일전이군요(웃음). 2월 14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멜로무비〉는 감독, 평론가, 작곡가, 작가 등 영화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죠. 배우에게 더 와닿는 점도 있을 것 같은데
사랑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인데 배우인 출연진들이 각자 자신의 인생에서 갖고 올 수 있는 지점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확실히 재미있죠. 궁극적으로는 마냥 청춘에서 벗어나 이제는 책임지고 자리를 잡아가야 하는 시기에 놓인 진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최우식은 청춘을 지나왔나요? 아니면 여전히 내 것 같나요
청춘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10~20대의 모습이 청춘이라면, 제 인생의 청춘은 고등학생 때였겠네요(웃음). 하지만 미래를 깊이 생각하기 보다 일단 앞으로 달려나가려는 게 청춘이라면 지금도 청춘인 것 같기도 하고요. 음… 청춘인 것 같습니다. 여전히 그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작품 로그라인은 다음과 같죠. ‘사랑도 하고 싶고 꿈도 이루고 싶은 애매한 청춘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영감을 준다.’ 스스로 애매하게 느껴졌던 시기가 있었는지
요 몇 년간 느끼는 감정이기도 한데요. 저의 애매함 때문에 저를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여백으로 봐주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연기할 때도 표출하기보다 일부러 애매하게 보이기를 의도할 때가 많거든요. 다만 아직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게 너무 많아 어떤 감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앞으로를 맞이해야 할지, 지금 나이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생각이 많긴 합니다.
그런 고민에 대한 주변 반응은. 〈기생충)〉(2019)이라는 기점도 있었고, 〈살인자○난감〉을 통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것도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잘하고 있다고 하죠. 모두 지금도 잘하고 있다고 해요.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제가 조금 의심이 많은 성격이다 보니(웃음).
배우에게 감성과 공감력은 얼마나 중요할까요
정말 중요하죠. 저는 그게 좀 부족한 편인 것 같아 키우려고 노력해요. 아역 배우들을 보면 그때의 공감력이나 몰입력이 부럽고 놀라워요. 고민하지 않고 상황에 집중하거든요.
픽션 속 캐릭터를 통해 스스로 확장된 경험은
평범한 사랑?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연애 장면은 제가 그런 장면을 꿈꿔왔던 게 아니더라도 당연히 어떤 감정을 건드리는 구석이 있잖아요. 보는 분들이 그렇듯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대리만족하는 부분이 있고, 인간으로서 습득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최우식이 처음 극장에서 본 영화는
어릴 때 강변 테크노마트에 가족들과 영화 보러 자주 갔었어요. 아마도 〈고질라〉였을 텐데, 영화를 본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엄마 아빠 사이에서 고질라 연기를 했던 기억이 나요. 네, 〈고질라〉였습니다!
지금 이 일에서 가장 사랑하는 부분
아르바이트는 많이 해봤지만 직장을 다녀본 경험은 없어요.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위계조직 속에서 자신을 감출 일이나 사회적 자아를 입어야 할 때가 정말 있는 것 같거든요. 반면 연기하면서 실제의 나를 투영할 수도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동시에 그걸 인간으로서 다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게 이 일의 아름다운 점 아닐까 해요. 배우 최우식으로서 지켜야 할 것을 생각하는 건 오히려 일상에서고, 일터에서는 늘 인간 최우식으로 있을 수 있죠.
박보영의 영화
최근 웹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마다 존재감을 발휘하더군요
아무래도 카메라 수가 적다 보니 부담감이 덜해요. 모두 평소 제가 재미있게 보던 프로그램이기도 하고요.
아이돌과 함께한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 3〉 마지막 화를 보면서 2000년생들에게 〈늑대소년〉(2012)이 얼마나 중요한 작품인지 알게 됐어요
그러니까요! 이토록 오래 사랑받는 작품이 있다는 사실을 통해 저 또한 계속 나아갈 힘을 받는 것 같아요. 예상치 못했던 시기, 예상치 못했던 사람에게 받는 응원처럼 다가오거든요.
‘김무비’는 영화를 사랑했던 아버지를 이해하려다 감독이 된 인물입니다. 박보영은 영화를 얼마나 사랑하나요
〈과속 스캔들〉(2008)로 많은 분께 제 이름을 알려서인지 영화를 향한 애정은 항상 각별해요. 특히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사회를 본 경험이 특별히 기억에 남아요. 레드 카펫을 걷는 것만이 아니라 영화를 둘러싼 포괄적인 것들, 해외 작품과 다양한 배우 및 감독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정말 뜻깊었거든요. 처음에는 내가 할 수 있을지 망설였는데, 도전하길 참 잘했죠.
