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모델을 교묘히 피해가는 니치마켓 노린 모델
뛰어난 NVH와 승차감 위주의 서스펜션 세팅이 매력적
그랑 콜레오스는 여러 가지 논란을 안고 탄생했다. 볼보의 CMA 플랫폼을 바탕으로 탄생했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한쪽에서는 이 차의 원형 모델이 중국산 지리자동차 싱유에 L이라는 것을 지적했다. 부산 국제 모빌리티쇼에서의 화려한 공개가 채 얼마 지나지 않아 불거진 홍보팀의 페미니즘 논란은 이 차의 상품성을 논하는 것마저 무색하게 만들었다. 여러 가지 악재가 겹겹이 쌓인 데뷔였다.
그리고 이 악재를 깨부순 것은 다름 아닌 상품성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 1, 2위는 쏘렌토와 싼타페였고 대부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판매됐다. 이런 시장에서 그랑 콜레오스는 현대자동차그룹과는 다른 방향성의 차를 만들었다.
르노가 자랑하는 E-Tech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두 개의 모터가 적용돼 보다 많은 영역에서 전기 모터만으로도 주행이 가능했다. 동급 모델 대비 엔진이 깨어나는 순간도 적었지만, 방음과 방진에도 크게 신경을 쓴 모습이 돋보였다. 더불어서 마치 독일차와 같은 탄탄한 세팅을 갖춘 현대차그룹의 차들과 달리 그랑 콜레오스는 나긋나긋한 하체 세팅을 지녔다. 현대자동차그룹밖에 없던 중형 하이브리드 SUV 세그먼트에서 그랑 콜레오스가 가져다준 충격은 제법 컸다.
시간이 흘러 다시 그랑 콜레오스를 만났다. 이번에는 하이브리드가 아닌 2.0ℓ 가솔린 터보 모델이다. 전동화라고 하면 하이브리드 마저 손을 내저을 정도로 싫어하는 사람, 혹은 주행 거리가 많지 않아 유류비 절감보다 저렴한 자동차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모델이다.
르노코리아는 이전 모델인 QM6 때부터 꾸준하게 니치마켓을 공략했다. 차체의 크기를 싼타페와 쏘렌토보다는 작게 만들고 투싼과 스포티지에 비해서는 크게 만들었다. 체급에서의 정면 대결을 피하는 느낌이었다. 이는 그랑 콜레오스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파워트레인도 정확히 그사이를 공략했다. 1.6ℓ 가솔린 터보 엔진을 쓰는 투싼과 스포티지, 2.5ℓ 가솔린 터보 엔진을 쓰는 싼타페와 쏘렌토 사이에서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을 채택했다.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는 쏘렌토보다 스포티지에 가깝다. 스포티지에 비해서는 최고 출력이 30마력 높지만 쏘렌토에 비해서는 70마력이 낮다. (180마력<211마력<281마력) 최대 토크 역시 스포티지보다 6kg.m이 더 높지만 쏘렌토에 비하면 10kg.m가 더 낮다. (27kg.m<33.2kg.m<43.0kg.m) 출력 위주의 세팅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주행에 나서면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하이브리드에서 강점으로 꼽히던 NVH는 가솔린 모델에서도 유효하다. 오히려 시동이 꺼지지 않는 가솔린 모델이기에 더 놀랍다. 엔진의 회전 질감 역시 부드럽다.
이런 이유로 터보 엔진이지만 최대 토크가 2000RPM부터 발휘되는 엔진의 특성이 운전자에게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힘을 내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밟아 회전수가 2500RPM까지 치솟아도 차 안은 고요하다. NVH에 있어서는 장점이지만 연비에는 좋지 않다. 특히 경쟁 모델의 최대 토크가 1500RPM부터 나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아쉬운 부분이다. 3박 4일 시승하는 동안 한 번도 평균 연비가 10km/ℓ를 가리키는 것을 보지 못했다.
4륜구동을 선택하면 따라오는 8단 자동변속기의 느낌도 좋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결코 스포티와 연결 시킬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감각을 보여주는 변속기지만 스포츠 모드에 두면 최대 토크가 발휘되는 2000RPM 이상에 회전수를 묶어두며 제법 끈끈한 느낌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다이내믹한 주행 중에도 후륜이 개입하는 느낌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길이 험한 곳에 살지 않는다고 하면 4륜구동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굳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4륜구동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7단 DCT 변속기가 따라온다. DCT 변속기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에서 DCT는 평가가 그렇게 좋지 않다. 가솔린 파워트레인을 구매할 예정이라면 고민이 많아질 것 같다. 특히 4륜구동을 최고 등급인 에스프리 알핀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고민에 한몫을 차지한다.
나긋나긋한 하체는 하이브리드와 마찬가지다. 다만 우리는 이 차가 르노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프랑스 차의 주무기 중 하나는 나긋나긋한 하체 세팅과 상반되는 코너링 주파 성능이다. 그랑 콜레오스 역시 코너링 성능이 제법 안정적이다. 나긋나긋한 하체 성능으로 코너에서 롤이 심할 것 같지만 타이어의 그립을 잡는 데 도움을 주는 정도로 제한된다. 마치 체급을 한 단계 낮춘 것 같은 경쾌한 움직임을 선보인다. 다만 시승차에 들어간 타이어는 급격한 코너에서 노면의 정보를 제대로 못 전달해 주는 듯한 한계를 보였다. 날씨가 추운 이유도 있었겠지만 마찰 값이 낮은 도로를 달리는 것과 같은 느낌을 보여줬다. 차량의 전체적인 성향과 와인딩이라는 공간이 잘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와인딩에서 욕심이 생긴다면 타이어를 바꿔보는 것을 추천한다. 주행 안정감이 훨씬 좋아질 것이다.
그랑 콜레오스는 현대와 기아의 독과점, 내지는 상품성이 취향에 맞지 않는 사람에게 충분히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 모델이다. 사소한 불편함이 몇 가지 있긴 하지만 차량을 구매하는데 크게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준이다. 다만, 2.0 가솔린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을 모두 다 타봤을 때 명확하게 드는 생각은 ‘하이브리드가 진국’이라는 것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위 영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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