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왜 이렇게 어두운 작품들만 쓸까… 10년 전 한강이 직접 밝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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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 / 뉴스1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이 쓴 작품들은 대체로 어둡다. 그는 왜 이렇게 어두운 분위기의 주제에 천착하는 것일까. 10년 전인 2014년 ‘소년이 온다’(창비)를 펴냈을 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장편 소설이다. 한강은 당시 말했다. 인간에 대한 회의 때문이라고, 인간의 어두운 면을 뚫어내지 못하면 밝은 얘기는 앞으로도 쓸 수 없을 것이라고.

한강은 ‘소년이 온다’에서 광주가 겪은 참사를 소설로 풀어내며 그 안에 담긴 상처를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해 5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강은 ‘소년이 온다’를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다고 했다. 광주 출신이었던 한강은 민주화운동 당시 서울에 거주하고 있었지만 광주에 남아있던 친척들을 통해 잔인한 폭력을 접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이러한 경험이 그로 하여금 인간의 어두운 면에 대한 깊은 회의를 품게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 어두운 면을 넘어서지 못하면 인간의 밝은 면을 다룰 수 없을 것이라 솔직하게 말했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광주에서 고통받고 죽어간 이들에 대한 이야기와 남겨진 사람들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 동호는 겨우 열여섯 살인 중학생이다. 친구 정대가 계엄군의 총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을 지켜본 뒤 자신도 도청에 남아 끝내 목숨을 잃는다. 동호를 포함한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졌다. 한강은 문화일보 기자에게 독자가 소설을 100% 실화처럼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작품을 쓰려고 한강은 2012년 겨울부터 3개월 동안 광주를 오가며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자료를 찾아 작품 속 인물들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했다. 소설 속에서 그려진 고문, 자살, 정신병원 입원 등은 당시 생존자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상징한다. 한강이 인간의 어두운 면에 깊은 회의를 품은 이유다. 다만 이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그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한강은 말했다.

한강은 광주에서 잔혹한 폭력이 있었지만 인간의 존엄함을 지키려는 몸부림도 동시에 있었다면서 도청에 남았던 사람들과 시신을 거두려 했던 시민들, 심지어 공수부대원 중 일부도 인간으로서의 양심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던 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인간성을 지키려 했다는 점에서 당시의 광주를 재조명하게 한다.

그는 소설을 쓰며 감정적으로 매우 힘든 순간들이 많았다고 했다. 책상 앞에 앉는 일이 벌을 서는 기분이었다면서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할 수 있는 한 온 힘을 다해 애도하고 싶었다”라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광주의 기억은 한강에게 세월호 참사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했다. 한강이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한 때는 세월호 참사 이듬달이었다.

한강은 세월호 참사에서도 인간의 존엄함을 지키려는 움직임을 느꼈다면서 수많은 사람의 애도와 연대, 자원봉사자들의 활동 등을 통해 1980년 광주와 같은 인간애를 발견했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소년이 온다’ 속 등장인물 선주의 외침인 “죽지 말아요”는 세월호 참사를 지켜본 이들에게도 전하는 뭉클한 메시지로도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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