또 긍정적으로 남은 도전의 경험이 있을까요
사실 매 작품이 제게는 도전이에요. 촬영 전날까지 늘 두려워하거든요. 전혀 그러지 않으실 것 같은 선배님들도 다 그렇게 느끼신다는 것을 알고 나서 위안을 받았죠. 이 고민은 내가 죽을 때까지 겪을 수 밖에 없는 것이라는 것을 받아 들이니 한결 나아지더라고요.
〈멜로무비〉도 영화를 둘러싼 사람들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죠. 그래서 더 특별한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캐릭터에 대한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됐다는 점. 그동안 제가 현장에서 본 조연출 분들의 모습이나 감독님들이 들려줬던 시행착오와 경험이 레퍼런스처럼 자연스럽게 떠올랐으니까요(웃음).
무비라는 인물에 대해 각별히 좋아하거나 공감하는 부분은
가시가 많이 돋쳐 있어요. 고겸(최우식)을 만나면서 차츰 이렇게 뾰족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되고, 일을 하는 과정에서 차츰 아버지도 이해하게 되죠. 우리를 괴롭히던 것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힘을, 이미 우리는 자기 안에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라 비슷한 청춘들에게 격려가 될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아버지를 이해하려던 무비처럼 가까운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 적 있을지
전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으면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한 번씩 해봐요. 전시를 보러 가든, 좋아하는 책을 읽든, 게임을 하든.
아주 적극적이군요(웃음). 30대가 된 지금, 박보영의 가치관에 영향을 미친 건 무엇인가요
대중적으로 사랑을 일찌감치 받았지만 그만큼 힘든 시간도 일찍 겪었어요. 그런데 그게 결과적으로 저에게 좋았던 것 같아요. 어린 나이에 경험했기에 좀 더 빨리 일어날 수 있지 않았나 싶거든요. 덕분에 어떤 것에 대해 단정 짓지 않고,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게 됐죠. 당시에는 큰일 같던 일도 지나고 보면 내 인생에서 아주 작은 돌부리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 시간이 흐르면 경험이라는 자산이 남는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나저나 정말 영화란 뭘까요? 대체 뭐길래 이토록 많은 이가 인생을 걸고 추종하는 것 같은지
정말 답하기 어려운데요(웃음). 저도 한 작품을 10년 넘게 준비했다는 어떤 감독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궁금했던 적이 있어요. 어떻게 그렇게 기다릴 수 있는지. 정말 본인의 모든 걸 쏟아부은 것, 그게 이유의 전부더라고요. 어떤 영화는 내 가치관이나 지향점을 바꾸기도 하고, 힘들 때 한번 실컷 웃게 해주기도 하고…. 누군가의 삶과 영화가 굉장히 밀접할 수 있기 때문 아닐까요.
모든 걸 쏟아부었다고 느끼는 작품이 박보영에게도 있나요
한 작품보다 어떤 장면인데요. ‘나 지금 여기서 이것보다 더 잘할 수는 없겠다’는 느낌이 정말 가끔 찾아와요. 이 또한 제 기준에 맞춘 자기만족이겠지만,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자주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계속 일하는 것 같아요.
관객으로서 영화관에서 한 특별한 경험은
영화 보다가 졸았던 적이 있어요. 어떻게 영화를 보다가 잠들 수 있는지, 처음 겪은 일이어서 잊을 수 없어요(웃음)!
잊지 못하는 대사 혹은 장면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었어요.” 〈콘크리트 유토피아〉(2024) 출연을 결심했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해요. 영화를 관통하는 이 대사를 정말 하고 싶었어요.
지금 마음이 불안한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팬들이 항상 해달라고 요청하는 말인데요. “우리 오늘도 잘 살았으니까, 내일도 잘 살아보자”며 인사하거든요. 이 말이 작은 응원같이 다가오나 봐요. 오늘이 우리의 끝이 아니고, 내일이 있다는 것. 그 내일을 꼭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는 ‘최우식, 박보영, 이준영, 전소니의 아주 영화 같은 순간 part 2’로 이어집니다.
- 패턴으로 무장한 아이템(1)
- 얻기스트로 사는 법_엘르보이스
- 켄달 제너 VS 헤일리 비버, 당신의 추구미는?
- 반려동물 옆 가장 가까이 있는 히어로 ‘수의사’
- 샤넬 클래식 백이 보여준 블랙 앤 화이트의 법칙
+1
+1
+1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